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세탁 12배' 미세플라스틱 어쩌나…세탁기에 이것 넣으세요
손세탁이 세탁기를 쓰는 것보다 미세플라스틱을 적게 배출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문제는 21세기에 모든 빨래를 손세탁할 수 있느냐다.
오염물질과 온실가스를 배출하는데도 어쩔 수 없이 자동차를 타고 다니는 것과 마찬가지 고민을 안겨주는 셈이다.
중국 항저우 전자과기대학과 미국 매사추세츠대학 연구팀은 세탁기를 사용했을 때와 손세탁을 했을 때 배출되는 미세플라스틱의 숫자와 양을 비교한 논문을 '환경 과학기술-물(Environmental Science and Technology-Water)' 저널에 최근 발표했다.
해양 배출 35%가 세탁에서
특히, 2015년 기준으로 중국에서 배출하는 1차 미세플라스틱이 73만7290톤에 이르고, 이 가운데 37.15%가 합성섬유에서 나온다는 조사 결과가 있다.
또, 중국 전체 1차 미세플라스틱 배출량의 6분의 1에 해당하는 12만 톤 이상이 수계로 흘러든다.
1차 미세플라스틱은 처음부터 5㎜ 이하의 작은 크기로 배출되는 플라스틱을, 2차 미세플라스틱은 큰 플라스틱이 자연계에서 작게 쪼개진 것을 말한다.
이런 데이터가 세탁기를 사용한 실험에서 나온 것이기 때문에 정확한 미세플라스틱 배출량을 알기 위해서는 손세탁에 대한 실험도 필요하다는 게 연구팀의 지적이다.
개발도상국에서는 여전히 손세탁이 남아있고, 중국도 아직 손세탁 비율이 37%에 이른다는 것이다.
세탁기 손세탁의 12.8배 배출
손세탁은 액체 세제를 L당 1,5g 농도로 푼 물에 20분 동안 담근 후 나무 빨래판에서 분당 18회씩 5분 동안 문질렀다.
또, 거품이 완전히 빠질 때까지 헹구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비눗물과 헹군 물, 빨래판을 씻어낸 물까지 포함해 세탁 때 나온 모든 물을 여과해서 미세플라스틱 배출량을 파악했다.
실험에 사용한 세탁기는 중국 젊은 층이 선호하는 소형 세탁기였고, 5분 동안 세탁한 후 2회 헹구는 코스를 이용했다.
연구팀의 분석 결과, 100% 폴리에스터 직물 시료 1조각당 배출된 미세플라스틱의 평균 숫자는 손세탁이 1853개, 세탁기가 2만3723개였다.
배출된 미세플라스틱 평균 질량은 직물 1㎏당 손세탁이 37.84㎎, 세탁기가 222.84㎎이었다.
세탁기를 사용하면 손세탁보다 개수로는 12.8배, 질량으로는 5.9배의 미세플라스틱을 배출했다.
마찬가지로 혼방 직물의 경우 세탁기 세탁에서는 직물 1조각당 미세플라스틱이 평균 2만8672개, 섬유 1㎏당 224.29㎎이 배출됐다.
혼방 직물을 손세탁했을 때 방출되는 미세플라스틱은 조각 1개당 평균 2240개, 섬유 1㎏당 38.09㎎이었다.
혼방 직물의 경우도 세탁기가 개수로는 12.8배, 질량으로는 5.9배 배출했다.
미세플라스틱 짧아져 더 위험
세탁기를 사용하면 더 짧은 미세플라스틱 섬유가 배출되기 때문에 환경에 더 해로울 수 있다는 것이다.
세탁을 반복하면 배출되는 미세플라스틱의 양도 점차 줄어들다가 배출량이 안정화한다.
세탁기 사용 시에는 6~8회 정도 반복 세탁한 후에는 미세플라스틱 배출량이 직물 조각당 1만1000개, 직물 1㎏당 110㎎ 수준으로 안정화했다.
손빨래의 경우도 4~6회 반복 세탁하면 처음보다 낮은 수준에서 안정화했다.
연구팀은 세제를 L당 1.5g보다 많이 사용하거나, 물에 미리 담그는 시간이 20분을 초과할 경우 미세플라스틱이 더 많이 배출된다고 주장했다.
또, 손세탁할 때 빨래판 사용을 사용하면 미세플라스틱이 많이 나오지만, 세탁기에 비할 바는 아니라고 지적했다.
연구팀은 물의 온도, 세제 유형(고체 또는 액체), 사용된 물의 양은 미세플라스틱 배출량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세탁기에 필터 부착해야
문제는 이미 세탁기가 널리 보급된 상황에서 미세플라스틱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세탁기 사용을 피하는 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직물·의류 제품의 재질 개선이나 대체, 세탁기 구조·성능 향상, 하수처리장 시설 개선 등에서 각 분야에서 종합적인 노력이 이뤄져야 미세플라스틱 배출량을 줄일 수 있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빨래 횟수를 줄이고, 강제 탈수 대신 건조대·빨랫줄을 이용한다면 미세플라스틱 배출량을 줄일 수 있다"고 제안한다.
또, 세탁기에 필터를 달거나 세탁 때 '플라스틱 공'을 함께 돌려 미세플라스틱을 걸러낼 수도 있다는 것이다.
프랑스는 2025년부터 새로 판매되는 세탁기에 미세플라스틱 필터를 부착하도록 지난 2000년 의무화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이수진 의원(더불어민주당·비례)은 해양‧대기로 배출되는 미세플라스틱 저감을 위한 '전기·전자제품 및 자동차의 자원순환에 관한 법률'의 개정안을 지난가을 대표 발의하기도 했다.
이 개정안에는 "전기·전자제품과 자동차 제조·수입업자는 사용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미세플라스틱·유해물질을 줄이기 위해 환경부 장관과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공동으로 고시하는 재질·구조 개선에 관한 지침을 지켜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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