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과 싸우는 어글리 친윤(親尹) [정기수 칼럼]
돌연 나경원을 반윤(反尹)으로 몰아
당심 100% 룰 믿고 대범하게 맡겨야
총선 승리는 결국 대통령 지지도가 좌우
필자는 지난 칼럼에서 유승민만 혹평했을 뿐 김기현이나 나경원이나 다 좋은 여당 대표 후보감들이라는 의견을 보였었다.
두 사람이 자기 정치하지 않고 윤석열 정부 성공을 위해 지원할 사람들이라고 믿어서였다. 그런데, 요즘 대통령실과 친윤 의원, 지자체장, 강성 보수 여론 주도자들이 돌연 김기현을 백마 타고 온 초인(超人)으로 떠받들면서 나경원을 무차별 난도질하고 있다.
그녀가 지난 정권들에서 보수 정당의 대표적 여성 중진 의원으로 보인 인상적인 행보는 없다. 그렇다고 복날 개 패듯 두드려 맞아야 할 만한 죄악이나 부도덕한 행위를 저지른 것도 없다.
굳이 흠을 찾자면, 큰 선거가 있을 때마다 빠지지 않고 나와서, 예외 없이 패배했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이 또한 변명 거리가 없는 건 아니다.
출마할 사람이 없어 십자가를 진 선거(무적 박원순 상대)도 있었고, 그 선거(‘주모’ 이수진 상대 코로나 총선, 오세훈 상대 서울시장 보선, ‘가짜 청년’ 이준석 상대 전대)에서 분 바람 탓으로 돌릴 수 있는 불운도 많다.
(윤석열 당선을 위해) 한 일은 별로 없는 주제에 (장관) 자리 욕심만 낸 사람이라는 매도는 타당한가? 그녀는 경선 때는 침묵했지만, 본선에선 홍준표, 유승민 같은 불복자들과 달리 누구보다 열심히 윤석열을 외치며 뛰었다. 허나 대통령실은 물론 대통령 윤석열 자신도 조종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친윤 실세 장제원의 나경원 공격은 너무 거칠었다.
“대통령을 위하는 척하며 반윤의 우두머리가 되겠다는 것이다. 불과 3개월 전에 본인이 그토록 원해서 간 자리가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이고, 기후환경대사 직은 본인이 원하는 명칭으로 바꿔 주면서까지 배려한 자리다. 오로지 자기밖에 모르는 사람 아닌가?”
새 정부 초기 ‘인사권자’ 권력을 휘두르다시피 했던 사람의 ‘비사’ 공개라 일부 사실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치사한 여자’로 비난한 대로는 아닐 것이다. 대통령을 욕보이는 지나친 언사다.
나경원 측의 반박이 장제원의 ‘용렬한 인신공격’을 고발한다.
“특히 ‘본인이 그토록 원해서 간 자리’라거나 ‘퍼스트 클래스를 타고 다니면서 장관급 예우를 받은 사람’이라는 언급은 사실과 다르기에 바로잡는다. 나경원 전 의원은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직을 요구한 바 없다. 퍼스트 클래스 좌석을 이용한 적도 없다.”
나경원이 지난주 ‘나경원 사태’로 악화되는 계기가 된, 저출산 대책 아이디어를 내놓은 건 당 대표 출마를 위해 직(장관급인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을 이용했다는 비판은 감수해야 한다. 그러나 헝가리 사례를 빌려 오자는 그 정책 아이디어 자체가 꼭 나쁜 건 아니다.
나경원을 맘먹고 욕하는 사람들은 그것이 포퓰리즘이며 ‘정책 백치’ 여자의 당권 욕에 눈먼 엉터리라고들 한다. 출산을 약속하면 주택 구입 자금으로 2억원 대출, 1명 낳으면 이자 면제, 2명 낳으면 원금 일부(1/3) 탕감이 남미 국가들이 행하는 나라 망하는 포퓰리즘인가?
이에 들어가게 될 돈 10여조원은 현재 나라 전체에서 직간접적으로 출산 장려를 위해 들이는 돈 100여조원의 10%에 불과하다. 대한민국의 운명을 좌우할, 아기 울음소리를 더 많이 듣기 위한 돈으로서 이 정도는 우리가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규모다.
포퓰리즘은 오직 친윤 주자 김기현의 낙승에 방해된다는 이유만으로 나경원을 공격하는 핑계일 뿐이다. 그녀가 이 아이디어를 좀 더 전이나 후에 내놓았으면 좋았을 테지만, 저쪽은 이미 마녀사냥을 할 태세가 돼 있었다. 그 진군의 나팔에 호응하며 꽹과리를 치고 있는 사람들이 당 안팎에서 지금 조바심 내며 광분하고 있다. 국민의힘 판 개딸들이다.
나경원은 이들을 향해 진윤(친윤이 아니고 眞尹)이 아니라고 했다.
“(두 장관직을 해임 조치한) 대통령님의 뜻을 존중한다. 어느 자리에 있든 윤석열 정부의 성공과 대한민국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나는 결코 당신(친윤 의원)들이 ‘진정으로’ 윤석열 대통령,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위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자신들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대통령을 팔고 있고, 대통령을 흔들고 있는 호가호위(狐假虎威)라는 것이다. 차기 당 대표 선거를 지켜보는 말 없는 보수우파들에게 누가 진윤(眞尹)인지는 알 도리가 없다.
다만, 김기현이나 나경원이나 다 친윤(親尹)이라는 데는 별 의심이 없다. 기회주의적이고 맹목적인 ‘윤빠’들이 나경원을 갑자기 비윤(非尹)도 모자라 반윤(反尹) 낙인을 찍으려 하고 있다. 참으로 어글리 하다.
‘친윤' 의원들과 그에 영향 받은 80여만 당원들의 압도적 지지로 김기현이 새 대표로 뽑히고 나경원은 또 한 번 선거에서 떨어질(그래서 정계 은퇴 위기에 몰릴) 가능성이 현재로서는 높다. 그러면 되는 것 아닌가?
장제원 등 친윤들은 새로 고친 당원 투표 100% 룰을 믿고 대범해지기 바란다. 그래서 품위를 잃지 말도록 하라. 야비하게 뒷얘기 까며 라이벌을 (거짓말로) 비난하지 말고 말이다.
대통령 윤석열도 순방 외교 귀국 길 비행기 안에서 깊이 숙고해야만 한다. 국회 다수당은 김기현 여당 대표만으로 될 수 있는 게 아니다. 대통령이 잘하면 이긴다. 현재의 ‘원칙과 법치’ 기조를 유지하면 된다.
역대 총선은 당 대표 지지율이 아니고 대통령 지지율 싸움이었다.
글/정기수 자유기고가(ksjung724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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