노관규 순천시장, ‘남해안 흑두루미 벨트’ 정부 건의
노관규 순천시장은 15일 “멸종위기종 흑두루미 종 보존을 위한 남해안 흑두루미 벨트를 완성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노 시장은 지난 12일 서식지 보전을 위해 강원도 철원군, 충남 서산시, 전남 여수시·광양시·고흥군·보성군 등 6개 지자체장과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정부에 흑두루미 서식지 분산을 위한 남해안 벨트 조성을 건의했다.
흑두루미는 천연기념물 228호이자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이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은 적색목록의 취약종으로 분류해 국제적으로 보호하고 있는 종이다.
전 세계 16,000마리 ~ 18,000마리가 생존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흑두루미는 다른 두루미류와 달리 개방된 습지보다 산림지역인 러시아 시베리아 남부 타이가 습지대, 우수리강, 아무르강, 중국 동북부에서 번식한다. 나무가 우거진 숲속 늪지에 둥지를 만들어 번식하니 사람의 접근 자체가 어렵다. 그래서 흑두루미 번식지에 대한 정보가 그리 많지 않다.
흑두루미 이동 루트는 크게 두 개로 나누어져 있다. 러시아 서부에서 번식하고 중국 서부에서 월동하는 그룹이다. 이 이동 루트 상의 개체수는 감소 추세에 있다.
다음 경로가 러시아 동북부 ~ 중국 동부 ~ 한국 ~ 일본으로 이어지는 유라시아 동부 그룹이다. 전체 생존 개체수의 90% 이상이 이 경로를 이용하고 있다. 3,000 ~ 4,000㎞를 이동하는 흑두루미에게 번식지와 월동지 이외에 이동 시 쉬어갈 수 있는 중간 기착지가 필요하다. 한반도는 최장 거리인 러시아 동북부 ~ 일본 이즈미까지 이동하는 흑두루미의 중요한 중간 기착지이다.
▶ 일본 이즈미 흑두루미가 사라졌다
지난해 11월 초에 전 세계 흑두루미의 90%가 월동하는 일본 이즈미에서 고병원성 조류 인플루엔자가 발생했다. 인공 잠자리인 무논이 오염되면서 조류 인플루엔자는 급속히 확산됐고 흑두루미 1,300여 마리가 폐사했다. 위험을 느낀 이즈미 흑두루미 6,000여 마리가 바다 건너 순천만으로 역유입되면서 순천만 흑두루미는 9,841마리가 기록(’22.11.21.)됐다.
통상 흑두루미는 10월 중순부터 11월 말까지 러시아에서 한국과 일본으로 남하하는 경향을 보인다. 그런데 최종 월동지인 일본에 도착한 그룹의 일부가 다시 북상해 한국으로 역유입된 경우는 매우 이례적인 상황이다. NHK 서울지부와 가고시마 방송국은 순천만 흑두루미 1만 마리 도래 뉴스를 합동 취재(’22.12.3.)했다.
방송에 따르면 일본 조류학자들은 고병원성 조류 인플루엔자의 위험을 피해 안전하고 먹이가 풍부한 순천만으로 흑두루미들이 대거 이동했으며, 순천만은 흑두루미 분산과 종 보전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서식지라며 시의 흑두루미 서식지 보전 정책을 소개했다.
▶ 일본 흑두루미는 왜 순천만을 선택했나?
순천시는 2009년부터 순천만 인근 난개발을 막기 위해 생태계보호지구(7.738㎢)를 설정하고 환경저해시설 철거, 전봇대 282개 제거, 흑두루미 경관농업단지를 운영하는 등 흑두루미 서식 환경 개선사업을 추진해 왔다.
그 결과 흑두루미는 1999년 80마리, 2008년 350마리에서 2021년 3,400여 마리까지 증가했다. 순천시 조사결과 월동개체뿐만 아니라 2021년 가을과 2022년 봄 이동시기에 일본 이즈미 흑두루미 5,000여 마리가 순천만을 중간 기착지로 이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시는 지난해 하반기에 흑두루미 서식지를 확대하기 위해 흑두루미 먹이터 내 인공 시설물에 대한 보상을 착수했다. 지난해 연말 흑두루미 먹이터 주변의 비닐하우스 7개동(7,604㎡)의 보상을 완료했다. 올해 흑두루미 먹이터로 복원할 계획이다.
또한 지난해보다 흑두루미 개체수가 늘어남에 따라 흑두루미 면역력 강화를 위해 예년보다 한 달 빨리 먹이 주기를 시작했다. 흑두루미의 밀집을 막기 위해 먹이 주는 방법과 장소도 변경했다. 볍씨 살포기로 넓은 농경지에 먹이를 흩뿌리는 방식으로 전환해 먹이터 내에서 밀집을 최소화했고 먹이 제공 장소도 대대뜰을 포함한 인안뜰까지 확대했다.
▶ 흑두루미 서식지 보전 위해 지자체장 연대
국내에 유입된 흑두루미는 순천만 주변인 경남 하동 갈사만, 전남 여수·광양·고흥·보성이 인접한 여자만, 그리고 서산 천수만까지 분산됐다. 이러한 흑두루미의 이동은 한 지자체의 노력만으로는 멸종위기종을 보호하는 데 한계가 있어 무엇보다 지자체간 연대, 국가간 연대가 필요하다.
순천시는 지난 12일 순천만국제습지센터 입체영상관실에서 강원도 철원군, 충청남도 서산시, 전라남도 여수시·순천시·광양시·고흥군·보성군이 참여한 ‘흑두루미 서식지 보전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협약은 △흑두루미 서식지 보전을 위한 지자체장 네트워크 구성 △서식지 위협요인 분석, 관리 계획 수립 등 지자체의 경험과 지식 적극 공유 △흑두루미 분산 및 상시 방역 시스템 구축 협력 △개체군의 변화 등 모니터링 정보 교환 및 정기 워크숍 개최를 포함하고 있다.
국제두루미재단 스파이크 밀링턴 부회장은 영상메세지에서 “흑두루미의 잠재적 월동지를 발굴해 서식 환경 개선, 먹이주기 등을 통해 월동지를 확대해야 한다”며, “흑두루미를 여러 지역으로 분산해 국제적인 멸종위기종이 보전될 수 있도록 공동 협력을 당부한다”고 말했다.
▶ 남해안 흑두루미 벨트 정부 건의
순천시는 흑두루미 개체수가 늘면서 흑두루미 희망농업단지 확대를 정부에 건의했다. 이번에 정부에 건의한 인안뜰은 흑두루미가 농경지 안에 있는 전봇대 전선에 걸려 사고가 발생하는 지역으로 서식지 복원의 필요성이 제기된 곳이다.
확대 대상지 총면적은 109ha로 전봇대 161개를 지중화하고 용수로 관로공사, 흑두루미 영농단 운영 등을 포함하고 있다. 또한 시는 여수, 광양, 고흥, 보성 등 남해안 흑두루미 벨트 조성을 정부에 추가로 건의하여 세계적인 흑두루미 탐조관광 거점을 구축할 계획이다.
노관규 순천시장은 “생태가 개발을 억제해 도시의 발전을 막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경제를 견인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순천이 전 세계에 증명하고 있다.”고 말하며 “순천이 보유한 흑두루미 서식지 관리의 경험과 지식을 지자체와 적극 공유하고 멸종위기종 흑두루미 종 보존을 위한 남해안 흑두루미 벨트 완성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순천=전송겸 기자 pontneuf@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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