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광 잔뜩 지은 새만금…정작 입주기업에 대줄 전기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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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사 “공장 멈추면 6개월간 1400억 손실”
“내년 상반기 전력 공급이 끊겨 공장이 멈추면 6개월간 1400억원 손실이 발생합니다.”
폐건전지를 분해해 2차 전지 원료를 추출하는 기업 A사 관계자는 13일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공장을 지어 놓고 가동하지 않으면 매출에 타격이 크다”며 이렇게 말했다.
A사는 시장 주도권을 쥐기 위해 지난해 전북 군산시 새만금 국가산업단지(이하 새만금 산단)에 2500억원을 들여 세 번째 공장과 자회사 공장을 잇달아 착공했다. 오는 10월 완공해 두 달간 시험 가동을 거쳐 내년 초 제품을 본격적으로 생산할 예정이다.
그런데 얼마 전 날벼락 같은 소식을 들었다. 한국전력공사(이하 한전)로부터 “내년 6월에나 전력 공급이 가능하다”는 답변을 들어서다. A사와 자회사는 지난해 6월 각각 16㎿씩 모두 32㎿ 전기를 사용할 예정이라고 알렸지만, 한전 측은 거절했다.
전기사업법상 전기 수요가 10㎿ 이상이면 2년 전에 신청해야 한다. A사 등은 5개월 후 28㎿로 줄여 신청했지만, 결과는 바뀌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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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새만금 산단 21개 기업 유치…올해 15개 완공
새만금 도로·공항·항만 등 물류 기반 조성이 속도를 내면서 새만금 산단에 입주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그러나 A사처럼 대규모 전력이 필요한 첨단 기업 비중이 커지면서 “전기가 없어 공장을 못 돌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새만금개발청에 따르면 새만금 산단에 입주 계약을 맺은 기업은 모두 52개(입주 예정 기업 포함)다. 새만금개발청은 지난해에만 21개 기업을 유치했고, 이 중 15개가 올해 완공 예정이다.
OCI SE·풍림파마텍·솔베이실리카코리아 등 이미 새만금 산단에 입주한 19개 기업은 전력 공급에 문제가 없다는 게 새만금개발청 설명이다. 2013~2018년 입주 기업이 5개였을 정도로 전력 수요가 크지 않아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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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만금청 “전력 공급...내년이 문제”
하지만 2021년 9개 등 입주 기업이 늘면서 “전력 공급망을 확충하지 않으면 전력난은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기업 유치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란 지적도 있다.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위해선 변압기 증설이 필요하지만, 한전은 “변압기 추가 설치 여부는 전기 수요 상황을 보고 결정한다”며 신중한 모양새다.
현재 새만금 인근 변전소는 비응·내초·군장·새만금 등 4개다. 비응변전소가 주로 새만금 산단에 전력을 공급한다. 한전에 따르면 변압기 1대당 55.2㎿를 공급할 수 있다. 변전소마다 변압기를 최대 4대까지 설치할 수 있지만, 보통은 2대를 설치한다고 한다. 2대 중 1대는 가동 중인 변압기가 고장 나면 대체할 비상용이다.
이런 식으로 변압기 2대가 있는 비응변전소의 최대 전기 공급 능력은 55.2㎿다. 현재 26㎿ 정도 공급하고 있다. 하지만 A사와 자회사가 애초 신청한 32㎿를 공급하면 과부하가 걸린다는 게 한전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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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 “10㎿ 이상 2년 전 신청해야…선투자 부담”
한전 측은 “변압기 1대 설치 비용은 30억원가량이고, 제작 기간도 1년 이상 걸린다”며 “A사 등은 지난해 6월에야 전기 사용 예정 통지서를 보내 물리적으로도 시간이 부족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전력 신청 용량에 따라 공급 대책을 세우는데 명확한 근거 없이 변압기를 설치했다간 놀릴 수 있다”며 “고객(기업) 말만 믿고 선투자했다가 전기 사용을 취소하면 비용은 전기 요금에 반영된다”고 했다.
이에 대해 A사 측은 “기업으로선 공장 설계도가 나와야 어느 정도 전력 수요량이 나오는데, 2년 전에 이를 알려 주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두 차례 민원을 제기했는데도 한전이 움직이지 않아 새만금개발청과 전북도에 도움을 요청했다”고 했다.
새만금개발청은 “전기를 많이 쓰는 첨단 기업이 몰리면서 내년엔 전기 공급에 차질이 있을 것으로 보고 공장 가동에 무리가 없도록 한전과 협의 중”이라고 했다. 한전 측은 “A사 등이 처음부터 28㎿ 전부를 쓰는 게 아니기 때문에 올해는 변압기 증설 없이 지난해 고객들이 신청하고도 쓰지 않는 전기 여유분 8㎿를 공급해 주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며 “내년 상반기 변압기 증설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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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광 단지가 지척인데”…한전 “직접 공급 어려워”
일각에선 “새만금에 태양광을 잔뜩 만들어놨는데 전력난이 웬 말이냐”는 시각도 있다. 실제 300㎿ 규모의 새만금 육상 태양광 발전 단지가 지난해까지 1·2·3 구역 모두 완공돼 현재 상업 운전 중이다. 이 사업은 문재인 전 대통령이 2018년 10월 군산에서 열린 ‘새만금 재생에너지 비전 선포식’에서 “새만금을 대한민국 재생에너지 중심지로 만들겠다”고 밝힌 후 첫 성과로 꼽힌다. 300㎿는 8만여 가구가 1년간 사용할 수 있는 전력량이다.
하지만 “국내 전력 체계는 태양광·원자력 등 발전 방식과 상관없이 발전 사업자가 생산한 전기를 한전이 모아 필요한 데 공급해 주는 구조여서 새만금 산단 지척에 태양광 발전 단지가 있더라도 기업들이 직접 전기를 공급받을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고 한전은 설명했다.
2.1GW 규모의 새만금 수상 태양광 사업은 아예 제자리다. 발전 허가권을 가진 한국수력원자력이 송·변전 설비 구축을 미루면서다. 애초 1단계 발전 단지(1.2GW) 준공 시기는 지난해 4월이었지만, 내년 말로 잠정 연기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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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부 “재생에너지 전력거래계약 확대”
새만금개발청 관계자는 “정부가 지난해 9월부터 시행 중인 직접 전력거래계약(PPA·Power Purchase Agreement) 제도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전력거래계약 제도는 전력 판매자와 전기 사용자가 전력을 직거래하는 당사자 간 계약 방식이다. 재생에너지를 이용해 생산된 전기를 전기 사용자가 직접 구매할 수 있는 제도다.
지금까지 국내에선 재생에너지 전기를 사용하려는 기업은 재생에너지 발전 사업에 직접 투자하거나 한전이 중계 역할을 하는 제3자 PPA 제도를 이용해야 했다. 물꼬는 텄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12일 2036년까지 원전·신재생 발전량 비중을 60% 이상으로 늘리는 내용이 담긴 ‘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확정·발표하면서 “재생에너지 직접 전력거래계약 허용 범위를 늘리겠다”고 밝혔다.
군산=김준희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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