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심각"... 자영업, 침체가 아니라 몰락의 서막
필자는 가맹점주 출신으로 현재 자영업자 단체인 전국수탁사업자협의회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연재 '위기의 자영업'을 통해 기업에 종속되어 고금리, 고물가, 고임금, 그리고 본사 갑질에 시달리며 고사 중인 종속적 자영업자들의 가혹한 현실을 알리고자 합니다. <기자말>
[권성훈 기자]
▲ 상가건물 곳곳이 공실 2022년 12월 19일 서울 중구 명동 거리의 상가 건물에 임대 현수막이 부착돼 있다. |
ⓒ 연합뉴스 |
사회적 거리 두기가 해제된 지난해 4월, 자영업자들은 코로나19 재난 이전으로 돌아갈 것이라는 희망에 잔뜩 부풀었다. 실제 거리 두기 해제 이후 동네의 카페와 대형 음식점 등의 접객 업소, 그리고 여행지는 활기를 띠었다. 그러나 이건 잠시 잠깐의 훈풍이었다.
"지금 진짜 심각합니다. 현재 급격한 금리 인상 때문에 영세한 자영업자는 물론 우리 같은 중소 자영업자들도 위기 상황에 직면했습니다."
이렇게 운을 뗀 김운영씨는 현재 부산에서 한 자동차회사와 계약을 맺고 자동차 보증수리 사업을 하고 있다. 그는 현 자영업계 위기 상황을 다음과 같이 전했다.
"지금 위기 상황은 영세 자영업자를 넘어 중소 규모의 자영업자들까지 퍼지고 있습니다. 흔히 '카센터'라 불리는 우리 업종을 예로 들어보면, 접근성이 좋은 입지의 건물 1층, 넓은 공간, 비싼 장비 등의 조건으로 큰돈이 투자되는 사업입니다. 따라서 보통 10년 이상 운영해야 겨우 투자금을 뽑는 장기 투자 사업이죠. 이런 조건 때문에 상가 임차로는 답이 안 나옵니다. 그래서 대부분 자가 건물로 사업을 합니다. 그러니 어떻겠어요? 창업비의 상당액을 대출받습니다. 동료 사업자들 대부분이 투자금의 50%가 대출입니다. 그런데 지금 고금리잖아요. 위기죠... 아주 큰 위기요."
업계 사업자들의 대출 상황을 좀 더 자세히 알려달라는 말에 그는 다음과 같이 답했다.
"제 경우는 기존에 이자로 300만 원을 냈다면 지금은 거의 두 배가 오른 600여만 원을 내고 있습니다. 동료 사업자 중에는 이자만 1000여만 원을 내야 하는 사람도 있고요. 문제는 이겁니다. 사업이 잘돼서 이자를 감당한다면 상관없죠. 이미 구인난과 인건비 상승 여파로 동네 경정비 카센터의 경우 작은 식당처럼 사장 혼자서 운영하는 추세입니다. 이게 말이 안 되는 상황이거든요. 이 업종은 직원이 필수거든요. 이런 상황에서 금리까지 오르니 엎친 데 덮친 상황인 거죠. 현재 업계 사장들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유명 스포츠 브랜드 대리점을 운영하는 A씨도 같은 의견이었다.
"지난 코로나19 기간 중 대표적 피해업종이 바로 우리 같이 대형 로드샵(점포)들이었습니다. 정말 벼랑 끝에 몰렸죠. 그래도 '이 또한 지나갈 것이다'라는 생각에 점주들 대부분은 정부의 정책자금을 대출받거나 은행 저리 담보 대출로 버텼습니다. 그렇게 '위드 코로나'로 겨우 희망을 품나 했는데 금리가 폭등한 거죠. 정말 고통스럽습니다."
▲ 텅 빈 매장 2022년 12월 19일 서울 중구 명동 거리의 상가 건물에 임대 안내문이 부착돼 있다. 텅빈 매장 안에 수도요금 고지서가 놓여 있다. |
ⓒ 연합뉴스 |
이게 다가 아니었다. 올겨울 우리나라에 몰아치고 있는 '한파'처럼 거리 두기 해제 이후 반짝 활기를 찾았던 자영업계에 몰아친 경기 한파는 자영업계를 급격히 얼어붙게 하고 있다. 단적인 예로, 외식 자영업자들에게는 '최고 성수기'라 할 수 있는 12월 분위기도 비수기 수준과 다를 게 없었다.
영등포에서 배달 전문 외식 사업을 하는 김진우씨는 지난해 12월, 외식 사업자에게는 가장 바쁠 시간인 저녁 시간에 몇 가지 음식을 싸 들고 필자의 사무실을 방문했다. 깜짝 방문에 놀란 필자는 "'피크 타임'인 이 시간에 어쩐 일이냐?"고 물었고 그는 내 물음에 한숨을 쉬었다.
"성수기인 12월인데 장사가 안돼요. 11월과 다를 게 없고 비수기인 10월과도 차이가 없어요."
