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새삥! 차.잘.알 언니가 들려주는 페라리 모터쇼 비하인드 썰
Cosmo Girl (이하 ‘C’): 언니, 오늘 날씨 기가 막힌다. 지구상에서 가장 좋을 것 같아!
Ferrari Lady(이하 ‘F’): 그러게, 11월에 시드니라니. 반팔 입고 크리스마스트리를 다 보네.
‘우니베르소 페라리(Universo Ferrari, 페라리의 세계)’가 2022년 11월, 사흘간 시드니에서 열렸다. 페라리의 고향 이탈리아 마라넬로를 떠나 처음으로 타지에서 열린 행사다. 페라리 고객과 팬을 초청했고, 티켓 판매 수익금은 페라리의 오랜 자선 파트너인 세이브더칠드런에 기부됐다. 전시회 장소는 로열 랜드윅 경마장의 윙스 스탠드. 우아하고 역동적인 분위기의 경마장을 보자, 페라리 로고 속 흑마가 뛰어노는 상상이 경쾌하게 스쳐갔다.
C: 근데 자동차 브랜드가 이렇게 전시회도 열어? 일반 모터쇼랑 뭐가 달라?
F:모터쇼는 다양한 브랜드가 한자리에 모이지. 그렇지만 기존 고객이나 팬과 찐~하게 만나기는 아쉬울 수 있지. 그래서 페라리는 이렇게 자체 모터쇼처럼, ‘우니베르소 페라리’라는 연중 행사로 전시회를 열어. 이야기할 게 넘치는 브랜드니까. 이번 전시회의 주인공은 얼마 전 아시아 최초로 국내에 론칭했던 ‘푸로산게’, 그리고 레고 조립 세트도 구하기 어려운 ‘데이토나 SP3’이다. 남반구에서는 두 모델 모두 처음 소개되는 자리였다. 우니베르소 페라리 전시장은 관람객을 하나의 길을 통해 6개 방으로 안내했다. F1, 클래시케, 커뮤니티, 프로덕트 레인지, 테일러 메이드, 아이코나. 그 순서를 따라 페라리의 시작부터 현재까지, 페라리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F: 도로에서 페라리 보면 어땠어?
C:빨갛고… 납작하고… 빠르고…, 그래서 오히려 페라리를 천천히 운전하는 오너를 보면 멋지더라고. 빨리 달릴 수 있지만, 함부로 속도를 높이지 않는 여유가 느껴져서.
F:오, 맞아. 페라리! 하면 레드 컬러가 떠오르지. 이탈리아어로 ‘로소 코르사(Rosso Corsa)’, 영어로는 ‘레이싱 레드’라고 불러. 이탈리아 레이싱팀을 상징하는 색상이 레드였거든. 이제는 뭐, 완전히 페라리를 대표하는 컬러지만.
시드니의 쾌청한 하늘 아래 페라리의 노란색 깃발이 펄럭였다. 그 노란빛을 따라가니 우니베르소 페라리 전시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페라리 오스트랄라시아 지역 총괄지사장 얀 헨드릭 보스의 환영을 받으며 검붉은 이모셔널 터널로 들어섰다. 터널 속에서 분주했던 정신이 경건하게 모아졌다. 첫 번째 전시장 ‘F1’. 2004년 마이클 슈마허가 운전해 마지막으로 월드 챔피언에 올랐던 F1 레플리카가 관람객을 정면으로 바라봤다. 전시실 한쪽 벽면엔 그가 호주 그랑프리에서 획득한 4개의 트로피가 빛나고 있었다. 페라리의 세계는 애초에 레이싱카로 시작됐다. 페라리의 창업자 엔초 페라리는 열정적인 레이서였고, 페라리를 설립하기 전에 자신의 이름을 딴 ‘스쿠데리아 페라리’라는 레이싱팀을 만들어 운영했다. 그는 팀 운영비를 페라리 양산차를 팔아 마련했다. 보통 자동차 브랜드가 기술력을 과시하기 위해 레이스에 출전하는 동기와는 달랐다. 엔초 페라리의 자동차 경주에 대한 열정은 알면 알수록 놀랍다.
C: 오, 나 엔초 페라리 본 적 있어!
F:엥? 돌아가신 지 한참인데?
C:〈포드 V 페라리〉 영화에 등장하잖아! 엄청 까탈스럽던데.
F:맞다 맞아, 제대로 봤네. 자신의 브랜드에 조금의 타협도 없었지. 자존심이 엄청나게 강했대. 그의 태도가 지금의 페라리를 만든 거지.
