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제만 남긴 이태원 국정조사, '참사날' 의문점은 그대로" [이태원참사_기록]
[조혜지 기자]
▲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과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6일 국회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특위 2차 청문회에 출석해 대화하고 있다. |
ⓒ 남소연 |
참사 희생자 유가족 등 피해자들은 지난 12일 2차 공청회에서 진술인 자격으로 마이크 앞에 앉았다. 여야가 청문회 대신 선택한 방식이었다. 국정조사에서도 해소되지 못한 의문과 울분이 쏟아져 나왔다. 책임이 있는 기관의 상급자들은 이미 6일 전 기관 보고와 청문회 자리에서 책임회피와 증언 번복을 반복하다 귀가했다. 이날 공청회에서 유족들 앞에선 그들 중 누구도 답변하지 않았다.
12일 국회 소통관에서 만난 이태원참사 진상규명 시민참여위원회 소속 양성우 변호사는 국정조사 과정 전반에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는 국정조사 모니터링팀 활동을 통해 진행 과정을 모두 지켜봤다. 그는 국정조사 실시에 대한 국회 합의 지연으로 사회적 관심에서 멀어졌고, 짧은 기간 산발적인 질의가 이어져 핵심 의문에 대한 규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양 변호사는 "(참사 책임자들의) 허위 증언과 답변 회피를 잡아낸 것은 성과지만 '그래서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하는지' 중간 과제들을 정리하고 넘어갔어야 했다"라며 "그래야 (사안별로) 정치적·법적 책임을 물을 근거가 생기는데 너무 산발적으로 진행된 것이 아닌가 아쉬웠다"고 밝혔다. 특히 관련 법과 조례상 재난안전에 책임이 있는 서울시 관계자들에 대해 제대로 그 책임을 추궁하지 못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했다.
그는 유가족들이 전한 답답함도 전했다. 피해 당사자인 유가족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질문들은 국정조사에서 "대부분 나오지 않았다"는 것이다. 때문에 여전히 유가족들은 참사로 희생된 가족의 마지막을 여전히 알 수 없고, 왜 당시 현장에서 비효율적 대응이 이뤄졌는지도 궁금증도 해소되지 않았다는 호소였다. 양 변호사는 피해 당사자임에도 유가족들이 조사 과정 전반에 참여할 수도, 설명을 들을 수도 없는 현 상황이 문제라고 봤다.
양 변호사는 국정조사 이후가 더 중요하다면서 독립된 특별조사기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독립적인 특별조사기구를 통해 끝내 진상규명에 다다른 영국 힐즈버러 축구장 참사나 일본 효고 현 불꽃놀이 압사 참사의 사례를 함께 언급했다. 형사적 책임을 묻는 그 이상으로, 두 번 다시 같은 참사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제대로된 진상규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아래는 양 변호사와 나눈 대화를 일문일답으로 정리한 것이다.
▲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이 지난 4일 국회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특위 1차 청문회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 남소연 |
- 국회의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가 곧 마무리될 예정이지만 여론의 관심을 충분히 받지 못하고 있다.
"국회는 물론, 언론에서도 국조 이슈가 주목 받지 못했다. 예산안 처리가 지연되면서 기간도 반이 날아갔다. 바로 시작하지 못하다 보니 '진행이 되긴 하는 건가'라는 의구심도 있지 않았을까 싶다."
- 성과는 다소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문제는 두 달간의 국정조사 기간 동안 진상규명을 위한 정부 차원의 조치는 뒷전으로 밀렸다는 것이다. 행정안전부나 서울시, 용산구 등 (책임 단위에서) 경과 브리핑 등을 통해 유가족이 궁금해 하는 것들을 해소하고, 필요한 것들을 지원했어야 하는데 말뿐이었다. 원스톱 지원센터를 만들었다고 하지만, 실제로 제대로 된 지원도 없었고 유가족도 모으지 못했다. 일반 시민이 보기에는 모든 게 다 해결된 것 같은 인상을 주지만..."
- 기관 증인들의 답변 중 기억에 남는 게 있다면.
"참사 인지 후 현장 도착이 너무 늦었다는 지적에 이상민 행안부장관이 내놓은 '이미 골든타임(구조 적기)이 지났다'는 발언이다. CPR(심폐소생술)을 1시간 정도 더 해 살아나는 것을 목격하셨다는 분들이 많다. 압사는 동시에 모두가 쓰러지는 게 아니라 시간에 따라, 사람의 신체와 환경에 따라 의식을 잃는 시점이 다르다.
