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적 망신... <더 글로리>가 드러낸 K-기독교의 부조리

뉴스M 지유석 2023. 1. 15.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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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대중문화가 그려내는 한국 교회의 위선... 이번 기회에 성찰하길

[뉴스M 지유석]

 드라마 '더 글로리'엔 학폭 외에 또 하나의 부조리 코드가 등장한다. 바로 '교회'다.
ⓒ 뉴스M
 
넷플릭스 드라마 <더 글로리>가 화제다. 지난 11일 넷플릭스 톱 10에 따르면, 지난 2일부터 지난 8일까지 8258만 시청 시간을 기록해 TV 비영어 부문 1위를 차지했다. 

<더 글로리>는 복수극이다. 학창시절 박연진(신예은 분) 일당에게 심한 폭력 피해를 당한 문동은(송혜교 분)이 성장해 가해자들을 복수한다는 게 이야기의 뼈대다. 

드라마를 아직 접하기 전이라면 얼핏 이런 설정이 과도하지 않나 하는 인상이 들 수도 있다. 필자 역시 회차를 거듭할수록 문동은을 응원하게 됐고, 가해자들을 응징할 때마다 쾌감을 느꼈다. 

학창시절 기억이 떠올랐다. 중·고등학교 시절 필자는 문동은처럼 매일 같이 얻어맞으며 학교생활을 했다. 그래서 학교를 벗어나는 일만 꿈꿨다.

마침내 고등학교를 졸업하던 날, 학교에 오겠다던 부모님을 극구 오지 말라 했고, 졸업식을 마치자마자 뒤도 돌아보지 않고 집으로 왔다. 졸업 앨범은 오는 길에 내다 버렸다. 대학 진학 후 한동안 가해자들을 가장 가혹한 방식으로 응징하겠다는 마음에 사로잡힌 나날을 보냈내기도 했다.

적어도 필자는 문동은의 복수극을 통해 대리만족을 느꼈다. 이 드라마에서 카타르시스를 느낀 이들도 한결같이 지난날 '당한 게' 많았다고 털어놓는다. 

이 드라마가 주제로 잡은 학교폭력, 줄여서 '학폭'은 대한민국 사회를 지배하는 부조리 중 하나다. <더 글로리>가 그리는 학폭은 실로 끔찍하다. 

드라마 속 주인공 문동은이 학폭을 당한 시기는 2000년대 초반이지만, 지금도 학폭 가해자들이 언론에 등장할 정도로 현재 진행형인 이슈다. 언론을 통해 전해지는 수위는 단순 폭력을 넘어 범죄로까지 진화한 상태다. 문동은이 현실에 등장해도 전혀 이상할 것 없는 이유다. 

회개하면 용서받을 수 있을까
 
 화제의 드라마 '더 글로리'
ⓒ 넷플릭스
 
이 드라마에는 또 하나의 부조리 코드는 바로 '교회'다. 문동은을 괴롭혔던 가해자 중 한 명인 이사라(김히어라 분)의 아버지는 제법 큰 교회를 담임하는 목사로 이사라는 교회에 나가 찬양하고 기도한다. 

이사라의 구원관은 나름(?) 신실해 보인다. 문동은에게 거액을 건네며 이사라가 하는 말에 그의 구원관이 잘 엿보인다. 

"난 너한테 한 짓 다 회개하고 구원받았어."

이 드라마가 본격적으로 교회의 부조리를 고발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이사라란 캐릭터는 최근 대중문화가 한국 교회를 바라보는 시선을 응축해 보여준다. 

지난 2019년 9월부터 11월까지 KBS 2TV를 통해 방송된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에서 주인공인 동백이를 입양한 목사 부부는 겉다르고 속이 다른 위선자로 나온다. 

넷플릭스는 한국 교회의 위선을 더욱 노골적으로 드러낸다. 전세계적인 화제를 모았던 드라마 <오징어게임>은 개신교 교회에서 흔하게 하는 기도를 대놓고 비꼬고, <수리남>에선 마약상이 신분세탁 수단으로 목사직을 선택한다. 

이런 설정은 왜 나오게 됐을까? 교회를 바라보는 시선이 왜곡돼서일까? 

그렇지 않다. 과거 끔찍한 학폭을 저질렀음에도 낯빛 변화 없이 "회개하고 구원받았다"고 하는 이사라의 캐릭터는 한국 교회에서 흔하게 접하는 값싼 용서의 복음을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한국 교회가 설파하는 값싼 용서와 같은 복음이 오히려 부조리를 부채질한다는 지적은 늘 있었다. 문제는 이런 복음이 여전히 교회에 만연해 있고 목회자의 변화는 더디다는 점이다.  

현실에서도 마찬가지다. 정치인·법조인 등 공적 영역에서 상당한 지위를 가진 공인이 직위를 이용해 엄청난 범죄를 저지르고도 교회에 출석한다. 이들이 두 손 모아 기도하며 화해와 용서를 입에 올리는 모습이 언론을 통해 퍼져도 교회는 아무런 문제를 제기하지 않는다. 

이뿐만 아니다. 학력위조 의혹이 대법원을 통해 인정된 대형교회 목사가 타 교단 계열 종합대학 이사장으로 취임해도 아무런 문제 제기가 없다. 

넷플릭스는 전세계인이 콘텐츠를 보는 플랫폼이다. 게다가 한국 드라마 등은 전 세계적으로도 인기가 높다.

지금까지 한국 교회는 언론·대중문화에서 교회를 부정적으로 그리면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며 집단행동도 불사했다. 하지만 세계적인 동영상 플랫폼인 넷플릭스에는 그렇게 하려 해도 할 수 없는 구조다. 

과거 대중문화가 한국 교회를 부정적으로 그린다고 불평만 하다 중요한 교회 개혁의 기회를 놓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그 결과 대중은 더 이상 개신교 교회의 복음에 귀 기울이지 않는다. <더 글로리>를 둘러싼 반응만 해도 그렇다. 시청자들은 회개하고 구원받았다는 이사라에겐 눈살을 찌푸리고, 복수극을 펼치는 문동은에겐 응원의 마음을 보내지 않나. 

이제는 세계인들도 K-기독교(개신교)의 실체를 보게 됐으니 자업자득이다. 우리 교회가 어쩌다 이런 취급을 받게 됐는지 반성하며 성찰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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