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 여섯, 2년간 아무도 안 찾아”…백골 시신의 전말

권남영 2023. 1. 14.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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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도심 한복판 빌라에서 70대 노인이 사망한 지 2년 만에 백골 시신으로 발견된 사건의 전말이 드러났다.

6남매를 뒀음에도 함께 살던 딸을 제외하고는 가족도, 이웃도, 담당 구청도 그의 죽음을 알지 못했다고 한다.

경찰은 "부검 1차 소견으로는 A씨 시신에서 외상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며 "부검으로도 사망 시점이나 사인을 특정할 수 없어 추후 정밀 검사가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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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골 상태의 시신이 발견된 인천 간석동의 한 빌라. YTN 보도화면 캡처


인천 도심 한복판 빌라에서 70대 노인이 사망한 지 2년 만에 백골 시신으로 발견된 사건의 전말이 드러났다. 6남매를 뒀음에도 함께 살던 딸을 제외하고는 가족도, 이웃도, 담당 구청도 그의 죽음을 알지 못했다고 한다.

시신이 발견된 건 지난 11일 밤이었다. 112 종합상황실에 “어머니와 연락이 닿지 않아 집에 찾아왔는데 함께 사는 언니가 문을 안 열어준다”는 넷째 딸의 신고가 접수됐다. 경찰관들이 신고 장소인 인천시 남동구 모 빌라로 출동했지만, 현관문을 두드려도 집주인은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

경찰의 협조 요청을 받은 소방대원들이 강제로 문을 열고 들어갔더니 악취가 진동을 했다. 안방으로 들어간 소방대원들은 깜짝 놀랐다. 이불을 들추자 백골 상태의 시신이 나왔기 때문이다. 한 소방대원은 “악취가 심했다. 시신이 이불과 잘 떨어지지 않을 정도로 붙어 있었다”고 연합뉴스에 말했다.

백골 시신은 A씨(사망 당시 76세·여)였다. 집 안에서 발견된 종이에는 ‘엄마가 숨을 쉬지 않는다. 2020년 8월’이라고 적혀 있었다. A씨와 단둘이 살던 셋째 딸 B씨(47)가 작성한 메모였다.

숨진 어머니의 연금을 수령하기 위해 백골이 된 시신과 2년을 함께 지낸 40대 딸이 13일 오후 인천 미추홀구 인천지법에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모습을 드러냈다. 뉴시스


A씨는 6남매를 뒀으나 서로 간 연락이나 왕래가 없었다고 한다. B씨를 제외한 가족 누구도 A씨의 사망 사실을 몰랐던 것이다. 경찰은 6남매의 아버지가 1995년 사망한 뒤 가족을 연결할 구심점이 없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

이웃 역시 A씨 시신이 부패해 백골이 될 때까지 전혀 알지 못했다. 모녀는 2016년 9월 이 빌라로 이사 온 뒤 이웃들과도 자주 교류하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 베테랑 경찰관은 “시신이 집 안에 오래 방치돼도 출입문과 창문이 다 닫혀있으면 주변에서 악취를 못 맡을 수도 있다. 그래서 고독사가 종종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관할 행정복지센터도 몰랐다. 2011년 5월 A씨는 기초생활수급자로 지정됐으나 2년 뒤 수급 대상에서 제외됐다. 기초생활수급자가 아닌데다 셋째 딸과 함께 살아 관리 대상 홀몸노인도 아니었다. 빌라도 A씨 명의로 돼 있었다.

지난해 11월 주민등록 사실조사 때 동네 통장이 B씨로부터 어머니 사망 소식을 들었다. 그러나 사망 신고는 되지 않았다. 남동구 관계자는 “통장이 A씨 집에 아무도 없어 안내문을 부착하고 왔더니 B씨가 전화를 걸어 ‘엄마가 죽었다’는 말을 했다고 들었다”며 “통장은 B씨에게 ‘사망신고를 하라’고 했는데 이후 신고된 줄 알았던 것 같다”고 전했다.

숨진 어머니의 연금을 수령하기 위해 백골이 된 시신과 2년을 함께 지낸 40대 딸이 13일 오후 인천 미추홀구 인천지법에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모습을 드러냈다. 뉴시스


B씨는 사체유기 혐의로 긴급체포돼 구속됐다. 그는 경찰 조사에서 “어머니 앞으로 나오는 연금이 끊길까 봐 사망 신고를 하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B씨는 직업 없이 매달 어머니 몫으로 나오는 기초연금 30만원과 국민연금 20만∼30만원으로 생활했다고 한다. 어머니 사망 후 28개월간 A씨가 대신 받은 연금은 1500만원 안팎이다.

B씨는 어머니 시신을 안방에 방치한 채 작은방에서 주로 지냈다. 그는 경찰 조사 때 “어머니가 죽기 전에 병을 앓아 아팠다”면서도 정확한 사망 이유는 말하지 않았다.

B씨에게 사체유기 혐의를 적용한 경찰은 연금 부정 수급과 관련한 혐의도 추가로 조사하고 있다. 경찰은 “부검 1차 소견으로는 A씨 시신에서 외상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며 “부검으로도 사망 시점이나 사인을 특정할 수 없어 추후 정밀 검사가 필요하다”고 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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