(각자 다른) 시점부터 진짜 골든타임이 시작되는 건데, 이 장관처럼 골든타임 시각을 작위적으로 끊는 건 과학적 근거도 없는 말이다. 그런 이야기를 일국 장관이 하는 것은 창피스러운 일이다."
- 사실관계 규명을 통해 책임 여부가 가려진 대목이 있다면.
"장혜영 정의당 의원이 서울경찰청의 '다중 인파 운집에 따른 안전사고 대응' 책임을 물은 것이다. 김광호 서울청장은 '주최 측' 여부를 이야기했는데, 지역 벚꽃 축제 등도 주최가 없었음에도 경찰이 안전 사고를 염려해 경력을 배치하거나 모니터링 해 온 사실이 확인됐다.
기본적인 인파 운집 사고 예방 업무는 경찰에 있고, 그 전례가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도 용산구청의 책임을 명확히 지적했고, 권칠승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참사 이후 유가족들이 겪은 문제들을 제기했다."(기자 주 : 1월 4일 1차 청문회 - 장혜영 정의당 의원 : '올해 봄에 있었던 2022년 봄철 벚꽃 개화기간에도 혼잡 완화 조치 및 안전 활동이라는 필요성이 인정이 돼 이때에도 경찰에서는 기동대를 배치해서 상황을 관리를 했다.')
- 다뤄지지 못해 아쉬운 부분은 뭔가.
"서울시 안전총괄실장이나 행정부시장 등 오세훈 시장 출장 중 조치를 취했어야 하는 서울시 관계자들의 책임을 제대로 추궁하지 못한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서울시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 조례를 보면 어쨌든 서울시는 재난 안전 책임을 지고 참사 직후 응급조치를 하도록 돼 있다.
경찰과 소방만의 일이 아니다. 조례만 봐도 재난안전상황실의 역할과 어떻게 보고를 해야 하는지 나와 있다. 매뉴얼에 따른 상황 판단회의를 20~30분 내로 하도록 돼 있다. 재난안전상황실 당직자가 참사 당일 오후 10시 26분 보고를 받았는데도 88분 간 아무 조치가 없었다.
왜 의무를 다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오 시장은 그저 '송구하다'고 했다. 죄송하면 적어도 (책임 부서에) 자체 감사를 통해 보고가 왜 안 됐는지 규명하고, 징계 여부도 따져 봐야 했다."
- 서울시 관계자들의 증언 중 문제가 있다고 판단한 게 있나.
"(정부 대응 중) 추모 기간 설정이 제일 문제였다고 본다. 유가족에 사실 관계를 확인하지도 않고, 무조건 바로 추모기간 일주일을 설정했다. 그 기간이 지나면 '우리는 추모했다' 또는 '더 이상 뭘 더 해야하나'와 같은 인식을 하게 만든 거다. 유족들도 경황이 없는데 갑자기 영정을 생략하라는 행안부의 공문이 내려오고 서울시는 그 공문을 그대로 따랐다.
기관보고 때 서울시 관계자에게 '왜 그랬느냐'고 묻자, '너무 시급했고 장례식이 진행 중이어서' 그랬다고 했다. 말이 안 된다. 유족 협의 없이 위패와 영정 없는 합동 분향소를 차린 전례가 없다. 한 유족 분은 국회에 설치된 임시 분향소를 보고 지키는 사람도, 영정과 위패도 없는 모습에 충격을 받았다고 하셨다."(기자 주 : 지난해 12월 29일 기관보고 - 김상한 서울시 복지정책실장 "서울시에서 분향소를 차리고 운영했다. (중략) 영정사진은 유족들이 장례가 진행 중인데 '영정을 게시해주십시오' 말씀드리기 어려운 사정이고, 시간적인 촉박함이 있었다.")
▲ 이태원 참사 유가족 김호경씨가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2차 공청회에서 진술 도중 눈물을 흘리고 있다. |
ⓒ 남소연 |
- 유가족들이 국정조사를 통해 가장 알고 싶었던 사실은 무엇인가.
"참사 당일의 구체적 대응 상황이다. 어떻게 시신이 이송됐고 어떻게 신원 확인이 이뤄졌는지, 또 우리 아이가 어떤 병원에서 임시영안소로 갔으며 최종 병원은 왜 그곳인지 알려주는 사람이 없다. 구급 일지를 확인해도 임시 영안소까지만 나와있고 그 이전에 구급 조치가 어떻게 이뤄졌는가에 대해선 전혀 내용이 없다.
내용이 있다 해도 누구의 기록인지 확인할 수 없는 상황이다. 유가족 지원단이 11월 말에 만들어졌는데 아무 지원도 없었다. '유가족을 모이게 할 생각이 없느냐'고 문의해도 위에서 업무에 관한 아무 지침이 내려오지 않았다는 말이 나오고."
