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년 2등' 펩시는 어떻게 코카콜라 매출 2배가 됐을까 [조연 기자의 바이 아메리카]
[한국경제TV 조연 기자]
한국의 천만영화 '도둑들'. 10년이나 된 영화지만, 화려한 캐스팅이 눈을 즐겁게 하는 영화입니다.
오션스일레븐의 한국판이라고 할까요. 근데 다들 희안한 별명을 씁니다. 예니콜 뽀빠이 씹던껌.
톡 쏘는 맛 하면 콜라죠. 근데 코카콜라도 아니고, 왜 펩시일까요? 아무래도 이름으로 쓰기엔 더 섹시해서 였겠죠? 아니면 영화 속 김혜수 역할이 결국 2인자였을까요?
여튼, 100년의 콜라 전쟁 속 펩시는 '만년 2등' 이미지가 강합니다. 그런데, 알고보면 펩시가 코카콜라보다 더 많이 번다는 사실. 오늘 이 이야길 해보겠습니다.
뉴욕 주식시장에서 더 궁금한 기업을 가까이 들여다보는 '바이 아메리카'. 오늘은 끝없이 변화하는 언더독, 불황에 더 빛나는 '배당킹' 필수소비재, 펩시(티커명: PEP)입니다.
세기의 라이벌 펩시와 코카콜라. 두 회사의 경쟁은 세계 기업 역사에서도 빼놓을 수 없죠. 1996년 당시 코카콜라 CEO가(로베르토 고이수에타) "펩시를 신경써야 할 필요를 더는 느끼지 못한다"며 승리를 자축했는데, 그로부터 10년도 되지 않아 펩시는 코카콜라의 매출을 넘어서기 시작합니다. 이 격차는 점점 커져 이젠 무려 두 배나 차이나는 데요. 펩시의 승부수는 콜라가 아니었는데, 이 이야기는 뒤에서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펩시의 시작으로 가보죠. 펩시는 코카콜라보다 12년 늦은 1898년, 미국인 약사 케일럽 브래드햄이 개발했는데요. 당시에는 약국에서 조그마한 '소다 파운틴(Soda Fountain)'을 차려 음료수를 제조해 파는게 유행이었다죠.
처음에는 딱히 이름도 없이 '브래드의 드링크' 이렇게 불렀습니다. 물에 설탕과 캬라멜, 콜라 너츠 등이 들어있는 '그저 설탕물'이었는데, 여기에 소화효소 '펩신'을 연상케 하는 '펩시'란 이름을 붙이게 됩니다. 진짜 소화제는 아니지만, 지금도 콜라를 마시면 왠지 소화가 되는 느낌이 들잖아요.
이 회사 잘 나가는가 했더니, 1차 세계대전 설탕값 급등에 사재기에 나섰다가 도산했고, 그 이후 1931년 경제대공황 시기를 맞아 두번째 파산을 맞이하게 됩니다. 반면 코카콜라는 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군에 콜라를 독점 공급하면서 넘볼 수 없는 1위를 구축하게 되죠.
당시 시장점유율이 코카콜라의 5분의 1 수준이었던 펩시는 3번째 주인인 캔디회사 '로프트'에 인수된 후 본격적인 마케팅에 나섭니다. 같은 가격에 두 배의 양, '킹사이즈' 콜라를 내놓았는데, 문제는 물량 공세엔 한계가 있다는 거죠.
이후 펩시는 코카콜라를 이기기 위해 무한한 노력을 합니다. 두 회사의 살벌한 광고 경쟁은 워낙 많이 알려져있죠. 특히 펩시는 "코카콜라는 기성세대, 펩시는 젊은 세대의 것"이라는 슬로건을 내거는데요. 당시 스릴러로 정상에 오른 마이클 잭슨을 모델로 세우는데, 코카콜라가 제의한 모델값의 5배를 줬다고 하더라구요.
할리우드 영화에도 돈을 부었습니다. '백 투 더 퓨처'를 보면 1955년으로 돌아간 주인공이 그냥 "콜라 주세요" 하면 될 것을 굳이 "다이어트 펩시 주세요"라고 고집하다 주인에게 면박을 받습니다. 이 '슈가 프리' 다이어트 콜라를 먼저 선보인 것도 펩시였습니다. 코카콜라보다 무려 18년이나 일찍 나왔는데, 음식료 시장이 점차 웰빙 시장으로 변화하는데 발빠르게 움직인 것이었죠.
