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품 제조부터 포장까지… LG ‘2번째 등대’ 테네시 공장
판금·사출·도장 등 한 생산시설로 ‘내재화’
세탁기 이어 건조기 생산까지 시작…‘세계 생산 거점’ 역할
지난 9일(현지시간) 미국 테네시주의 주도 내슈빌에서 차로 약 1시간을 달리자 클락스빌 외곽의 ‘LG웨이’로 들어섰다. LG전자의 테네시 공장 건설을 기념하며 이름 붙여진 도로였다. 도로 옆으로 드넓은 들판이 펼쳐졌고, LG전자의 로고가 박힌 거대한 공장도 눈에 들어왔다.
가로 100m, 세로 500m의 길쭉한 모양의 생산라인은 복잡한 구조 없이 일직선으로 쭉 뻗어있었다. 지난해 10월 방문했던 LG전자 창원 스마트파크가 최신 생산 설비를 한정된 공간에 압축시켜놓은 느낌이었다면, 테네시 공장은 한적하고 여유 있는 느낌이었다.
공장 안 곳곳을 자동무인운반차량(AGV)가 돌아다니고 있었다. 바닥에 부착된 QR코드를 따라가며 수백㎏이 넘는 자재들을 운반하고 있었다. LG전자 테네시 공장에서는 생산의 처음과 끝에 필요한 부품을 166대의 AGV가 나른다. AGV가 최적의 경로를 찾아 자동으로 운반하기 때문에 사람의 힘을 상당 부분 아낄 수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사람이 직접 하루 6000번 이상 나르던 부품을 AGV가 알아서 처리하고 있다. 안전사고를 예방하는 데도 효과적이고, 인건비가 비싼 미국 시장에 대한 대응책으로도 좋다”고 설명했다.
테네시 공장은 부품 제조부터 세탁기를 완성하고 포장하는 작업까지 하나의 라인에서 해결할 수 있는 ‘내재화’ 공장이다. 전자 부품과 같은 외부 공급이 필요한 부품 외 굵직한 부품들을 모두 생산라인에서 만들어 자체적으로 공급한다. 판금, 사출, 도장 등의 작업을 한 곳에서 할 수 있어 효율성도 올라간다. 실제 공장 한쪽에는 부품용 원자재가 컨베이어벨트를 타고 이동하며 세탁기용 부품의 모습으로 변신하고 있었다. 생산라인의 일부 공간은 생산 부품을 숙성하는 공간으로도 활용됐다.
LG전자는 테네시 공장을 통합생산체계로 활용하면서 물류대란 등 외부적인 요인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었다고 한다. 지난해 발생했던 전 세계적인 물류대란 때도 LG전자는 테네시 공장 가동률을 끌어올려 배송 지연을 최소화하는 등 위기에 대응했다는 설명이다. LG전자 관계자는 “현지 생산을 통해 물류비와 관세, 배송시간 등을 줄여 수요 변화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물류비가 늘어나 원가가 인상했는데, 내재화를 통해 각종 비용을 줄여 가격경쟁력을 지킬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테네시 공장은 첨단 제조기술을 접목한 세계적인 수준의 지능형 자율공장으로 구축됐다. 인공지능(AI),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등 디지털 기술을 도입하고 로봇을 활용해 공정을 자동화했다. 인건비가 높은 지역에서 자동화를 통해 비용을 아낄 수 있다는 이점도 있었다. 테네시 공장은 2018년 말 준공 후 세탁기 생산라인 2개를 가동했다. 지난해 9월에는 건조기 라인까지 가동을 시작했다. 현재 총 3개의 생산라인에서 드럼세탁기와 통돌이세탁기, 건조기를 생산 중이다. 연간 생산능력만 세탁기 120만대, 건조기 60만대 수준이다.
테네시 공장은 내재화, 자동화 기술을 인정받아 13일(현지시간) 세계경제포럼(WEF)에서 ‘등대공장’에 선정됐다. 등대공장은 첨단기술을 적극적으로 도입해 세계 제조업의 미래를 이끄는 공장이다. 지난해 3월 한국 가전업계 최초로 창원 LG스마트파크가 등대공장에 선정된바 있다. LG전자는 1년도 채 되지 않아 2곳의 등대공장을 보유한 유일한 기업에 이름을 올렸다.
LG전자는 테네시 공장의 자동화율을 지속해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류재철 H&A사업본부장(사장)은 “테네시 공장의 자동화율은 현재 63%인데 올해 연말까지 70% 가까이 높이는 것이 목표다. 생활가전 제조공장 기준으로는 최고 수준이다. 올해 상반기에 워시타워 라인까지 신설하면 테네시 공장은 세탁 가전 생산 전초기지이자 북미 생활가전 사업 성장의 주춧돌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클락스빌=전성필 기자 fee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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