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글로리 학교폭력 충격적인 현실 [하재근의 이슈분석]
김은숙 작가의 신작 ‘더 글로리’가 또 하나의 한류 드라마로 떠올랐다. 공개 2주 만에 8248만 시청 시간을 기록하며 넷플릭스 글로벌 TOP 10 TV(비영어) 부문 1위에 올라섰다. 한국, 홍콩,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 싱가프로, 대만, 태국, 베트남 등 아시아 8곳에서 1위에 올랐고, 브라질, 캐나다, 멕시코, 프랑스, 독일, 호주 등 62개국에서 10위권에 진입했다.
김은숙 작가는 로맨스물로 인기를 모았었는데 이번엔 무거운 장르물을 선보였다. 학창시절 학교폭력에 당했던 피해자가 어른이 되어 복수한다는 이야기다. 사실 학교폭력은 여러 작품에 나왔던 소재이기도 하고, 대중적으로 인기를 끌기엔 너무 무거운 이야기여서 흥행성공을 예측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김은숙 작가는 이 무거운 소재로도 결국 해냈다. 다양한 소재를 풀어낼 수 있는 이야기의 장인이라는 걸 입증한 것이다.
‘더 글로리’ 초반엔 로맨스 드라마를 주로 썼던 작가의 작품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잔혹한 폭력이 등장한다. 아이들끼리 단순히 때리는 정도의 학교폭력이 아니라 고데기의 열을 체크한라며 화상을 입힌다는 너무나도 끔찍한 이야기다. 시청하기가 꺼려질 정도로 잔혹해서, 자극성을 높이기 위해 너무 과장된 설정을 넣었다고 판단됐다.
주인공이 나중에 복수를 하게 되는데, 주인공의 그런 행동을 정당화하기 위해 초반에 일부러 악당들의 폭력을 극단적으로 잔인하게 묘사했다는 느낌도 들었다.
하지만 작품이 화제가 된 후 놀라운 사실이 알려졌다. 과도하게 과장했다고 느꼈던 그 학교폭력이 실제로 있었던 일이라는 것이다. 2006년 청주의 한 여중에서 고데기 온도를 체크한다며 학우에게 화상을 지속적으로 입힌 사건이 발생했다. 야구방망이로 무차별 구타를 하기도 했다. 아물던 딱지를 손톱으로 떼어버리기도 했다고 한다. 살해협박도 했다. 피해학생은 나중에 꼬리뼈가 튀어나오고 화상 정도가 심해 5~6주간 입원 치료를 받았다고 한다.
숨이 막힐 정도로 끔찍한 내용들이다. 이런 일이 상상이 아니라 실제로 한국에서 벌어졌었다는 것이다. 이 정도 폭력은 피해자의 몸만 상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영혼까지 파괴할 수 있다. ‘더 글로리’에서 송혜교가 영혼에 깊은 상처를 입은 캐릭터로 묘사되는 것에 납득이 가는 이유다.
학교폭력이라고 하면 왠지 학창시절 지나가는 일탈 정도의 어감이다. 실제로 과거엔 학교폭력을 어렸을 때의 싸움 정도로 가볍게 여기기도 했다. 미성년자를 관대하게 봐줘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지금의 학교폭력은 그런 시각으로 보기엔 상황이 너무나 심각하다. ‘더 글로리’는 바로 이런 지점을 환기시켰다.
학교폭력의 심각성은 국제적으로 공통된 문제이기 때문에 이 작품이 세계적 공감을 얻는다. 태국에선 이 작품을 계기로 학교폭력 폭로 신드롬이 일어났다. 소셜미디어에 학교폭력 경험담과 목격담을 쏟아내며 '더 글로리 타이(The Glory Thai)'라는 해시태그를 덧붙인다는 것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태국의 유명 배우에 대한 학교폭력 폭로가 터졌고, 그는 "기분 나쁘게 할 의도가 없는 장난을 몇 번 쳤다"며 "어린 시절 장난으로 피해 입은 모든 분들에게 사과의 말씀을 전한다"고 공개사과했다고 한다. 그러자 태국 누리꾼들은 "장난이면 용서가 되나", "피해자에게 직접 사과하라"고 규탄했다고 한다.
한국에서도 이 작품을 계기로 학교폭력 문제가 다시금 조명되고 있다. 그동안 로맨스물로 시청자의 마음을 뛰게 했던 김은숙 작가가 이젠 국제적인 차원에서의 사회적 반향까지 일으키는 것이다.
‘더 글로리’는 현재 1부만 공개됐다. 오는 3월에 2부가 공개된다. 그때는 또 어떤 반향이 있을지 기대가 커진다. 이 작품은 넷플릭스로 공개된 OTT 드라마다. 넷플릭스는 최근 급성장이 멈추며 주춤하는 분위기였는데 다시 한국 작품이 넷플릭스에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다. 새해에도 OTT를 통한 드라마 한류가 이어지고 있다.
글/하재근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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