- 여전히 참사 당일 가족들의 마지막을 모르고 있다는 이야기다.
"가장 궁금해 하시는 것은 현장에서 신원 확인을 금방, 쉽게 할 수 있었는데 제대로 되지 않은 이유다. 동행도 있고 유족들도 현장에 대체로 금방 왔으며, 소지품들도 많이 확보 되어서 경찰이 직접 휴대전화를 열어 전화를 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런데 (대부분의 절차가) 거꾸로 됐다. 유가족이 옆에 있는데도 (피해자 이송) 응급차에 타지마라고 하는 등 동행하지 못하도록 했다는 증언도 있다. 1차 신원확인을 통해 유가족에 빨리 인계하는 절차가 없었다. 다른 대형 참사의 경우 부상자와 사망자 명단, 병원 이름 등이 빠르게 나왔는데 왜 이번 참사에서는 그렇지 않았는지, 모든 조치가 비효율적으로 이뤄졌는지 등 여전히 의문이 많다.
특히 아이에게 맥박이 있었다는데 왜 제대로 병원을 안 보냈는지, 부상자 분리 등 체계적인 조치가 없었는지 궁금한 거다. 목격자들도 그런 이야기를 하고 있다. 국정조사 과정에서도 한 구급대원 분이 '외롭다'고 하지 않았나.
경찰이 현장을 통제하면서 구급대원들이 많이 왔다면 어땠을까. 현장 생존자 분들도 같은 이야기를 한다. 의식을 잃고 눈을 떠보니 구급대원보다 시민들이 더 많았다고. 제대로 된 CPR 절차도 받기 힘들었던 것이다."(기자 주 : 1월 4일 1차 청문회 - 용산소방서 구급대원 "너무나 외로웠다. 소방관들이 그 안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이 너무나도 많이 없었고 구조한 사람들을 놓을 장소조차도 마련되지 않을 정도로 인파들이 통제되지 않았다.")
- 여야 합의로 유가족이 참여하는 청문회 대신 진술만을 듣는 공청회(1월 12일)가 마지막 순서로 진행된 것은 어떻게 보나. 기관증인들의 해명에 앞서 피해자들이 먼저 증언했어야 했던 것은 아닐까.
"같은 생각이다. 유족 한 분 한 분이 국회가 마련한 국정조사에서 발언 기회를 얻어 담담히 문제를 제기하고 사실관계를 보여줬다면 의미가 있었을 것이다."
- 이번 국정조사는 결국 무엇을 남겼나.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를 양산했다. 기간이 짧았던 점을 감안하면 특조위원들이 모든 면에서 다 부족했다고 보지 않는다. 그러나 질의 범위가 넓지 않았던 것은 아쉽다. 여당은 신현영 민주당 의원의 닥터카 논란을 계속 이야기했다. 야당은 열심히 질의했으나, 증인 거짓말이 나오면 (그 하나를 놓고) 계속 추궁하면서 허위 증언과 답변 회피를 잡아내긴 했다.
하지만 '그래서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하는지' 중간 과제들을 정리하고 넘어갔어야 했는데 못했다. 그래야 (사안별로) 정치적, 법적 책임을 물을 근거가 생기는데 너무 산발적으로 진행된 것이 아닌가 아쉬웠다."
- 많은 한계를 낳은 국정조사라 그 이후가 더 중요하다는 시각도 나온다.
"그렇기에 독립된 특별조사기구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형사법적인 조사는 검찰과 특수본 등 수사기관에서도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이번 참사의 구조적 원인을 파악하고,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상황에 대한 법적·정치적 책임을 따지고 이에 대한 면밀한 법리 검토가 필요하다. 특히 참사 이후 유가족들에게 행해진 말도 안 되는 일들이 왜 일어났는지도 조사할 필요가 있다."
- 해외 사례는 어떤가.
"영국 힐즈버러 축구장 압사 참사나 일본 효고 현 아카시시 불꽃놀이 압사 사태를 보면 독립된 조사기구의 필요성은 분명하다. 힐즈버러도 20년이 지났지만 진상규명이 제대로 된 이유는 독립된 조사기구가 있었기 때문이다.
효고 현은 참사 직후 한 달도 안 되어 민간의 전문가 중심으로 진상조사기구를 설립해 8개월여 조사 끝에 괜찮은 결과 보고서가 나왔다. 적어도 유가족, 생존자 분들의 의사가 적절히 반영된 기구를 만들어서 사실관계들을 확정해나가야 한다. 참사 재발 방지를 위해서라도 반드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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