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원의 여행 명소? 대부분 이 바위를 떠올린다

성낙선 2023. 1. 14.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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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여행] 한탄강으로 떠나는 한겨울 도보여행

[성낙선 기자]

 은하수교 위에서 내려다 본 송대소, 한탄강 물윗길.
ⓒ 성낙선
겨울은 도보여행을 하기에 그리 적합한 계절이 아니다. 날은 춥고 길은 미끄럽고, 먼 길을 나서는 일 자체가 만만치 않다. 하루 기온이 영하 10도를 오르내리는 날에는 더욱더 그렇다. 하지만 이때가 아니면 결코 가 볼 수 없는 도보여행 길이 있다.

이 도보여행 길은 추우면 추울수록 더 깊은 묘미를 느낄 수 있게 해 준다. 이 길은 평소 걷는 걸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도 한 번쯤은 꼭 가볼 만하다. 길 위에서 마주하게 되는 풍경이 매우 장엄하다. 사진은 단지 이 장엄한 풍경의 한 측면만을 보여줄 뿐이다.

날이 좀 더 추워지기를 기다렸다가, 지금쯤 강물이 얼어붙기 시작했다 싶을 때, 강원도 철원으로 '한탄강 물윗길' 도보여행을 떠난다. 여행은 한탄강 강물 위를 높게 가로지르는 '태봉대교' 동쪽 다리 밑에서 시작한다. 그곳에 주차장과 매표소가 있다.

철원을 여행하다 보면, '태봉'이라는 명칭을 자주 접하게 된다. 태봉은 통일신라 후기, 후삼국 시대에 궁예가 건국한 나라의 국호다. 처음에는 국호를 '후고구려'로 정했다가 나중에 '태봉'으로 바꿨다. 철원이 도읍지였던 까닭에 지금까지 그 이름이 남아 있다.
 
 한탄강 물윗길, 뒤로 태봉대교가 보인다.
ⓒ 성낙선
 
 태봉대교 아래, 한탄강 물윗길이 시작되는 곳.
ⓒ 성낙선
보는 사람을 압도하는 풍경들

'한탄강 물윗길'은 태봉대교에서 순담계곡까지, 강물 위에 부교를 설치해서 사람들이 걸어 다닐 수 있게 만든 도보여행 길이다. 코로나로 인해 3년 전 길을 폐쇄했다가 지난해 10월 말 다시 길을 열었다. 세차게 흐르는 물 위에 길을 내는 일이 결코 쉽지 않았다.

처음에는 태봉대교에서 출렁다리인 은하수교가 있는 일부 구간까지만 개방했다. 그러다 지난해 12월이 되어서야 비로소 순담계곡까지 전 구간을 개방할 수 있었다. 전체 길이는 약 8km. 처음부터 끝까지 걸어서 여행을 하는 데 대략 2시간에서 3시간가량의 시간이 걸린다.

그 시간이 누군가에게는 꽤 긴 시간일 수도 있다. 그렇지만 주위 경관을 감상하다 보면, 시간이 마치 물 흐르듯 흘러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물윗길 위에서 바라보는 풍경이 매우 웅장하면서도 아름답다. 이곳 한탄강에서만 볼 수 있는 풍경들이다.
 
 송대소를 지나가는 한탄강 물윗길.
ⓒ 성낙선
 
 송대소 주상절리대.
ⓒ 성낙선
 
물윗길을 걷기 시작한 지 얼마 안 돼 한탄강 명소 중 하나인 '송대소'에 다다른다. 바위 절벽으로 둘러싸인 강물이 마치 거대한 연못처럼 보인다. 이곳의 바위 절벽은 모두 현무암이 굳어져 생긴 주상절리대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풍경이 보는 사람을 압도한다.

절벽에 붙어 있는 기둥 모양의 검붉은 바위들이 금방이라도 쏟아져 내릴 것처럼 위태롭다. 그렇게 눈앞에 두고 올려다보는 주상절리대가 기이한 느낌을 자아낸다. 송대소 주상절리대의 절벽 높이가 무려 20~30m에 이른다.

송대소는 절벽만 높은 게 아니라, 물속도 깊어 그 깊이가 약 30~40m에 달한다고 한다. 송대소는 유속이 느려 얼음이 잘 얼어붙는 장소 중에 하나다. 그래서 그런지 벌써부터 송대소 얼음 위를 걷는 사람들이 꽤 있다. 그래도 송대소 위를 걸을 때는 특히 주의해야 한다. 무엇보다 정해진 길을 벗어나지 않는 것이 좋다.

송대소를 지나면서 한탄강 양쪽 절벽을 연결하는 은하수교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은하수교는 한탄강 절벽 양쪽을 연결하는 출렁다리다. 그 위에서 송대소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그 풍경이 또 장관이다. 그야말로 장관의 연속이다. 그렇다고 한탄강 물윗길이 매번 장관을 보여주는 것은 아니다.
 
 금방이라도 바위가 쏟아져 내릴 것 같은 주상절리대.
ⓒ 성낙선
 
 한탄강 절벽 양쪽을 연결하는 출렁다리, 은하수교.
ⓒ 성낙선
다른 세계를 보여주는 물윗길

은하수교에서 멀어지면서부터 풍경이 조금 단조로워진다. 길도 물윗길에서 벗어나 물가 흙길을 걷는 일이 자주 반복된다. 그 길이 때로는 부드러운 모래 길로 변했다가, 때로는 돌무더기가 잔뜩 깔린 거친 길로 변하기도 한다. 바위도 현무암보다 화강암이 더 자주 눈에 띈다.

