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진 열사 "민주주의는 지식의 산물이 아니라 투쟁의 결과이다"
[윤종은 기자]
▲ 시사회 1월 14일 오전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농업생명과학대학 201동에서 여러 영화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안병권 감독의 독립 다큐멘터리 영화 '1975, 김상진'의 시사회가 열렸다. |
ⓒ 윤종은 |
5년 전 전북 김제로 귀촌한 안병권 이야기농업연구소 소장은 몇년째 많은 농민단체와 농민들의 초청으로 전국을 돌면서 농업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그의 강의 대상은 생활자원, 자원경영, 전문인력, 농촌자원, 도시농업, 가공, 종묘, 농촌관광, 여성교육, 교육경영, 농촌지원을 담당하는 농민들로서 말 그대로 농촌 곳곳의 모든 사람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는 자기의 스토리텔링 강의에 그치지 않고 카메라를 들고 다니면서 전국 방방곡곡, 약 200여 편의 농촌 동영상을 만들어 세상에 내놓고 농촌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이야기를 건져 올려 스토리 제작에도 힘을 기울였다. 그리고 자신이 직접 생산하는 농산물의 유통과 함께 이 '농촌 이야기 생산품들'도 '안병권TV 채널'과 소셜네트워크를 통해 전파하는 작업에 몰두해왔다.
▲ 시사회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농업생명과학대학에서 열린 안병권 감독의 독립 다큐멘터리 영화 '1975, 김상진'의 시사회 장면 |
ⓒ 윤종은 |
농촌 스토리텔링이 김상진 열사의 이야기 제작으로 이어져
치열한 삶의 현장의 이야기꾼으로 안주하기에는 그에게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김상진 열사가 갈망했고 수많은 민주열사들의 피로 얻어낸 민주주의는 수시로 위협을 받고 있고 유신과 5공으로 이어지는 군부독재의 잔재들도 사라지지 않고 있다.
결국 그는 3년 전 김상진 열사가 잠들어 있는 이천민주공원에서 열린 김상진 열사 추모식에 참석하고 돌아와 민주주의 제단에 피를 바친 김 열사의 스토리 수집과 제작에 나섰다. 직접 메가폰과 카메라를 들고 총감독을 맡으며 김 열사의 모교이며 산화 현장인 서울농대 수원캠퍼스는 물론 김 열사의 흔적을 찾아 전국 곳곳을 찾아다니고, 고 박원순 서울시장 등 많은 동지 및 지인들과 인터뷰도 진행했다.
14일 오전 11시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농업생명과학대학 201동에서 여러 영화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안병권 감독의 독립 다큐멘터리 영화 '1975, 김상진'의 시사회가 열렸다. 지난 3년간 든든한 후원자나 투자자도 없이 일반 시민들의 크라우딩 펀딩(8천만원)만으로 겨우 제작비를 마련하고 장영철 연출감독과 함께 제작자 겸 총감독으로서 열사의 이야기를 영상으로 엮어낸 결과물이다.
"학우여! 아는가! 민주주의는 지식의 산물이 아니라 투쟁의 결과라는 것을"
(김상진 열사의 녹음된 육성 내용 중 일부를 인용함)
▲ 시사회 서울대학교 농업생명과학대학에서 열린 안병권 감독의 독립 다큐멘터리 영화 '1975, 김상진'의 시사회에서 나온 김상진 열사의 육성 녹음이 실린 화면 |
ⓒ 김상진열사기념사업회 |
유신체제의 종말을 앞당기는데 크게 기여
1974년은 유신체제 절정기였으며 그해 '민청학련사건'이 일어나 커다란 파장을 일으키던 상황이었다. 또 1975년 4월 서울대학교 농과대학 학생들은 학원과 언론 자유 문제로 학생 총회를 개최하고 수원 시내 시위를 전개하였다. 4월 11일 서울 농대 학생들은 구속 학생 석방을 위한 집회를 개최하였다. 이때 김상진은 세 번째 연사로 등장해 양심 선언문을 낭독하고 과도로 할복하였고 수원 도립병원으로 이송되어 두 차례에 걸친 수술을 받았으나, 결국 다음 날 사망하고 말았다.
김 열사는 할복 현장에서 낭독한 '양심 선언문'과 하루 전에 작성한 '대통령께 드리는 공개장'(公開狀)을 통해 '민주주의란 나무는 피를 먹고 살아간다'고 규정한 다음 유신체제가 일체의 정치적 자유를 질식시키는 공포의 병영국가(兵營國家)를 만들어냈음을 비판하면서 자유와 평등의 민주사회를 건설하는 것이 민족과 역사를 위하는 길이고 조국의 민주주의를 쟁취하는 길임을 천명하였다.
민주주의 제단에 피를 뿌린 김 열사의 뜨거운 열정과 갈망은 이 후 정계는 물론 종교계와 학원가의 투쟁으로 확산돼 유신체제의 종말을 앞당기는데 크게 기여하였다.
▲ 시사회 안병권 감독의 독립 다큐멘터리 영화 '1975, 김상진'의 시사회에서 나온 관악캠퍼스의 추모비 현장 |
ⓒ 윤종은 |
젊은 세대에게 민주주의의 소중함 인식이 되길
시사회가 끝난 후 안병권 감독은 "스물여섯, 피 끓는 청년학생이 할복자결로 박정희유신독재에 내린 준엄한 경고가 오늘에도 그대로 적용되는 현실이 놀라울 따름이다. 지난 50년 축적된 민주주의 '역동'이 다시 임계점을 향해 치닫는 상황이어서이다. 열사를 직접 뵙지는 못했지만 동 시대인으로 그 분의 마지막 육성을 들으며 가볍지 않게 삶의 중심을 잡고 살아왔다. 더하여 개인적으로 열사의 '삶결'을 영화로 만드는 기회를 얻었으니 이보다 더 큰 '운명의 울림'이 없다"고 밝혔다.
그는 또 "고 김상진 열사의 바람대로 위대한 승리가 도래하고 열사로부터 '뜨거운 갈채'를 받는 시대가 되었으면 좋겠다. 그리되도록 내 생애 다시 한번 더 민주주의 실현에 집중하고 우리 모두의 삶결에 만족스런 웃음이 가득하도록 열사의 정신을 새기겠다"고 다짐했다.
▲ 시사회 안병권 감독이 독립 다큐멘터리 영화 '1975, 김상진'을 당시 수원 캠퍼스 현장에서 촬영하고 있는 모습 |
ⓒ 김상진열사기념사업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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