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약이 풀이면 꽃 중의 왕 모란은? [한의사와 함께 떠나는 옛그림 여행]
한의사로 일하면서 우리 조상들이 남긴 다양한 옛그림과 한의학과의 연관성을 들여다봅니다. 우리 민족의 역사와 함께해 온 문화와 생활, 건강 정보를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편집자말>
[윤소정 기자]
모란은 아름답지만 향기가 없는 꽃일까? 그 의문점은 삼국유사와 삼국사기에 기록되어 전해져 내려오는 신라 선덕여왕(? ~ 647)의 이야기에서 출발한다.
당나라로부터 받은 모란 씨앗과 그림을 본 그녀가 말했다. "이 꽃은 아름답지만 향기가 없을 것"이라고. 그리고 씨를 심어 꽃이 핀 후에 살폈더니, 역시나 향기가 없었다고 한다. 이에 대해 어떻게 알았는지 묻자, 그녀는 "그림 속 모란꽃 주위에 나비가 없었다"라고 답했다.
▲ 모란과 나비 강세황, 종이에 수묵담채, 32.7x21.1cm, 개인 소장 |
ⓒ 공유마당(CC BY) |
모란과 나비를 함께 그린 강세황의 작품으로, 표암선생 담채화훼첩에 속한 그림이다.
모란은 그 꽃이 화려하고 품위가 있어, 꽃 중의 왕이라고 불렸다. 높이는 2m 정도로 5월에 꽃이 핀다. 우리나라에 들어온 시기는 삼국시대 진평왕 때로, 약 1500년 전에 약용으로 전해졌다고 한다.
모란은 목작약이라는 이명이 있는데, 작약이 작약과의 다년생 초본(여러해살이풀)인데 반해 모란은 작약과의 낙엽소관목이다. 즉 작약은 풀이고 모란은 나무이다.
모란을 화왕(花王), 작약은 화상(花相)이라 하여, 모란이 꽃 중에 제일인 왕이라면 작약은 그 다음인 재상으로 여겼다.
▲ 모란도 1820년대, 비단에 채색, 병풍 전체 194×580cm |
ⓒ 국립중앙박물관 |
모란도 10폭 병풍이다. 연속되는 열 폭의 화면에 분홍색, 붉은색, 하늘색, 노란색 등 색색의 모란꽃이 화려하게 피어 있다. 아래쪽으로는 청색, 녹색, 갈색, 분홍색 등 다양한 괴석이 중간중간 자리 잡고 있다.
모란도 병풍은 19세기 말~20세기 초에 그려진 궁중장식화와 민화가 남아 있다. 위의 모란도는 작가가 알려지지 않았지만 그 솜씨와 작품의 규모, 화려한 채색 등으로 볼 때 궁중장식화로 추정된다.
모란은 풍요로움과 고귀함, 부귀 영화의 상징으로 부귀화라는 또 다른 이름이 있다. 이러한 의미 때문에 왕실 여인들의 옷에서 모란무늬를 찾을 수 있고, 신부의 예복인 원삼, 활옷에 모란꽃을 수놓았다. 책거리 그림에도 모란꽃을 그려 넣었다.
▲ 모란절정 심사정, 종이에 수묵, 27.5x46.9cm, 간송미술관 소장 |
ⓒ 공유마당(CC BY) |
심사정이 그린 <모란절정>이다. 앞서 병풍에 표현된 채색모란도와 달리 먹으로만 그린 묵모란도다. 모란은 2∼3일간 꽃을 피우지만 꽃잎이 많은 종은 더 오랜 기간인 7∼10일간 피기도 한다. 아침부터 핀 꽃은 정오가 되면 절정에 달한다고 한다.
모란의 뿌리껍질은 약재로 사용
▲ 목단피 |
ⓒ 윤소정 |
맛은 쓰고 매우며, 성질은 약간 차갑다. 열기를 식히고, 뭉친 어혈을 제거하는 효능이 있다. 어혈을 없애기 때문에 타박상, 멍들었을 때, 생리불순이나 생리통, 피부에 반점이 나타나는 증상에 활용할 수 있고, 열을 식혀주어 피를 토하거나, 코피가 날 때, 뼛속이 달아오르며 뼛골이 쑤실 때 사용한다. 항혈전, 항알레르기, 항염증 등의 약리작용 등이 보고된 바 있다.
해열을 목적으로 할 때는 약재를 그대로 생용(生用)하고, 혈액의 운행을 원활하게 하고 어혈을 풀어줄 때는 주초한다. 주초란 한약재를 술에 불려서 누렇게 되도록 볶은 것으로, 이렇게 하면 혈액 순환을 촉진하며 나쁜 맛과 냄새를 없애거나 약하게 할 수 있다. 또한 지혈하고자 할 때는 약재의 겉면은 까맣게, 속은 밤색이나 진한 황갈색으로 되게 볶아서(초탄; 炒炭) 이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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