이곳에서 마주치는 화강암들이 특이한 모양새를 하고 있다. 여행길이 조금 지루해진다 싶을 때, 바위들이 또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마당바위'는 마치 물가에 거대한 평상을 펼쳐놓은 것 같은 모습이다. 날씨만 좋다면, 그 위에 돗자리를 깔고 편안하게 드러눕고 싶을 정도다.
 
 철원 한탄강을 상징하는 고석정 바위.
ⓒ 성낙선
 
고석정 바위도 그런 오묘한 바위 중 하나다. 철원의 여행 명소인 '고석정'을 기억하는 사람들이라면 대부분 이 바위를 먼저 떠올린다. 그만큼 인상적이다. 강물 한가운데에 육중한 바위 하나가 탑처럼 우뚝 서 있을 걸 볼 수 있다. 수많은 세월을 견디며 강물을 거스른 결과, 이런 예사롭지 않은 풍경이 만들어졌다.
고석정을 지나 순담계곡까지 가는 길은 지금까지 걸어온 물윗길과는 또 다른 풍경을 보여준다. 현무암과 화강암이 뒤섞여, 이전과는 다른 세계를 만들어내고 있다. 바위 절벽으로 둘러싸인 좁은 협곡 아래, 얼음과 바위틈 사이로 강물이 거친 소리를 내며 흐른다.
 
 거친 물살에 구멍이 파인 특이한 모양의 바위.
ⓒ 성낙선
 거인의 머리를 연상시키는 바위.
ⓒ 성낙선
 
강물이 화강암 지대를 흐르면서 이곳에서만 볼 수 있는 기묘한 조각상들을 남겼다. 그 조각상들이 짐승이나 사람의 신체 일부를 닮은 것 같기도 하고, 어떤 사물을 닮은 것 같기도 하다. 여하튼 자연이 만든 돌조각을 이곳에 다 모아다 놓은 것 같은 양상이다.

수많은 돌조각을 올려다보기도 하고 내려다보기도 하면서 걷다 보면, 어느새 이번 여행의 종착지인 순담계곡이다. 순담계곡 높은 절벽 위로 '주상절리길'이라는 글자가 눈에 들어온다. 그 옆으로 절벽을 타고 주상절리 잔도길이 끝 간 데 모르게 이어져 있다.

물윗길을 걸어온 뒤에, 하늘길을 올려다보는 감흥이 남다르다. 세상에 그 많은 길을 언제 다 걸어볼 수 있을까? 한겨울에 떠난 한탄강 물윗길 도보여행, 그 길을 추운 줄도 모르고 걸었다. 얼어붙은 강 위를, 때로는 하얀 눈밭을 걸으면서도 추위를 느낄 겨를이 없었다.
 
 한탄강 물윗길의 또 다른 끝, 순담계곡.
ⓒ 성낙선
 
 한탄강 물윗길에서 올려다 본 주상절리 잔도길.
ⓒ 성낙선
얼음 트레킹은 14일 이후에

한탄강 강물이 점점 더 두텁게 얼어붙고 있다. 강물 위에 설치한 부교가 얼음 위에 단단하게 고정돼 있다. 그래서 그런지, 부교 난간 밖으로 발자국이 어지럽게 찍혀 있다. 성급한 사람들이 부교 위를 걷는 데 만족하지 않고 여기저기 얼음 위를 걸어 다닌 흔적이다.

얼음이 아무리 단단하게 얼었다 해도, 부교 위를 벗어나는 건 위험하다. 아직 얼음이 완전히 얼어붙지 않았기 때문이다. 얼음 위를 걷는 데는 상당한 주의가 필요하다. 안전 조치가 취해진 다음에 걸을 것을 권한다. 마침 14일부터 한탄강 얼음트레킹이 시작된다는 소식이다. 물론 기상 여건에 따라 일정에 변화가 있을 수 있다.

한탄강 물윗길 여행은 태봉대교가 아니라 순담계곡에서부터 시작할 수도 있다. 전 구간을 다 걸을 게 아니라면, 어느 쪽에서 여행을 시작하는 게 좋을지 잘 선택해야 한다. 은하수교를 마음에 두고 있다면 태봉대교 쪽을, 고석정 바위를 목적지로 정한다면 순담계곡 쪽을 택하는 게 좋다.

승용차를 타고 온 사람들이라면, 물윗길을 끝까지 걸은 뒤 다시 반대편으로 되돌아갈 일이 걱정이 될 수도 있다. 주말에는 물윗길 양쪽에서 셔틀버스를 운영한다. 이 버스는 태봉대교와 순담계곡을 오가며, 승객들을 반대편으로 실어 나른다. 주중에는 할 수 없이 택시를 이용해야 한다.

물윗길을 여행하려면, 매표소에서 먼저 입장권을 구입한 다음, 손목에 종이띠를 착용해야 한다. 이 팔찌가 유료 입장객임을 표시한다. 입장료는 성인이 1만 원이다. 이 중 5천 원을 지역상품권으로 돌려준다. 이 상품권은 철원 지역 안에서 물건을 사거나, 혹은 택시를 탈 때 사용할 수 있다.
 
 한탄강 물윗길을 잇는 모래 길.
ⓒ 성낙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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