이 상황은 그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몇 년 전 유명 피자 가맹점을 접고 현재 배달 대행 사업에 뛰어든 김경무씨는 급격히 얼어붙고 있는 외식 업계 상황을 이렇게 전했다.
"연말이 연말이 아니었어요. 월드컵 기간만 반짝 바빴을 뿐이고 이후에는 이게 진짜 연말이 맞나 싶었을 정도였죠. 코로나 이전하고 비교해봐도 지금 상황은 정상이 아니죠."
끊어지는 약한 고리
필자에게 '불금'의 뜻은 남들과 다르다. 금요일 늦은 시각, 두 번째 일을 마치고 도착한 집, 거실 TV 속 <시사직격>의 한 장면이 날 잠시 묶어뒀다. 제목은 '침체의 서막, 모두가 가난해진다' 였다. 그리고 이어진 내용들은 "2022년 부업자 수 증가 추이 역대 최고, 그중 대부분은 가장", "더 많이 더 오래 일해서 고물가 시대를 견뎌 내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자영업은 물론 우리 경제 분야 전반을 다룬 이 방송은 고금리, 고물가 위기에 처한 사람들이 고군분투하는 모습과 그들의 안타까운 사연을 전했다.
스치듯 본 방송에, 그날 밤 퇴근길이 떠올랐다. 금요일 밤 퇴근을 위해 부업으로 일하는 한 유명 프랜차이즈 점포를 나서며 돌아본 가게 건물의 모습은 스산했다. 점포는 입지가 좋은 건물에 입점해있다. 그런데 이 건물 1층에 불이 켜진 곳은 이제 여기 하나뿐이다.
현 점포가 입점할 당시 건물은 신축이었다고 한다. 당시 건물주는 이 프랜차이즈 가맹점을 입점시키기 위해 월세를 주변보다 파격적으로 낮추는 공을 들였다고 한다. 유명 프랜차이즈를 입점시킴으로써 신축 건물의 가치를 올리는 전략에 충실한 것이다. 유명 프랜차이즈가 입점한 상가 건물은 그렇지 않은 건물보다 더 높은 임대료로 더 빨리 채울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그 전략은 먹혔다. 한때 1층을 다 채웠으니 말이다. 그런데 수년이 지난 지금, 1층 4개의 상가 중 3개는 유리 벽에 붙은 '임대'라는 커다란 플래카드를 이용해 흉한 콘크리트 속살을 애써 감추고 있다. 그 사이, 모두 폐업한 것이다. 그중 한 가게는 얼마 전에 개업 1년도 안 돼 폐업했다. 인테리어가 참 예쁜 신생 프랜차이즈 가게였고 사장 부부도 가게 만큼 젊고 활기차 보였었다.
▲ 상가건물 곳곳이 공실 2022년 12월 19일 서울 중구 명동 거리의 상가 건물에 임대 현수막이 부착돼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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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자동차 기업과 계약으로 보증수리를 하는 사업자입니다. 즉 판매한 신차가 보증 기간 중 문제가 생기면 우리가 그 자동차회사 대신 수리해 주는 거죠. 보증수리 인건비와 부품 비용은 본사가 지급하고요. 문제는 보증수리 공임(인건비)을 본사가 거의 일방적으로 정한다는 거예요. 현재 보증수리 공임이 일반수리 공임보다 훨씬 싸게 책정되어 있습니다. 인건비 등 각종 경비는 계속 상승하고 최근 고금리까지 정말 힘듭니다. 1년마다 재계약을 해야 하니 본사 심기를 거스를까봐 아무도 목소리를 못 내는 형편입니다." - 자동차 보증수리 사업체 사장 김운용씨
"본사가 대리점의 온라인 영업권을 빼앗아 간 것도 모자라, 우리가 열심히 일궈놓은 대리점 중 매출 좋은 곳은 계약이 끝났다며 재계약을 거절하고 그 점포를 직영점으로 전환하더라고요. 코로나 재난 기간 중 대출받아 버틴 사장들에게 본사가 희망이 아니라 절망을 안긴 거죠." - 스포츠 브랜드 대리점 사장 A씨
KBS 신년 특집 방송이었던 <시사직격> '침체의 서막'은 영상 말미, 지금 이 위기를 넘기기 위해서는 부채를 감당하기 힘든 한계기업, 불황의 한파를 맞이할 자영업자들, 급격한 소득 감소를 겪을 사회적 약자들과 같은 가장 약한 고리부터 돌봐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조언을 전했다. 더불어 반갑지는 않지만, 어려운 시기가 다가온다는 것을 모두가 예상한 만큼 아직 준비할 시간이 있다는 비교적 긍정적인 메시지로 마무리됐다.
이 기사 작성 과정에서 인터뷰한 자영업자들의 바람도 그러했다. '아직 준비할 시간이 있다'라는 진행자의 말처럼 위정자들과 관료들이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길 바랐다. 그리고 이들은 간절히 부탁했다. 약한 고리에 가중되는 고통을 우리 경제 사회의 튼튼한 고리들이 나누어 분담하는 그런 연대의식을 꼭 발휘해 주기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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