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쫀칭'으로 돈 불렸다"…北까지 뻗은 김성태 검은 인맥의 비밀

박현준 2023. 1. 14. 05:0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8개월간 해외 도피 생활 끝에 다음 주 초 태국에서 귀국하는 김성태(55) 전 쌍방울그룹 회장의 인맥에 검찰이 주목하고 있다. 정치인과 조직폭력배, 부동산 개발업자는 물론이고 북한의 대남 공작부서 관계자까지 뻗어나간 인연을 통해 사업을 키워온 과정 자체가 범죄 혐의의 줄기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조폭 인맥이 김성태 전 회장 출발점


김 전 회장의 인맥의 뿌리는 조폭 세계에서 자라났다. 전북 전주 나이트파 출신인 김 전 회장은 전남 영광 일대 난초파·신영광파 등과 연루된 배상윤(57) KH그룹 회장, 목포 새마을파 출신인 최우향(55·구속기소) 쌍방울 그룹 전 부회장과 친분이 두터웠다. 김 전 회장의 지인은 “김 전 회장은 주가조작 세력 등에게 자금을 제공하는 이른바 ‘쫀칭’으로 돈을 불렸다”며 “돈 계산에 능해 늘 현금 흐름이 좋았다”고 말했다. 김 전 회장은 특히 배상윤 KH그룹 회장에게 빈번하게 자금을 대여해 외부에서는 ‘한 몸통’이란 인식이 생겼다. 두 사람의 관계를 잘 아는 인사는 “알펜시아나 하얏트 인수에서 보듯이 배 회장은 늘 사채까지 끌어들여 무리한 투자를 해 벌면 크게 벌지만 금전적으로 쪼들릴 때도 많았다”며 “그때마다 김 전 회장이 돈을 빌려주고 이자를 챙긴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8개월간의 해외도피 끝에 귀국절차를 밟고 있는 김성태(오른쪽) 전 쌍방울그룹 회장. 왼쪽은 함께 검거된 양선길 쌍방울그룹 회장. 독자제공


정치권 인물 소개받으며 북한 인맥으로 확장


김 전 회장은 2010년 ‘레드티그리스’라는 특수목적법인(SPC)을 통해 경영난에 빠진 쌍방울을 인수해 사채업자에서 기업가로 변신했다. 조폭들 사이에선 전국구 네트워크를 갖췄지만 정·관계에 끈이 부족한 김 전 회장을 양지로 이끈 것은 ‘헬멧남’으로 유명세를 치른 최우향 전 부회장이었다. 교도소에서 영어와 교양을 쌓았다는 최 전 부회장은 조폭답지 않은 매너와 화술을 무기로 정치권에 발을 넓혀왔다. 이해찬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측근이기도 한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구속 기소)와 김 전 회장을 이어준 것도 최 전 부회장이라고 한다. 2011년부터 사외이사와 고문으로 월급을 받으며 ‘쌍방울맨’이 됐던 이 전 부지사는 경기도 입성 후 쌍방울그룹과 경기도의 대북사업 협력관계의 핵심 고리로 기능했다.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 씨에 대한 1차 구속영장이 기각된 지난해 10월 최우향 전 쌍방울 부회장은 오토바이 헬멧을 쓰고 나타나 김씨를 도왔다. 연합뉴스


640만 달러 북측에 건넨 혐의


이 전 부지사에 이어 아태협 안부수 회장까지 영입한 김 전 회장은 네트워크를 북한까지 거침없이 확장했다. 북한통인 이 전 부지사로부터 통일전선부 출신의 김성혜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조선아태위) 실장을 소개받았고 안 회장으로부터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측근인 김영철 조선아태위원장 등 고위층까지 소개받아 친분을 맺었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김 전 회장이 지하자원개발 협력사업과 관광지·도시개발사업, 물류유통사업 등 대북사업권을 얻는 대가로 640만 달러를 북측 인사들에게 건넨 혐의가 있다고 보고 있다. 검찰은 안 회장 회장을 외국환거래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 기소하면서 공소장에 김 전 회장을 이미 공범으로 기재해놓은 상태다. 검찰은 또 이화영 전 부지사의 공소장에서 “쌍방울이 이 전 부지사를 통해 북한과의 경제협력 사업에서 우선적 참여 기회라는 이권뿐 아니라 계열사가 대북 테마주·수혜주로서 주가 상승의 이익을 얻게 됐다”며 김 전 회장의 주가조작 혐의도 의심하고 있다.
쌍방울 그룹으로부터 뇌물을 수수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연합뉴스

김 전 회장, 대장동 개발업자와도 친분


김 전 회장은 대장동 개발업자인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58)씨와도 친분이 있다. 이 역시 최우향 전 부회장을 통해서 맺은 인연이라고 한다. 최 전 부회장은 김씨가 대장동 개발비리로 벌어들인 범죄수익을 숨기는 데 가담했다가 재판에 넘겨졌는데, 이때 함께 기소된 이한성 전 화천대유 대표는 이 전 부지사가 국회의원이던 시절 보좌관을 지낸 인물이다.


검찰은 최종적으로 김 전 부회장에게서 이재명 대표 또는 더불어민주당 고위층으로 이어지는 직접적 커넥션이 있는지에 관심을 두고 있다. 쌍방울 그룹이 전환사채(CB) 발행으로 마련한 자금이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변호인들의 수임료로 대납됐다는 의혹을 푸는 게 1차적인 과제다. 이 의혹이 애초 쌍방울그룹이 지난 대통령선거를 거치며 검찰의 주목을 받게 된 계기였다. 김 전 회장은 17일 오전 아시아나 항공편으로 귀국한다. 검찰 관계자는 “횡령과 배임, 뇌물공여, 자본시장법 위반, 외국환거래법 위반 등 김 전 회장에 걸린 혐의가 많다”며 “우리나라 수사관을 태국에 직접 보내 김 전 회장의 신병을 확보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역시 해외도피 중인 배상윤 회장 측도 이날 귀국의사를 밝혔다.
검찰은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의 변호사비 대납 의혹 수사를 진행할 방침이다. 사진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이달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사랑재에서 신년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모습.뉴스1

박현준·최모란 기자 park.hyeonjun@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