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합의보다 더 큰 후폭풍, 윤 정권은 각오됐나

오태규 입력 2023. 1. 13. 22:27 수정 2023. 1. 14.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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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 분석] 강제동원 '정부안' 뚜껑 열자마자 암초... 대부분 언론 '반대'

[오태규 기자]

 강제징용 해법 논의를 위한 공개토론회가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리고 있다.
ⓒ 연합뉴스
 
외교부와 정진석 국민의힘 의원(한일의원연맹 회장)이 지난 12일 공동으로 개최한 '강제징용 해법 논의를 위한 공개 토론회'는 그동안 말로만 떠돌던 정부의 해법이 공식적으로 드러난 데 가장 큰 의미가 있다.

서민정 외교부 아시아태평양국 국장이 이날 공개한 '해법'은 대법원으로부터 배상 판결을 받은 일본 기업을 대신해, 제3자인 한국의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사장 심규선)이 판결금(배상금)을 강제동원 피해자에게 갚는다는 것이다.

[일본직격 라이브] 일본 배상금을 우리 기업 돈으로? 윤석열 정권, 제정신인가

구체적으로 대위변제로 할 것인지 병존적 채무 인수로 할 것인지까지는 밝히지 않았지만, 가해 기업은 빠지고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 한국 기업인 포스코가 낼 40억 원으로 대신 갚아준다는 것이 핵심이다. 참고로 정부는 피해자(채권자)의 동의가 필요한 대위변제보다 피해자의 동의가 필요 없는 병존적 채무인수 방안 쪽으로 기울어져 있다고 한다.

이렇게 제3자가 가해 일본 기업을 대신해 배상금을 갚는 방안의 가장 큰 문제점은 일본 기업의 가해 책임을 면제해준다는 점이다. 일본의 식민지 지배 아래 일본 기업에서 벌어진 강제노동에 대해 가해자인 일본 기업이 위자료를 지급하라는 대법원의 판결 취지를 왜곡하고 무력화하는 것이다. 마피아 등 범죄집단이 부정한 돈을 합법적으로 바꿔치기하는 것을 '돈세탁'이라고 하는데, 정부가 내놓은 해법은 일본 가해 기업의 책임을 없애주는 '책임 세탁'이라고 부를 만하다.

책임 세탁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강제징용 해법 논의를 위한 공개토론회에서 피해 유가족들이 "왜 발언 기회를 주지 않는다"며 주최측에 항의하고 있다.
ⓒ 유성호
  
정부는 애초 12일 공개 토론회를 마지막으로 정부 최종안을 발표하고, 일본과 협상을 마무리할 예정이었다. 아마 피해자 및 피해자 단체들의 반발도 어느 정도 예상하면서 토론회를 잡았을 것이다. 일본 정부와 기업의 완고한 태도를 강조하며 '불가능한 최선'보다 '가능한 차선'을 택하자는 논리로 대응하면, 피해자는 몰라도 국민을 설득할 수 있다고 본 것 같다.

요즘 일본 정부의 의중을 가장 잘 대변하고 있는 <산케이신문>의 보도에서 그런 정부의 의중을 엿볼 수 있다. 이 신문은 1월 4일 자 보도에서 '지난해 말 열린 국장급 협의에서 서민정 아시아태평양국 국장이 일본 쪽에 공청회와 공개 토론회 이후 신속하게 결론을 내리겠다는 뜻을 전달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번 공개 토론회가 오히려 정부의 발목을 잡는 계기가 됐다. 예상대로 피해자 및 단체들의 반발도 강하게 표출됐지만, 정부가 가장 의지해야 할 국민 여론이 매우 싸늘하다는 것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일본에 최종안을 제시하기도 전에 국내에서 큰 암초를 만난 것이다. 피해자가 반발해도 국민 여론이 지지하면 돌파할 수 있지만, 국민 여론이 등을 돌린다면 아무리 강심장인 정권이라도 밀어붙이기 힘들 것이다.

더구나 윤석열 정권은 30% 대의 낮은 지지율에 묶여 있다. 상대인 일본이 한국의 안에 힘을 실어줄 양보를 해준다면 모르지만, 기시다 후미오 총리도 통일교 문제와 국방 강화를 위한 증세, 물가 상승, 관료들의 줄사퇴 등으로 남의 사정을 봐줄 처지가 아니다.

가해 일본기업 책임 빠진 방안... 윤 대통령은 밀어붙일까?
 
ⓒ 오태규
  
12일 나온 정부의 방안에 대해, 여론의 동향이 어떤지를 살펴보기 위해 10개 중앙지의 사설을 살펴봤다. 먼저 윤 정권에 비교적 우호적 자세를 보이는 조-중-동-문(조선, 중앙, 동아, 문화) 4개 지를 보니, <문화일보>가 가장 적극적으로 정부안을 지지했고, <조선일보>는 정부안에 기본적으로 찬성하면서 구색 갖추기로 일본의 호응을 촉구했다.

<중앙일보>와 <동아일보>는 아예 사설로 다루지 않았다. 이 문제가 사설의 주제가 안 된다는 판단 때문이 아니라 정부안을 내놓고 지지하기도 어렵고 그렇다고 반대하기도 어려운 곤혹스러움의 발로일 것이라고 여겨진다. 

반면 중도 성향의 <한국일보>를 포함해 나머지 거의 모든 신문이 정부안을 매섭게 비판했다. <한국일보>는 "서 국장은 이날 '창의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했는데, 일본 피고 기업의 최소한의 배상 참여나 유감 표명도 없는 해법이 창의적인지 묻고 싶다. 이대로 강행했다가는 여론 악화로 한일관계 개선이 더 요원해질 수 있음을 명심하길 바란다"라고 정부에 매서운 경고를 했다.

이른바 진보와 보수의 중간에 있는 <한국일보>가 이런 자세를 취한 것은 정부안이 국민 대다수 여론의 지지를 받을 수 없다는 걸 보여준다. 보수 성향이 강한 <세계일보>마저 정부안이 해법이 될 수 없다고 질타했고, <국민일보>도 피해자와 일본을 더 설득하라고 촉구했다.

10개 중앙 일간지 사설에 나타난 민심은 매우 확연하다. 정부는 가해자인 일본 기업의 책임이 빠진 방안을 밀어붙이지 말라는 것이다. 이런 여론 동향은 2015년 12월 한일 일본군위안부 합의 직전보다 훨씬 강하다. 이런 압도적인 국민의 반대 여론을 무시하고 제3자 대리 변제 방식의 강제동원 해법을 밀고 갈 것인지 말 것인지는 윤 대통령의 결단에 달려 있겠다. 하지만, 그 후과는 위안부 합의 때보다 훨씬 클 것이라는 점을 각오해야 할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5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교육부-문화체육관광부 업무보고에서 국기에 경례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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