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 4세대 조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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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폭의 진화를 설명하는 방식은 여럿인데, 그들의 먹거리를 기준으로 보면 유흥조폭→건설조폭→금융조폭의 변천 과정이 그려진다.
서방파 양은이파 등 1970~80년대 1세대 조폭은 유흥가에서 먹고살았다.
금융위기 때 제도권에 편입된 사채업자들을 따라서 그들의 해결사 역할을 하던 조폭도 함께 발을 들였다.
이런 기업사냥에 연루된 그의 주변 인물 전력에는 목포 새마을파, 영광 신영광파 등 조폭 명칭이 많이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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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폭의 진화를 설명하는 방식은 여럿인데, 그들의 먹거리를 기준으로 보면 유흥조폭→건설조폭→금융조폭의 변천 과정이 그려진다. 서방파 양은이파 등 1970~80년대 1세대 조폭은 유흥가에서 먹고살았다. 특정 지역을 장악하고 자릿세를 뜯다가 직접 유흥업소를 운영하며 세를 불렸다. 1990년 범죄와의 전쟁에 이들이 몰락하자 2세대 조폭은 합법을 가장한 사업에 눈을 돌렸다. 건설업이 그들의 체질에 맞았다. 개발 이권을 쫓아다니며 힘을 써주다가 직접 사업가 행세를 했다.
금융시장에 진입한 건 대략 2008년부터였다. 금융위기 때 제도권에 편입된 사채업자들을 따라서 그들의 해결사 역할을 하던 조폭도 함께 발을 들였다. 금융권의 풍부한 유동성을 주무르게 된 3세대 조폭은 주가조작과 인수합병에 뛰어들며 기업사냥꾼이 됐다.
쌍방울그룹 실소유주 김성태씨가 바로 이 길을 걸었다. 전주 나이트파 출신이라는 그는 2000년대 도박PC방 사업과 불법 사채업을 하다 2008년 특수목적법인 레드티그리스(실상은 대부업체)를 만들고, 이를 통해 2010년 쌍방울을 인수했다. 이 과정에서 쌍방울 주가를 조작해 거액을 챙긴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이후 의류업체 바이오기업 연예기획사 등 시세조종이 용이한 코스닥 상장사를 문어발처럼 사들였다. 이런 기업사냥에 연루된 그의 주변 인물 전력에는 목포 새마을파, 영광 신영광파 등 조폭 명칭이 많이 등장한다. 감방에서 영어실력을 키워 해외 비즈니스를 맡았다는 인사도 있다.
김씨는 3세대를 넘어 4세대 조폭의 길을 개척하려 했던 듯하다. 정치권력을 등에 업고 일을 벌였다. 전직 국회의원을 사외이사로, 아태평화교류협회장을 고문으로 영입해 대북사업에 나섰다. 북한 고위층에 거액을 보냈다는 의혹, 대선주자 변호사비를 대납했다는 의혹이 태국에서 검거된 그에게 제기돼 있다. 횡령·배임 등 통상적 기업 범죄와 결이 다른 혐의는 그가 기업형 조폭에 안주하지 않았음을 말해준다. 하마터면 ‘권력형 조폭’의 시대를 구경하게 될 뻔했다.
태원준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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