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안락사 등 생명 윤리, 기독교 관점에서 어떻게 봐야하나

임보혁 2023. 1. 15. 0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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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청년생명윤리학회, 청년 대상으로 2월까지 토요일마다 ‘기독교 생명윤리 기초 세우기’ 강좌 진행
한국기독교생명윤리협회 상임대표 이상원(마이크 든 이) 교수가 14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역 인근 유스아카데미에서 열린 한국청년생명윤리학회의 ‘기독교 생명윤리 기초 세우기’ 강좌에서 강연하고 있다.

낙태와 안락사 등 생명윤리 문제에 관심을 가진 청년들이 이에 관한 올바른 성경적 생명 윤리관을 정립해나가는 모임이 있다. 한국청년생명윤리학회(최다솔 대표)다.

한국청년생명윤리학회는 격주 토요일마다 ‘기독교 생명윤리 기초 세우기’ 강좌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시작해 오는 2월까지 연다.

다섯 번째 강좌가 열린 14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역 인근의 유스아카데미를 찾았다. 열 명 안팎의 청년들이 총신대 신학대학원 부총장을 역임한 한국기독교생명윤리협회 상임대표 이상원 교수의 강의를 듣고 있었다.

이 교수는 이날 어떤 기준을 인간 생명의 시작점으로 삼아야 할지, 성경적으로 올바른 생명 윤리관은 어떤 것인지 등을 놓고 강연했다. 이 교수는 인간의 영혼이 뇌에 의해 생성된다는 ‘뇌파설’ 등 학계의 인간 중심 관점들을 비판하며, 생명의 시작에 관한 올바른 기독교 가치관은 어떻게 정립해야 할지를 안내했다.

이 교수는 “뇌파가 감지되는 시점을 생명의 시작점으로 보는 ‘뇌파설’은 영혼이 뇌 신경 세포의 상호작용으로부터 시작된다고 보는 인간관을 배경으로 한다”며 “하지만 성경적 인간관은 영혼이 뇌에서 기원한다고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창세기는 하나님께서 흙으로 사람을 지으신 후 신체 안에 영혼을 불어넣으셨다고 기록한다”며 “이는 영혼이 뇌를 포함한 신체 어느 부위로부터도 기원한 것이 아님을 증명한다”고 강조했다.

정자와 난자가 만나 잉태하는 순간 이미 영혼을 가진, 살아있는 인격체로 존재한다는 ‘수정란설’이 보다 더 성경적 가치관에 맞는다고도 했다. 낙태 가능 시점을 두고 세간의 논란이 많은 현 상황에서 인간 생명의 시작을 기독교 관점에서 어떻게 바라봐야 할지 가늠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교수가 기독교 관점에서 생명의 시작점을 언제로 삼아야 할지를 놓고 이야기하고 있다.


대학에서 간호학을 전공 중이라는 김효진(23)씨는 진로를 고민하던 중 한 SNS에 올라온 이 강좌 홍보 글을 보고 참석했다고 했다. 김씨는 “간호사로 환자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기독교 가치관을 기반으로 어떤 생명 윤리관을 지녀야 할지 고민이 많았다”며 “‘아가페’ 사랑으로 환자를 긍휼히 여기는 마음을 지녀야 한다는 이 교수님의 말씀이 와 닿았다”고 말했다. 이어 “기독교 신앙이 있지만, 낙태죄 헌법불합치 판결 등에 관해 깊게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며 “이번 기회에 이런 문제들에 관해 제대로 알아보고, 생각해보려 강의를 듣고 있다”고 덧붙였다.

최다솔(28) 대표는 “2019년 낙태죄 헌법불합치 판결 이후 기독교 생명 윤리에 관심을 가진 주변의 청년들이 모여 이듬해 한국청년생명윤리학회가 발족했다”며 “기독교 세계관을 바탕으로 생명 윤리 문제를 분별하고 싶다는 청년들을 위해 이번 강좌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한국청년생명윤리학회에 속한 청년들은 앞서 매달 마지막 주 토요일이면 낙태, 안락사, 유전자편집 등을 주제로 정기 모임을 가져왔다. 낙태반대 길거리 캠페인에 참여하거나 성산생명윤리연구소(이명진 소장)와 함께 생명 윤리 문제에 관한 설문조사를 수행하는 등 여러 활동도 펼쳤다. 지난해 10월에는 ‘현대 생명윤리의 쟁점’에 관한 주제로 이에 관심 있는 청년들과 함께 콜로키엄도 진행했다.

최 대표는 “생명윤리에 관심을 두고 보니 생명을 존중하는 절대적인 가치관을 지닌 곳은 기독교뿐이더라”며 “보편적인 윤리 의식이 점점 없어지는 시대가 아닌가. 기독교인이라면 성경적 가치관을 기본으로 하는 윤리관을 가져야 한다고 본다. 청년들이 이를 기반으로 각자의 분야에서 영향력을 끼쳐나갈 수 있도록 이끌고자 한다”고 전했다.

이 교수는 “기성세대가 다음세대에게 생명 윤리 쟁점에 대해 기술적인 해결법을 가르치기보다는 근본적인 기독교 윤리 규범을 훈련해야 한다”며 “단순히 물고기를 잡는 방법론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생명 윤리 문제의 본질을 파악할 사상적 터전을 만들어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글·사진=임보혁 기자 bosse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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