다음 전시실로 향했다. 두 번째 전시 테마는 ‘클래시케’. 페라리가 인증하는 클래식카 프로그램이다. 페라리가 생산한 모든 차량의 아카이빙을 완벽하게 남겼기에 가능한 일. 클래시케 프로그램으로 페라리의 까다로운 검증과 지속적인 관리를 받은 2대의 차가 전시됐다. 엔초 페라리의 유작이자 역작, F40. 그리고 페라리의 명작, 356 GTB/4 데이토나. 눈앞에 F40이 있다는 게 믿어지지 않았다. 한 치의 망설임 없이 그어진 선과 면, 디테일 하나하나에 의미를 담은 정성. 엔초 페라리가 백발의 노인으로 남긴 마지막 열정이었다.
F: 와, 이번 전시에 F40 올 수도 있다는 소문을 듣긴 들었는데… 진짜 있을 줄 몰랐어. 눈에 잘 담아둬, 다시는 못 볼 수도 있는 모델이야. ‘엔초 페라리의 마지막 작품’, ‘페라리 창립 40주년 기념 모델’, ‘가장 빠른 차’ 등 여럿 기념비적인 수식어가 따르는 모델이지. 당시 출고가보다 현재 가격이 훨씬 더 비싸!
C:그렇게 중요한 모델인데, 실내가 텅 비어 있네? 럭셔리하게 꾸민 느낌이 아니야.
F:F40은 엔초 페라리가 ‘가장 빠른 슈퍼카’ 타이틀을 위해 만든 역작이거든. 사치스러운 옵션은 고속 주행에 방해만 될 뿐이었지. 차가 무거워지니까!
다음 전시실로 넘어갔다. 페라리의 라이프스타일과 경쟁의 정신을 담은 ‘커뮤니티’ 전시실에서는 고객 레이싱 프로그램인 코르세 클리엔티(Corse Clienti)와 콤페티치오니 GT(Competizioni GT)를 자세히 살펴볼 수 있었다. 트랙 경험이 없는 고객부터 나이가 지긋한 고객까지 페라리를 즐길 수 있는 방법을 제안했다. 실제로 여성 오너만을 위한 페라리 레이디컵도 열린다. 다음 전시실은 ‘프로덕트 레인지’. 현재 페라리의 팔레트를 펼쳐놓았다. 이름도 디자인도 아름다운 GT, 로마가 시선을 사로잡았다.
C:언니, GT가 뭐야? 페라리를 설명할 때 자주 쓰이던데.
F:오, 완전 중요한 질문이다. 이전에 말했듯이 페라리는 경주용 차를 만들기 위해 돈이 필요했어. 그래서 일반 도로용 차를 만들었지. 그게 GT카였어. ‘Grand Touring(장거리 여행)’의 약자야. 장거리 여행도 편안하게 갈 수 있다는 뜻이지. 물론 페라리가 선보이는 GT카가 타 브랜드에 비해 완전히 편안한 자동차는 아니지만. 어쨌든 현재 페라리의 플래그십 모델도 GT카야. 어디 가서 페라리에 대해 아는 척하고 싶으면, “페라리는 GT죠!”라고 말해 봐.
C: 트랙이 아닌 일반 도로에서는 까불지 말고 편안한 차를 타라는 건가(웃음). 오, 페라리도 럭셔리할 줄 아네! 저기 전시실 좀 봐.
F: 럭셔리? 페라리가 아주 잘 알지….
‘테일러 메이드’ 전시실에서는 고객이 원하는 건 무엇이든 만들어줄 수 있다는 자신감이 느껴졌다. 그렇지만 테일러 메이드는 어느 정도의 가이드가 있다. 단 한 사람을 위해 만들어지는 한 대의 페라리는 원오프(one-off) 프로그램. 마지막 전시실은 ‘아이코나’. 페라리를 대표하는 모델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페라리의 디자인을 기념하는 시리즈다. 한정 생산 에디션으로 출시된 페라리 몬자 SP2와 데이토나 SP3 모델이 나란히 전시돼 있다. 아이코나 세 번째 시리즈인 데이토나 SP3. 차명은 1967년 데이토나 24시 레이스에서 1등, 2등, 3등을 모두 차지한 레이스를 기념한다. 전반적인 외형은 페라리의 상징적인 자동차들에서 고루 가져왔다. 층이 겹겹이 쌓인 앞모습, 절벽처럼 깎인 뒷모습. 쌍꺼풀이 그어진 헤드램프는 과거 슈퍼카의 팝업 헤드램프를 연상케 하는 디자인. 과거와 미래를 섹시하게 연결하는 페라리의 방식이다. 전시의 여정은 루프톱 테라스에서 마쳤다. 푸른 하늘 아래 페라리에서 가장 최근에 선보인 푸로산게가 전시됐다. 4인이 넉넉하게 즐길 수 있는 페라리. 편하게 타고 내릴 수 있는 페라리. 어마어마한 깊이의 페라리가 폭을 끝없이 넓힌다. 단단한 뿌리와 다채로운 숲, 페라리의 세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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