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약이 풀이면 꽃 중의 왕 모란은? [한의사와 함께 떠나는 옛그림 여행]

윤소정 2023. 1. 14.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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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을 식혀주고 혈액 순환을 도와주는 목단피

한의사로 일하면서 우리 조상들이 남긴 다양한 옛그림과 한의학과의 연관성을 들여다봅니다. 우리 민족의 역사와 함께해 온 문화와 생활, 건강 정보를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편집자말>

[윤소정 기자]

모란은 아름답지만 향기가 없는 꽃일까? 그 의문점은 삼국유사와 삼국사기에 기록되어 전해져 내려오는 신라 선덕여왕(? ~ 647)의 이야기에서 출발한다. 

당나라로부터 받은 모란 씨앗과 그림을 본 그녀가 말했다. "이 꽃은 아름답지만 향기가 없을 것"이라고. 그리고 씨를 심어 꽃이 핀 후에 살폈더니, 역시나 향기가 없었다고 한다. 이에 대해 어떻게 알았는지 묻자, 그녀는 "그림 속 모란꽃 주위에 나비가 없었다"라고 답했다. 

이는 선덕여왕의 지혜로움을 알 수 있는 하나의 이야기로 알려졌지만, 실제 모란꽃이 향기가 없을 것이라는 오해가 생기게도 했다. 실제 모란은 품종에 따라 향기가 있는 것도 없는 것도 있다. 즉, 향기가 진한 모란꽃도 분명히 존재한다. 
 
▲ 모란과 나비 강세황, 종이에 수묵담채, 32.7x21.1cm, 개인 소장
ⓒ 공유마당(CC BY)
 
모란과 나비를 함께 그린 강세황의 작품으로, 표암선생 담채화훼첩에 속한 그림이다.

모란은 그 꽃이 화려하고 품위가 있어, 꽃 중의 왕이라고 불렸다. 높이는 2m 정도로 5월에 꽃이 핀다. 우리나라에 들어온 시기는 삼국시대 진평왕 때로, 약 1500년 전에 약용으로 전해졌다고 한다. 

모란은 목작약이라는 이명이 있는데, 작약이 작약과의 다년생 초본(여러해살이풀)인데 반해 모란은 작약과의 낙엽소관목이다. 즉 작약은 풀이고 모란은 나무이다.

모란을 화왕(花王), 작약은 화상(花相)이라 하여, 모란이 꽃 중에 제일인 왕이라면 작약은 그 다음인 재상으로 여겼다.

하지만, 조선 후기 <화암수록>에 "작약은 충실하고 화려함이 화왕(모란)보다 못하지 않으므로 아마도 화왕에게 머리를 숙이고 신하 노릇을 하지 않을 것이다"라는 구절도 있다. 화암수록은 영조 시대에 유박(1730~1787)이 지은 원예 전문서로, 저자의 국문시조 10수 등이 수록되어 있다. 
 
▲ 모란도 1820년대, 비단에 채색, 병풍 전체 194×580cm
ⓒ 국립중앙박물관
 
모란도 10폭 병풍이다. 연속되는 열 폭의 화면에 분홍색, 붉은색, 하늘색, 노란색 등 색색의 모란꽃이 화려하게 피어 있다. 아래쪽으로는 청색, 녹색, 갈색, 분홍색 등 다양한 괴석이 중간중간 자리 잡고 있다.

모란도 병풍은 19세기 말~20세기 초에 그려진 궁중장식화와 민화가 남아 있다. 위의 모란도는 작가가 알려지지 않았지만 그 솜씨와 작품의 규모, 화려한 채색 등으로 볼 때 궁중장식화로 추정된다.

모란은 풍요로움과 고귀함, 부귀 영화의 상징으로 부귀화라는 또 다른 이름이 있다. 이러한 의미 때문에 왕실 여인들의 옷에서 모란무늬를 찾을 수 있고, 신부의 예복인 원삼, 활옷에 모란꽃을 수놓았다. 책거리 그림에도 모란꽃을 그려 넣었다.

모란 병풍은 조선시대 왕실의 안녕과 번영을 기원하며 주요 궁중 의례와 행사 때 사용했고, 민간 혼례에서도 사용되었다. 
 
▲ 모란절정 심사정, 종이에 수묵, 27.5x46.9cm, 간송미술관 소장
ⓒ 공유마당(CC BY)
 
심사정이 그린 <모란절정>이다. 앞서 병풍에 표현된 채색모란도와 달리 먹으로만 그린 묵모란도다. 모란은 2∼3일간 꽃을 피우지만 꽃잎이 많은 종은 더 오랜 기간인 7∼10일간 피기도 한다. 아침부터 핀 꽃은 정오가 되면 절정에 달한다고 한다.

모란의 뿌리껍질은 약재로 사용

모란은 한자어로 목단(牡丹)이라 하는데, 약재로 사용하는 부분은 뿌리껍질로 목단피라고 부른다. 목단피는 가을에서 초봄 사이에 뿌리를 캐서 수염뿌리를 제거하고 뿌리껍질을 말려서 사용한다. 단면이 백색 가루로 덮혀 있으며 향기가 강한 것이 좋다.
 
 목단피
ⓒ 윤소정
 
맛은 쓰고 매우며, 성질은 약간 차갑다. 열기를 식히고, 뭉친 어혈을 제거하는 효능이 있다. 어혈을 없애기 때문에 타박상, 멍들었을 때, 생리불순이나 생리통, 피부에 반점이 나타나는 증상에 활용할 수 있고, 열을 식혀주어 피를 토하거나, 코피가 날 때, 뼛속이 달아오르며 뼛골이 쑤실 때 사용한다. 항혈전, 항알레르기, 항염증 등의 약리작용 등이 보고된 바 있다.

해열을 목적으로 할 때는 약재를 그대로 생용(生用)하고, 혈액의 운행을 원활하게 하고 어혈을 풀어줄 때는 주초한다. 주초란 한약재를 술에 불려서 누렇게 되도록 볶은 것으로, 이렇게 하면 혈액 순환을 촉진하며 나쁜 맛과 냄새를 없애거나 약하게 할 수 있다. 또한 지혈하고자 할 때는 약재의 겉면은 까맣게, 속은 밤색이나 진한 황갈색으로 되게 볶아서(초탄; 炒炭) 이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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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윤소정 시민기자의 개인 브런치 https://brunch.co.kr/@nurilton7 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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