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G 연속 선발' GS 최은지, 부진탈출 신호탄 되다
[양형석 기자]
GS칼텍스가 기업은행을 완파하고 중위권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 들었다.
차상현 감독이 이끄는 GS칼텍스 KIXX는 13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2-2023 V리그 여자부 4라운드 IBK기업은행 알토스와의 홈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0(25-20,25-21,25-17)으로 승리했다. 힘들었던 원정 7연전을 끝낸 GS칼텍스는 안방으로 돌아와 KGC인삼공사와 기업은행을 상대로 승점 5점을 적립하며 3위 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와의 승점 차이를 1점으로 줄였다(10승11패).
GS칼텍스는 외국인 선수 레티치아 모마 바소코가 34.62%의 점유율을 책임지며 18득점을 올렸고 토종 에이스 강소휘도 51.72%의 성공률로 16득점을 기록했다. 한다혜 리베로는 50%의 리시브 효율과 함께 15개의 디그로 후위를 든든하게 지켰다. 그리고 GS칼텍스는 최근 모마에게 집중됐던 공격이 다분화되는 바람직한 현상을 보이고 있는데 이는 공격력이 좋은 아웃사이드 히터 최은지의 선발출전 비중이 늘었기 때문이다.
▲ 최은지는 GS칼텍스 이적 후 첫 시즌에 유서연과의 주전경쟁에서 완전히 밀렸다. |
ⓒ 한국배구연맹 |
2010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세 학교의 졸업생들을 우선적으로 데려갈 수 있는 권리를 얻은 신생구단 기업은행은 김희진의 서울 중앙여고와 박정아(도로공사)의 부산 남성여고를 결정한 후 고민에 빠졌다. 3순위 후보 진주 선명여고와 수원 한일전산여고의 우열을 가리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고민을 거듭하던 기업은행의 이정철 신임 감독(SBS스포츠 해설위원)은 선명여고, 그리고 선명여고를 이끌었던 유망주 최은지를 선택했다.
기업은행의 '슈퍼루키' 김희진과 박정아는 입단 첫 시즌부터 주전으로 활약하며 신인왕 자리를 놓고 집안싸움을 벌였지만 최은지는 입단 초기 좀처럼 팀에서 자리를 잡지 못했다. 최은지는 아웃사이드 히터로서 신장 182cm의 좋은 신체조건을 가지고 있었지만 상대적으로 서브리시브가 불안했기 때문에 수비가 좋은 박경낭이나 채선아(인삼공사)와의 주전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어려웠다.
그렇게 기업은행에서 5시즌 동안 활약하며 201득점을 올리는데 그친 최은지는 지난 2016년6월 트레이드를 통해 전새얀과 함께 도로공사로 이적했다. 하지만 도로공사에도 고예림(현대건설 힐스테이트),문정원,하혜진(페퍼저축은행 AI페퍼스),전새얀 등 포지션 경쟁자들이 넘쳤고 2017년 5월에는 기업은행 시절 팀 동료였던 박정아까지 도로공사로 이적하면서 최은지의 입지는 더욱 좁아졌다.
최은지는 도로공사가 프로출범 후 첫 챔프전 우승을 차지한 2017-2018 시즌에도 18경기에서 22득점을 올리는데 그쳤고 시즌 후 생애 첫 FA자격을 얻었을 때도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신장이 좋은 아웃사이드 히터 자원이 필요했던 인삼공사에서 보상선수 출혈이 없는 'B등급 FA' 최은지를 연봉 8000만원에 영입했다. 결과적으로 인삼공사 이적은 최은지의 선수생활에 중요한 터닝포인트가 됐다.
인삼공사 이적 후 주전 아웃사이드히터 자리를 차지한 최은지는 첫 공식대회였던 컵대회 5경기에서 113득점을 올리는 대활약으로 인삼공사의 우승을 이끌었다. 특히 결승전에서는 32득점을 퍼부으며 컵대회 MVP에 선정됐다. 최은지는 이어진 2018-2019 시즌에도 외국인 선수 알레나 버그스마에 이어 인삼공사에서 두 번째로 많은 공격을 시도하며 30경기에서 360득점으로 프로 데뷔 후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 최은지가 지금처럼 좋은 활약을 이어가면 차상현 감독의 선수기용 폭은 더욱 넓어지게 된다. |
ⓒ 한국배구연맹 |
최은지는 인삼공사의 외국인 선수가 알레나에서 발렌티나 디우프(부스토 아르시치오)로 바뀐 후에도 인삼공사의 토종 에이스로 꾸준한 활약을 해줬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보면 시즌을 거듭할수록 득점은 물론이고 리시브 효율도 점점 떨어지는 등 아쉬운 부분도 적지 않았다. 설상가상으로 인삼공사가 2020-2021 시즌이 끝나고 FA시장에서 최대어로 꼽히던 이소영을 영입하면서 최은지는 다시 입지가 좁아졌다.
결국 최은지는 2021년4월 박혜민과의 트레이드를 통해 GS칼텍스 유니폼을 입었다. GS칼텍스 역시 이소영의 이적으로 강소휘의 아웃사이드 히터 파트너가 마땅치 않았기 때문에 최은지가 자연스럽게 주전 자리를 차지할 확률이 높아 보였다. 하지만 정작 시즌이 개막하자 차상현 감독의 중용을 받은 선수는 최은지가 아닌 유서연이었고 최은지는 26경기에 출전하고도 단 60득점을 올리는데 그쳤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는 미들블로커로 활약하던 권민지마저 아웃사이드 히터로 변신하면서 최은지의 설 자리는 더욱 줄어들 것처럼 보였다. 실제로 최은지는 이번 시즌에도 강소휘와 유서연은 물론이고 권민지에게도 밀리며 팀의 4번째 아웃사이드 히터로 웜업존을 지키는 시간이 길었다. 하지만 지난 5일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전에서 교체로 출전해 12득점을 올리면서 오랜만에 자신의 장점을 보여줬다.
그리고 차상현 감독은 한 달 만에 장충으로 돌아온 9일 인삼공사전에서 최은지를 주전으로 투입했고 최은지는 41.18%의 성공률로 14득점을 올리는 알토란 같은 활약으로 3-2 승리에 기여했다. 최은지는 13일 기업은행전에서도 2경기 연속 주전으로 출전해 서브득점 1개를 포함해 53.33%의 성공률로 9득점을 올리며 제 몫을 톡톡히 해냈다. 교체로 출전해 4득점을 보탠 유서연과의 시너지 역시 나쁘지 않았다.
GS캍텍스는 4라운드 3경기에서 43.30%의 성공률로 44득점을 올리고 있는 '토종에이스' 강소휘가 살아난 가운데 부진하던 최은지까지 급부상하면서 유서연의 자리를 위협하고 있다. 여기에 아직은 아웃사이드 히터로서 경험이 부족하지만 공격과 파이팅이 좋은 권민지까지 더하면 GS칼텍스는 언제든 경기에 투입할 수 있는 아웃사이드 히터 자원이 4명으로 늘어난다. 최은지의 분발로 인해 GS칼텍스가 더욱 경쟁력 있는 팀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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