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님, 사과는 됐고 노동청 다녀오시죠 [이생안망]
<편집자 주> 입버릇처럼 ‘이생망’을 외치며 이번 생은 망했다고 자조하는 2030세대. 그러나 사람의 일생을 하루로 환산하면 30세는 고작 오전 8시30분. 점심도 먹기 전에 하루를 망하게 둘 수 없다. 이번 생이 망할 것 같은 순간 꺼내 볼 치트키를 쿠키뉴스 2030 기자들이 모아봤다.
언제부터였을까. 지나가다가 상사 이름 세 글자만 봐도 심장이 조여 온다. 이유가 있다. 그 상사는 무슨 일만 있으면 그 자리에서 폭언을 쏟아냈다. 마음에 들지 않으면 일부러 업무에서 배제하는 일이 일상이었다. 퇴근 후에도 개인적인 잡무를 지시했다. 회식 자리에선 당연하다는 듯 음주를 강요했다. 하루에도 몇 번씩 그만두고 싶었다. 어렵게 들어온 직장을 내 손으로 포기해야 하는 이유가 상사 한 명 때문이라니. 억울하다. 어떻게 하면 직장에서 상사와의 관계에서 겪는 어려움을 극복하고 계속 일할 수 있을까. 무엇이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하는지, 어떻게 대응할 수 있는지 알아봤다.
1. 직장 내 괴롭힘 맞을까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하려면 세 가지 요건을 모두 갖춰야 한다.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상 우위’에서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어’ ‘신체적 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여야 한다. 관계상 우위의 판단 기준은 직급, 나이, 학벌, 근속연수, 노조 가입 여부, 정규직 여부 등 다양하다. 상습적인 지각 등 업무상 잘못에 대해 보완을 요구한 것은 업무상 적정 범위에 해당하므로 직장 내 괴롭힘이 아니다.
직장 내 괴롭힘이 맞는지 정확히 알아보는 방법도 있다. 고용노동부 직장 내 괴롭힘 상담센터(1522-9000)로 전화하면, 공인노무사나 다른 전문 상담사들에게 무료 상담 받을 수 있다. 직장 내 괴롭힘 판단 여부 및 대응, 후속 절차까지 안내해준다. 직장갑질119나 민주노총 무료노동 상담을 통해 도움 받는 것도 추천한다. 겁먹지 말고 문을 두드려 보자.
2. 직장 내 괴롭힘 당한 증거 있을까
직장 내 괴롭힘을 인정받으려면 반드시 증거를 확보해야 한다. 상사와의 통화, 상사의 폭언을 녹음하면 증거로 활용할 수 있다. 휴대전화를 활용하기 어렵다면, ‘사원증 케이스형 녹음기’처럼 평소 몸에 지닐 수 있는 녹음기를 쓰는 것도 방법이다. 메신저 대화 내용, 이메일, 사진, 치료기록, 직접 꾸준히 기록한 일기 등도 괴롭힘을 입증하는 자료다. 동료들의 목격담을 진술서나 녹취로 수집하는 것도 가능하다.
3. 신고하지 않고 해결할 방법 없을까
직장 내 괴롭힘을 입증할 자료를 모두 준비했다면, 인사권을 가진 상급 관리자에게 면담을 신청해보자. 곧바로 사내 고충업무 담당 부서에 괴롭힘을 신고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보다 가까이 있는 상급 관리자에게 먼저 이야기하는 것이 심리적·사회적 부담감이 덜하다.
보고할 땐 감정적인 호소 대신 사실 위주로 말한다. 관리자가 상황을 객관적으로 인지하고 개입할 명분을 만들어줘야 한다. 잘못하면 단순한 일상 고충으로 받아들여 기분만 달래주고 마무리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양해를 구하고 면담 내용을 녹취하는 것이 좋다. 관리자가 확실하게 개입하지 않으면, 상위기관에 알릴 수 있음을 암시하는 차원에서다. 모든 단계에서 증거 수집이 가장 중요하다.
4. 사내 신고 어떻게 할까
관리자가 개입하지 않거나, 해결하지 못할 수 있다. 이제 사내 고충업무 담당 부서에 신고할 차례다. 담당 부서는 사내 취업규칙을 찾아보자. 10인 이상 사업장이면 취업규칙에 괴롭힘 예방 및 발생 시 조치사항을 적어놓는 것이 의무다.
신고는 문서와 이메일로 해야 한다. 구두로 신고할 경우 증거가 남지 않아 불리한 상황에 처할 수 있다. 신고서에는 △신고인 △괴롭힘 행위자 △괴롭힘 발생 일시 △괴롭힘의 종류 △괴롭힘 내용 △요청사항(근무장소의 변경, 유급휴가, 기타) △증거자료 등의 내용을 쓰자. 내용이 구체적이고 기한이 누적된 자료일수록 괴롭힘을 입증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5. 외부 신고 어떻게 할까
상급 관리자와 고충담당 부서 모두 사건을 해결해주지 못할 수 있다. 그 다음은 노동청에 도움을 청하는 걸 고려할 때다. 회사 주소지를 관할하는 지방노동청에 괴롭힘 진정을 신청하면 된다. 특히 회사에서 사건을 방치하거나, 최종 인사권자인 대표이사 등 사용자가 갑질 행위자인 경우 추천한다. 노동청에 증거를 제출할 때 근로감독관에게 신원을 철저히 보호해달라고 요청하자.
근로감독관과의 대화 내용도 녹음하는 게 좋다. 근로감독관이 조사를 불성실하게 하는 등 소극행정을 하면, 해당 노동청에 기피신청을 하거나 국민신문고에 소극행정 신고를 할 수 있다. 피해가 인정되지 않을 경우, 증거자료를 보강해 노동청에 재신고 및 재진정을 할 수 있다.
신고 후 회사로부터 보복을 당했다면 노동청에 진정을 넣자. 형사 처벌도 가능하다. 직장 내 괴롭힘 신고를 이유로 근로자에게 해고 등 불리한 처우를 하면, 근로기준법에 따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노동청에 소속 사업장을 ‘근로감독 청원’하는 요청도 가능하다. 근로감독관이 법을 위반한 사업장에 수시로 시찰을 나오는 제도로 사업장 감독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적용된다.
TIP. 잊지 말자, 직장 괴롭힘 대처 10계명
직장갑질 119가 발표한 ‘직장 괴롭힘 대처 10계명’을 기억하자. △내 탓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가까운 사람과 상의한다 △병원 진료나 상담을 받는다 △갑질 내용과 시간을 기록한다 △녹음, 동료 증언 등 증거를 남긴다 △직장 괴롭힘이 취업규칙에 있는지 확인한다 △회사나 노동청에 신고한다 △유급휴가, 근무장소 변경을 요구한다 △보복 갑질에 대비한다 △노조 등 집단적인 대응방안을 찾는다
취재 도움=직장갑질119 최혜인 노무사
참고자료=회사에 들키지 말아야 할 당신의 속마음(이다북스), 이것도 직장 내 괴롭힘인가요?(가디언)
최은희 기자 joy@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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