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만원 월셋방 사는 '독한 일벌레'…주7일 근무 머스크도 극찬 [후후월드]

서유진 2023. 1. 14.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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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후월드]는 세계적 이슈가 되는 사건에서 주목해야 할 인물을 파헤쳐 보는 중앙일보 국제팀의 온라인 연재물입니다.

"남들이 다 자는 새벽 3시에도 불을 밝히고 일하는 사람"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이렇게 극찬한 사람은 테슬라 아시아·태평양 총괄인 톰 주(중국명 주샤오퉁·朱曉彤)다. 머스크는 톰 주에 대해 "매일 내게 사진 여러 장이 첨부된 e메일을 보내준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일주일에 7일 일한다는 머스크와 잘 맞는 모습이다.

일벌레 머스크에게 '합격점'을 받은 톰 주는 지난 3일 테슬라의 글로벌 판매사업부 총괄로 승진했다. 아태지역을 책임져 온 그는 전기차 업계 1위인 테슬라의 2인자 자리에 오르게 됐다. 중국 현지 언론은 "주 총괄은 테슬라의 중국 간부 중 머스크의 요구 사항을 완벽하게 들어준 유일한 사람"이라고 전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오른쪽)가 ″새벽 3시의 등유를 태우며 일하는 사람″으로 극찬한 톰 주(왼쪽). 톰 주는 연초 글로벌 판매사업부 총괄로 승진했다. 사진 신랑재경 캡처

중국 시장에서 그가 보여준 성과는 탁월했다.

중국계 뉴질랜드인인 그는 테슬라가 해외에 지은 첫 생산기지인 상하이 공장 설립을 처음부터 함께 했다. 상하이 공장이 들어선 부지는 한때 수박밭이었다.

건설 현장에서 폭우가 쏟아져 건물 한쪽이 주저앉으려 하자 그는 "건물을 지키자"며 나섰다. 몸이 흙투성이가 된 채 직원들과 양동이로 직접 물을 퍼낸 일화는 지금도 회자한다. 공장은 착공 10개월 만에 완공돼 2019년 문을 열었다. 건설 비용도 미국 공장보다 65% 줄여 화제였다.

지난해 8월 기준 테슬라는 누적 300만 대의 전기차를 생산했는데, 이 중 3분의 1이 상하이 공장에서 나왔다.

2019년 12월 30일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테슬라 차량 인도식에서 톰 주가 연설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현장 제일주의자','지독한 워커홀릭' 소리를 듣는 주 총괄의 진가는 코로나 19 상황에서 나왔다. 지난해 코로나 19가 번져 상하이가 봉쇄된 상황에서 그는 공장을 정상 가동하는데 매달렸다. 이동 제한령이 내려지자 2개월간 최소한의 보안 직원만 두고 공장에서 먹고 자며 생산을 계속했다. 이런 노력의 결과 지난 1년간 상하이 공장의 생산 능력은 연 100만 대로 늘었다. 직원은 2만 명에 달한다.

중국계이면서 현지 사정을 잘 아는 톰 주가 '2인자'가 된 것은 그만큼 테슬라에 중국 시장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보여 준다. 중국은 테슬라의 핵심 소비시장(전체 매출의 33%)이면서 핵심 생산기지다. 지난해 상하이 공장에서 생산돼 판매된 테슬라 차량은 71만865대로 테슬라 전체 생산량의 54.6%를 차지했다.

업계에선 테슬라의 글로벌 판매 총괄이 된 후 그의 첫 행보가 차량 가격 할인이라고 보고 있다. 지난 6일 테슬라는 중국·한국·일본 등에 판매되는 차량 가격을 낮추겠다고 발표했다.

가격을 낮춘 다음 날, 중국에선 테슬라 자동차 판매량이 기존의 2배로 뛰었다. 기존 구매자의 반발도 있었으나 주식 시장은 할인 전략을 일단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 미 나스닥 증권거래소에서 테슬라 주가는 이틀간 약 8% 올랐다. CNBC는 "테슬라 매출이 향후 2년 안에 두 배 이상 늘어날 전망"이라고 보도했다.


머스크와 일하는 스타일은 비슷한데, 성향은 반대

'1인자' 머스크와 워커홀릭이란 점은 비슷하지만, 성향은 반대다. 주 총괄은 언론 노출을 자제하고 SNS 광도 아니다. 공개된 개인 정보도 적은 편이다.

현지 언론은 그가 중국 랴오닝(遼寧) 선양(瀋陽) 출신이며 뉴질랜드 여권도 갖고 있다고 전했다. 2004년 뉴질랜드 오클랜드공대(AUT) 학부에서 정보통신 관련 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 듀크대 퓨콰 경영대학원에서 경영학석사(MBA)를 땄다.

졸업 후 중국 기업의 해외 사업을 지원하다가 2014년 급속 충전소 네트워크 구축 사업을 하면서 테슬라에 입사했다. 입사 첫해부터 중국 사업 책임자가 되는 등 초고속 승진했다.

2019년 상하이 공장 준공식에 참석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가운데)가 흥에 겨워하고 있다. 톰 주(왼쪽 첫째)와 내빈들이 박수를 치고 있다. 사진 테슬라 홈페이지 캡처

테슬라 2인자임에도 생활은 검소하다. 베이징의 가족과 헤어져 지내는 그는 상하이 공장에서 차로 10분 거리에 있는 방 2개짜리 아파트에서 산다. 월세는 2000위안(약 36만원)으로 저렴하다고 한다. 글로벌 총괄이 된 그가 테슬라 본사로 건너가 근무하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옷은 대외 행사 때 말고는 작업복과 안전모 차림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주 총괄이 언제나 테슬라 로고가 찍힌 옷을 입고 다닐 정도로 회사에 충성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시차가 있는 북미권 동료와 소통하기 위해 오전 6시에 업무를 시작한다. 자정을 넘긴 시간까지 일하는 모습도 종종 보인다고 한다. 임원이면서도 티켓 예약 등 잡무를 스스로 처리한다. 그는 과거 인터뷰에서 "테슬라에서 직원은 리더를 섬기고 있을 시간이 없다"면서 "그럴 시간에 각자 일을 하자는 기업 문화"라고 말했다.

톰 주 총괄은 테슬라 로고가 있는 옷을 거의 항상 입고 일한다고 한다. 사진 유튜브 캡처

톰 주 본인은 자신을 '집요한 사람'이라고 소개한다. 테슬라 전·현직 직원들 사이에선 "온종일 e메일과 문자 메시지에 신속하게 답하는 사람", "실용적이고 대응력이 뛰어난 사람"이란 평가가 나온다.

테슬라는 지난해 주가가 70% 내리는 등 위기에 직면하기도 했다. 머스크가 지난해 10월 트위터를 인수한 뒤 테슬라 경영을 소홀히 한다는 '오너 리스크'까지 겹치며 주가 하락을 부추겼다. 여기에 연초부터 차량 화재, 수요 감소 등 악재가 산적한 상황이다.

로이터통신은 "톰 주 총괄의 인사가 테슬라 주주들이 특단의 조치를 요구한 가운데 이뤄졌다"면서 "주 총괄의 리더십에 대한 기대가 크다"고 분석했다. 중국 언론들은 "주샤오퉁(톰 주)이 머스크의 후임이 될 것이란 전망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서유진 기자 suh.yo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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