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에 관한 거의 모든 것] 국내 호텔 디자인의 도약을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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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소원을 비는 1월이다.
그중 하나는 우리 호텔들 디자인이 한발 더 나아가는 것이다.
국내 호텔의 다양성 없는 디자인은 늘 아쉽다.
그 상식이 국내 인테리어 디자이너들에게도 조금만 통용된다면 국내 호텔 디자인에도 한 걸음, 아니 몇 걸음 진일보한 도약이 이뤄지지 않을까? 굳이 내가 소원을 빌지 않아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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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소원을 비는 1월이다. 호텔 개발 현장에서 나 또한 이루고 싶은 소원이 있다. 그중 하나는 우리 호텔들 디자인이 한발 더 나아가는 것이다. 국내 호텔의 다양성 없는 디자인은 늘 아쉽다. 국내 디자이너들의 역량 문제라고 쉽게 말하곤 하지만 과연 그럴까.
외국에는 인테리어 전문 디자이너들이 포진해 있다. 이들은 다시 공간과 규모에 따라 세분화돼 일한다. 호텔이나 리조트 기획 단계에서부터 호텔 오너들은 인테리어 디자이너 선정을 위해 상당한 공을 들인다. 인테리어 디자인이 호텔 첫인상을 좌우한다는 걸 잘 알기 때문이다. 디자이너는 긴밀한 회의를 통해 오너의 의도에 어울리는 결과물을 제안하고 구현한다. 가구 디테일부터 공간 마감재 선정까지도 이들의 일이다. 공사비 절감을 거론하는 시공업체의 압력에도 의지를 쉽게 꺾지 않는다. 명성이 높을수록 이런 성향은 더 강하다. 기획 단계에서부터 공사 마지막까지 인테리어 디자이너의 목소리가 살아 있으니 호텔은 흥미롭고 기발한 공간 경험을 제공한다.
우리는 어떨까. 무엇보다 인테리어 디자이너 역할에 대한 인식이 매우 부족하다. 심지어 건축가에게 맡기려고 하는 이들도 많다. 그렇게 하면 안 된다. 건물을 설계하는, 상대적으로 거시적인 작업이 건축가의 일이라면, 내부를 채우는, 미시적인 작업은 인테리어 디자이너의 일이다. 미시적이라고 하니 사소하다고 여기면 큰일 난다. 눈에 보이는 미감부터 보이지 않는 기능까지 다 아울러야 하니 보통 일이 아니다. 때로 커피 테이블 지름을 700㎜로 하느냐 900㎜로 하느냐가 중요한 이슈가 될 때도 있으니 훈련과 경험이 부족한 건축가가 이 일을 맡는 건 어불성설이다.
이렇게 분명한 사실이 왜 현장에서는 존중되지 않는 걸까. 인테리어 설계 계약서가 그렇게 작성되기 때문이다. 국내 인테리어 디자이너 설계비는 지나치게 낮게 책정된다. 게다가 시간도 충분치 않다. 이런 한계의 극복을 위해 일부 인테리어 디자인 회사들은 시공 계약을 함께 하곤 한다. 시공으로 이익을 확보해야만 디자이너의 수익을 창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말은 곧 인테리어 설계는 거의 공짜로 제공하고 시공을 수주해야만 먹고 살 수 있다는 의미다. 한국에서만 볼 수 있는 매우 특이한 현상이다. 때로는 인테리어 디자이너가 건설사 하청업체로 계약하는 경우도 있다. 결과는 뻔하다. 건설사의 수익 논리에 휘둘려 디자이너는 제 목소리를 내기 어렵다.
국내에서도 해외 인테리어 디자이너에게 일을 맡기곤 한다. 대부분의 오너들은 그들이 요구하는 값을 치르고, 요구에 맞춰 작업 기간을 설정한다. 기간을 줄여야 한다면 더 높은 설계비를 당연하다는 듯 지불한다. 지극히 상식적이다. 이런 상식이 왜 어디에는 통하고, 어디에는 통하지 않는 걸까. 그 상식이 국내 인테리어 디자이너들에게도 조금만 통용된다면 국내 호텔 디자인에도 한 걸음, 아니 몇 걸음 진일보한 도약이 이뤄지지 않을까? 굳이 내가 소원을 빌지 않아도 말이다.
한이경 폴라리스어드바이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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