그리고 이런 변화가 펩시에게 새 길을 열어줍니다. 콜라란 우물에서 벗어나 식품과 음료로 사업을 다각화하게 되죠. 아주 중요한 기점, 스낵회사 프리토-레이(Frito-Lay)를 인수하는데요. 이 M&A로 도리토스, 치토스, 프리토스, 레이즈, 러플즈, 토스키토, 썬칩 등 미국의 탑 10 스낵 중 무려 7개가 펩시로 들어오게 됩니다.
이때 사명도 펩시 컴퍼니를 줄인 '펩시코'로 바꾸고, 글로벌 스낵업계의 압도적인 1위로 자리잡게 됩니다. 마켓쉐어가 40%에 가까운데, 이는 2위 경쟁자보다 10배 크다고 하죠. 여기에 짭짤한 스낵과 달콤한 소다를 묶는 것도 가능해졌습니다.
펩시는 주력인 음료 사업에도 마운틴듀, 게토레이에 이어 생수회사, 과일주스 등을 인수하며 브랜드 확장에 나섰고, 스타벅스 캔음료도 제휴를 통해 펩시코가 담당하게 됩니다. 특히 게토레이를 소유한 퀘이커는 북미에서 소비가 큰 오트밀 제품으로도 유명해 건강식품 기업의 이미지도 갖게 되는데, 이 회사 인수에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습니다.
코카콜라 사랑으로 유명한 워런 버핏이 퀘이커 인수에 반대했었는데, 당시 펩시코의 부사장이었던 인드라 누이가 끼어들어 코카콜라보다 20억달러 낮은 금액으로 퀘이커를 전격 인수하죠. 그리고 버핏의 시즈캔디보다 놀라운 성장스토리를 쓰게 됩니다. 이 공로로 인드라 누이는 펩시코의 CEO로 승진해 12년간 회사를 이끌게 되고, 워런 버핏은 코카콜라 이사회를 사퇴하게 됩니다.
펩시코의 변화는 현재도 진행형인데요. 탄산수 제조기기 업체 소다스트림과 건강스낵 브랜드 BFY, 락스타에 이어 최근 핫한 셀시어스까지 에너지 음료회사 지분도 인수하면서, 식품과 음료 양면으로 탄탄한 포트폴리오를 갖추고 있죠. 지난해에는 미래 먹거리로 비욘드미트와 손을 잡고 대체육, 비건 육포를 내놓기도 했습니다.
또 최근에는 테슬라의 전기트럭 세미의 첫 고객으로 주목받기도 했죠. 3년이나 늦게 받았지만 'ESG 기업'이란 광고 효과는 톡톡히 봤습니다. 일단 콜라보단 가벼운 과자를 운송할 계획이라네요. 그 외에도 펩시코는 제품의 원료가 되는 농업부터 재활용 페트병 생산, 그리고 마지막 배송까지 이사화탄소를 줄이는 '펩시코 포지티브(pep+)'라는 비전을 내세우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월가에서는 펩시코 투자를 어떻게 볼까요?
일단 불황에는 콜라 소비가 더 늘어난다고 하죠. 인플레이션 시대, 가격 결정력을 갖고 있는 것도 장점인데, 고물가가 길어질수록 코카콜라보다 싼 펩시가 유리하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여기에 펩시도 지난해 '배당킹', 50년 이상 배당을 늘려온 기업에 이름을 올렸죠. 배당성향은 약 60%에 달합니다.
매출은 펩시가 2배, 영업이익률은 코카콜라가 더 좋지만, 주당순이익(EPS)는 또 펩시가 3배 정도 됩니다. 발행 주식수가 꽤 차이가 나니까요. 시총은 아직 코카콜라가 우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100년 넘게 살아남은 두 기업. 어떻게 보면 이 세기의 라이벌은 공생의 관계가 아닌가 싶습니다. 한 우물을 파는 코카콜라가 이길지, 계속 성장의 길로를 넓히는 펩시의 미래가 더 밝을지 궁금해집니다.
조연 기자 ycho@wowtv.co.kr
Copyright © 한국경제TV.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