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치로 세게 맞은 느낌…겨울 더 위험한 '머릿속 시한폭탄' 정체

이우림 2023. 1. 14.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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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동맥류. [서울대병원 제공]

일교차가 크거나 기온이 뚝 떨어지는 겨울철에는 혈관 수축으로 인한 뇌혈관 질환자가 많이 발생할 수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특히 전조증상이 없고 언제 터질지 몰라 ‘머릿속 시한폭탄’이라 불리는 뇌동맥류는 파열될 경우 약 15%가 병원 도착 전에 사망하는 무서운 질병이다. 한국인의 2~5%가 앓는 뇌동맥류에 대해 이성호 서울대병원 신경외과 교수의 도움말을 받아 정리했다.


뇌동맥류, 여성·고령자에서 발생↑


뇌동맥류는 뇌동맥이 갈라지는 부위의 혈관 벽이 약해지면서 풍선처럼 부풀어 올라 혈관 내 새로운 공간을 형성하는 질병이다. 발생 원인은 정확히 밝혀지진 않았다. 다만 현재까지의 연구 결과에선 뇌동맥이 구조적으로 힘을 받는 층이 얇아 동맥류 발생에 취약하다는 점이 확인됐다. 뇌동맥 혈관 벽에 높은 혈류의 압력이 지속적으로 전달되면서 균열이 발생하고 일련의 과정을 통해 동맥류가 성장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여성이나 고령자, 동맥경화를 앓았던 적이 있는 환자에게서 보다 잘 발생하고 고혈압과 흡연 등 조절이 가능한 위험인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무엇보다 우려스러운 건 파열되지 않은 뇌동맥류의 경우 대부분 증상이 없다는 점이다. 이 교수는 “편두통이나 어지럼증을 호소하는 환자들이 우연히 발견된 뇌동맥류와의 연관성을 물어오는 경우가 있으나 대부분 관련이 없다”고 설명했다.


파열된 경우 '망치로 머리 맞은 듯한 느낌'


이성호 서울대병원 신경외과 교수. [병원 제공]
뇌동맥류 중에서 비교적 덜 위험한 경우는 크기가 작거나 파열 위험이 낮은 부위에 위치하는 경우다. 특히 상상돌기 주변이나 경막 외에 위치한 동맥류는 파열 위험이 굉장히 낮다.

당장 치료가 필요한 아주 위험한 뇌동맥류는 이미 파열이 일어난 동맥류다. 뇌동맥류가 파열된 경우에는 두개강 안에 피가 차면서 뇌를 비롯한 구조물을 압박한다. 이를 뇌지주막하출혈 혹은 뇌거미막하출혈이라고 한다.

증상은 출혈량에 따라 두통부터 급사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나타난다. 두통의 양상은 ‘망치로 머리를 세게 맞은 듯한 느낌’으로 표현하는 환자들이 많다. 메스꺼움과 구토를 동반하기도 한다. 출혈량이 많은 경우 의식저하, 혼수, 사망 등이 발생할 수 있다. 뇌거미막하출혈의 사망률은 약 28~35%로 매우 위험한 질병이며 치료되더라도 후유증이 남는 경우가 50% 이상이다.


거대 동맥류, 인지 저하·치매 일으키기도


파열되진 않았지만 증상이 발생한 동맥류도 위험하다. 비파열성 뇌동맥류는 보통 무증상이지만 간혹 크기가 커지거나 모양이 변하면 주변 뇌와 뇌 신경을 눌러 ▶안검하수(한쪽 눈이 안 떠지는 증상) ▶복시(물체가 두 개로 보이는 증상) ▶편측 안면 통증 등이 발생할 수 있다. 크기가 매우 큰 동맥류의 경우에는 뇌를 압박해 인지 능력 저하와 치매를 발생시키기도 하는데 이는 직경 25mm 이상의 ‘거대 동맥류’에서 주로 관찰된다.

뇌동맥류 파열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수술적 치료가 있다. 첫 번째는 혈관 내 치료인 ‘동맥류 코일 색전술’이고 두 번째는 개두술을 통해 직접 동맥류로 접근하는 ‘동맥류 경부 결찰술’이다.

동맥류 코일 색전술은 혈관 속으로 접근하기 때문에 개두술이 불필요하고 접근이 힘든 부위의 시술이 가능하다. 또한 개두술에 비해 재원 기간이 짧은 장점이 있다. 하지만 간혹 재발이 일어나거나 파열됐을 때 조작이 어려울 수 있다. 반면 동맥류 경부 결찰술은 주변 미세혈관을 직접 관찰할 수 있고 수술 중 파열 시 신속한 대처를 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또 재발률이 낮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다. 다만 개두술이 필요하고 시술자가 숙련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는 단점이 있다.

이 교수는 “뇌동맥류가 진단되면 그 위험도를 평가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 동맥류의 위험도가 높고 치료가 간단한 경우에는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라면서도 “동맥류의 위험도가 낮아 정밀검사나 추적 관찰이 필요 없는 경우도 많다. 실제로 방문하는 환자 중 정밀 검사 없이 단순 추적 관찰을 하거나 앞으로 오지 않아도 된다고 말씀드리는 분들이 훨씬 많다”고 덧붙였다.

이우림 기자 yi.wool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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