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가진단 가능한 유방암…조금만 신경쓰면 조기발견 가능 [10대 암 극복 프로젝트]
[한국경제TV 양재준 선임기자]
[편집자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발간한 ‘2021년 건강보험 통계연보’에 따르면 2021년 국내에서 발생한 신규 암환자는 35만 5,136명으로 집계됐다.
국내 암 발병률은 가족력 등 유전적인 요인 뿐 만 아니라 불규칙적인 생활습관과 서구화된 음식섭취 습관으로 인해 해마다 높아지고 있다.
암을 예방하는 방법(조기 발견)은 물론 암치료를 받은 환자, 그리고 암환자 가족들 챙겨야 할 주의사항에 대해 암치료 분야에서 대한민국 최고의 권위자로 손꼽히는 의과대학 교수들을 심층 취재했다.
국내에서 발생빈도가 가장 높은 갑상선암과 대장암을 비롯해 폐암, 간암, 위암, 유방암 등 10대 암에 대해 시리즈로 구성, 연재한다.
▶ 자가진단 가능한 유방암…조금만 신경쓰면 조기발견 가능
암 발병 가운데 유방암의 경우 다른 장기 암과는 달리 어느 정도 자가진단을 통해 확인할 수 암종 가운데 하나다.
흔히 많은 환자들이 유방에 통증이나 불편감을 느끼게 되면 병원(의료기관)을 찾아 검사하거나 걱정을 많이 하지만, 유방의 통증이 유방암의 의심 증상은 아니라는 게 전문의들의 설명이다.
가장 흔한 유방암의 초기 증상은 통증이 없는 종괴가 촉지(손으로 만져서 느껴짐)되는 경우로, 유방에 종양이 생기게 되면 멍울이 만져지고 형태가 변하게 된다.
강하게 종괴(종물, 혹등 유방에 생긴 모든 덩어리)를 누르면 통증이 동반되는 경우도 있지만, 통증의 원인이 주로 호르몬 균형의 변화로 인한 것일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의들의 소견이다.
채병주 삼성서울병원 유방외과 교수는 “유방암 초기 증상으로 1) 한쪽 유방의 크기가 커지거나 늘어졌다 2) 유두와 피부의 색이 변하고, 귤 껍질처럼 딱딱하고 거칠어졌다 3) 유방에 덩어리가 만져진다 4) 유두에서 분비물이 나온다 5) 유두가 갑자기 함몰됐다 6) 한쪽 겨드랑이에 덩어리가 만져지거나, 한쪽 팔이 붓는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통증이 없는 종괴를 초기에 발견하기 어려울 수 있으므로 정기적인 검진을 통해 유방암을 조기 발견하는 게 중요하다.
▶ 2기 이내 환자 5년 생존율 91.8%
정준 강남세브란스병원 유방외과 교수는 “2기 이내 유방암 환자의 5년 생존율은 91.8%를 넘을 정도로 일찍 발견되면 완치 가능성이 높지만, 3기부터는 5년 생존율이 75.8%로 뚝 떨어지며 4기의 경우 30%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유방암학회 및 국가검진권고안에 따르면, 유방암을 조기에 발견하기 위해 30세 이후 1달마다 자가 검진을 시행하고, 이상이 발견될 경우 의료기관을 방문해 진찰 및 검사를 받아보는 게 좋다.
또, 35세 이후엔 2년 간격으로 임상 검진을, 40세 이후에는 1~2년 간격으로 임상 검진과 유방 촬영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의들의 소견이다.
정준 교수는 “유방 촬영은 유방암을 발견하기 위한 필수 기본검사”라며 “유방초음파의 경우 5mm 정도 크기의 종괴도 발견이 가능하며, 90%~95%의 정확성을 보이고, 촉지되지 않은 유방암을 발견하는 데 있어 가장 예민한 검사로 조기에 암을 발견, 진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 병기와 아형에 따라 치료법 선택
유방암의 치료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병기(stage)와 아형(subtype)이다.
병기는 유방암 진행상태(1~4기)를 말하며, 아형은 호르몬수용체(HR) 양성 여부, 전이와 재발이 잦은 HER2(사람상피세포증식인자수용체2형) 양성 여부, 호르몬수용체나 HER2가 없는 삼중음성유방암으로 분류되며 치료법도 달라진다.
병기 1~3기 환자에서는 수술 및 항암, 방사선, 호르몬, 표적치료 등의 치료를 시행하고, 4기 환자에서는 대부분 수술적 절제보다는 항암, 호르몬, 표적치료 등의 치료를 진행한다.
수술은 유방을 절제하는 유방 전절제수술과 종양의 일부분만 절제한 후 유방의 형태를 보존하는 유방보존수술이 있으며, 전절제술의 경우 유방의 모양을 만들어 주는 유방재건술(유방보존술)을 시행하고 있다.
정준 교수는 “유방암 환자 중 유방의 일부만 제거하는 유방보존술을 받는 경우, 방사선치료가 반드시 동반돼야 한다”며 “방사선치료의 경우 수술 중에 유방암을 절제해 낸 후 유방암이 있던 자리에 집중적으로 조사할 수 있고 치료 기간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소개했다.
채병주 교수는 “표적치료에서 ‘HER2 양성은 표적치료약(트라스트주맙/퍼트주맙)을 주로 항암제와 병행해 치료하게 되며, 호르몬수용체 양성은 재발을 방지하기 위한 보조호르몬치료를 시행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호르몬 수용체 양성 유방암은 암세포가 대표적인 여성 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을 이용해 증식하는 암으로, 수술 후 재발을 줄이기 위해 5~10년 동안 호르몬을 억제하는 치료가 표준치료다.
▶ 항호르몬제 복용 환자, 우울증 발병 위험 통계적 차이 없어
호르몬 양성 치료와 관련해 수술 환자에게 우울증이 발생한다는 우려도 많다.
이와 관련해 윤창익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유방외과 교수는 최근 유방암 수술환자에서 항호르몬 치료에 따른 우울증의 발생 및 자살 위험에 대한 평가를 14년간 연구한 논문결과를 발표했다.
연구에 따르면, 항호르몬제와의 관련성을 보기 위해 실제 항호르몬제를 복용한 환자 1만1,109명과 복용하지 않은 환자 6,615명을 변수 보정 전과 후로 연구한 결과, 우울증 진단 (p=0.730, p=0.267)및 자살위험(p=0.638, p=0.867) 모두 복용 유무에 따른 우울증 발생 위험의 통계적 차이는 없었다고 밝혔다.
▶ 수술후 어깨 관절운동 등 재활운동 필수
유방암 수술후에는 어깨 관절 운동 제한, 근력감소, 팔이나 가슴 통증 등을 경험할 수 있어 재활 운동이 필요할 수 있다.
정준 교수는 “수술후 가벼운 운동은 팔 및 어깨 근육의 경축을 예방하고 완전한 관절운동 회복과 림프 순환 기능을 회복시켜 준다”며 “처음에는 어깨관절을 부드럽게 하는 운동을 시작해 퇴원 후에는 관절을 스트레칭해 굳어지지 않도록 하는 운동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특히 수술후 림프부종을 예방하는 것이 중요한데, 일상생활에서 감염으로 인해 림프절이나 림프관이 손상받지 않도록 상처에 주의하고, 피부를 보호하는 것이 중요하다.
채병주 교수는 “환자들이 많은 매체를 통해 홍보되는 건강보조식품이나 극단적인 다이어트 등에만 관심을 가지는 경우가 많다”며 “항호르몬 요법을 받는 환자이거나 고령의 환자인 경우 불면증이 동반되는 경우가 많은데 적극적인 약물요법으로 빠른 시간내에 이를 교정하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
▶ BRACA 단백질 돌연변이, 유방암 발병 확률 높아
미국 영화배우인 안젤리나 졸리의 유방 절제 소식후 유방암 유전자에 대한 관심이 많이 증가했다.
BRACA1 돌연변이가 있는 경우 평생 유방암 발병 확률이 70∼80%, BRACA2 돌연변이가 있는 경우 발병 확률이 50∼60% 수준에 이른다.
부모 중 한쪽이 보인자(숨겨져 있어서 나타나지 않는 유전 형질을 지니고 있는 사람)라면 자녀가 BRACA 돌연변이가 있을 확률은 50%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BRACA 유전자 돌연변이가 있는 경우 여성의 경우 유방암 뿐 만 아니라 난소암, 남성의 경우 전립선암이나 췌장암 등 다른 암의 발생률도 높다는 게 의학계의 설명이다.
정준 교수는 “40세 이전에 유방암이 생겼거나 양쪽 유방 모두 암이 생긴 경우, 본인이 유방암 환자이면서 직계 가족 중 유방암이나 난소암 환자가 있는 경우, 본인이 유방암과 난소암을 모두 진단받은 경우엔 유전자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BRACA 돌연변이로 인한 유방암 발병 확률이 워낙 높기에 사람들에게 크게 각인됐지만, BRACA로 인한 유방암은 전체의 5% 수준이기에 유전적 요인만 부각해서는 안된다는 게 의학계의 소견이다.
▶ 음주, 유방암 재발 위험 높여
유방암 수술후에는 금주가 절대적이다.
알코올의 섭취는 에스트로겐의 재흡수와 분비를 증가시켜 유방암의 발생 및 재발 위험도를 높인다는 것이 지금까지 많은 연구에서의 결과이다.
수술후 식사는 단백질과 지방, 탄수화물 등 3대 영양소가 골고루 포함되고 식이섬유가 풍부한 식단이 좋다.
또, 불포화지방산이 풍부한 견과류와 올리브유가 함유된 식단은 유방암 발생을 줄인다는 연구가 대표적이라는 게 의학계의 설명이다.
양재준 선임기자 jjyang@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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