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특수본 수사 종료…못 다 밝힌 공동책임, 공은 검찰로
158명이 사망한 ‘이태원 참사’의 원인과 책임 소재를 수사해 온 경찰청 특별수사본부(특수본)가 출범 73일 만인 13일 최종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두 차례에 걸친 현장 감식과 폐쇄회로(CC)TV 등 영상 180여 점, 압수물 14만여 점을 분석하고 관련자 538명을 조사한 끝에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 박희영 용산구청장 등 구속된 6명을 포함해 총 23명을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넘겼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윤희근 경찰청장 등 ‘윗선’에 대해선 책임을 묻지 않았다.
특수본은 참사 원인을 ‘군중 압력에 의한 질식사 등’으로 결론지었다. 3m 남짓의 좁고 가파른 길에 수많은 인파가 몰리며 동시다발적인 전도(넘어짐)로 이어졌단 설명이다. 사고 원인을 분석한 박준영 금오공대 교수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서를 토대로 사고 골목을 시뮬레이션한 결과 “골목 아래쪽에 1800명 정도 있었을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중 절반 이상이 평균 4000N(뉴턴, 약 407kg)의 하중을 견뎌야 했을 것”이라며 “사고 골목이 양방통행이었던데다, 해밀톤호텔 옆 구조물로 압력이 더 높아졌다”고 말했다. 다만 희생자 개개인의 사망 원인은 규명하지 못했다. “사망자 각각의 생존 시간, 사망 시각, 병원 이송 과정까지 확인할 순 없었다”(김동욱 특수본 대변인)는 것이다.
6명 구속, 17명 불구속…성수대교·세월호 때와 같은 법리
특수본은 이번 참사를 ‘인재(人災)’로 판단하고, 관할 지자체와 경찰·소방 등 재난안전 기관의 관련 기능 담당자들을 주범과 종범을 가릴 수 없는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의 공동정범으로 지목했다. 각자 주의 의무를 소홀히 한 결과가 한데 모여 참사로 이어졌다는 ‘과실범의 공동정범’ 법리를 적용한 것이다.
그 결과 이번에 송치된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가 적용됐다. ‘과실범의 공동정범’은 성수대교 붕괴 사고(1994년) 재판에서 처음 판례 법리로 도입돼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1995년), 세월호 사고(2014년) 당시에도 책임자 처벌의 방법론으로 활용됐다.
그러나 행정안전부나 경찰 수뇌부를 수사 선상에 올리지 못하고 소방 관계자에 대한 구속 수사에 실패하면서 ‘각각의 과실이 모여 참사를 만들었다’는 논리가 힘을 잃을 수 있단 분석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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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은 잡았는데…윗선·소방 수사는 한계
경찰은 김광호 서울경찰청장, 최성범 용산소방서장 등 17명은 불구속 송치했다. 유족 일부와 공무원노조·경찰직협 등은 이번 수사 결과를 “꼬리 자르기”라고 비판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10월 ‘핼러윈데이를 앞둔 분위기 및 부담 요인’ 보고서가 김 청장까지 올라간 사실이 박성민 전 부장 등의 공소장에 드러나며 논란이 커졌다. 김 청장은 지난 4일 국회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인파 밀집에 따른 안전사고 위험성 제기가 없었다”고 진술한 바 있다. 이와 관련, 김동욱 특수본 대변인은 이날 “보고서 내용 대부분이 (안전사고가 아닌) 마약, 성범죄, 교통안전 관련이었다”고 불구속 이유를 밝혔다.
소방 수사를 두고는 검찰과 대립하기도 했다. 당초 특수본은 최성범 용산소방서장이 ‘골든 타임’을 낭비한 책임이 엄중하다고 보고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검찰이 “사망자 158명 전원의 생존·사망 시각을 특정하는 등 보완 수사”를 요구하며 계획이 틀어졌다. 특수본은 “납득할 수 없다”고 공개 반발했지만 이후 영장을 재신청하지 않고 물러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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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민·윤희근·오세훈 ‘무혐의’…적용할 법 없다
고발된 이상민 행안부 장관에 대해서는 최종 각하(불송치) 처리하기로 했다. “재난안전법상 특정 지역의 다중운집 위험에 대한 주의 의무가 없다”는 이유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같은 이유로 무혐의 처분됐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입건 전 조사 종결됐다. 이태원 같은 특정 지역의 행사 안전은 법적으로 경찰청장의 사무가 아닌 자치경찰의 몫이라는 설명이다. 김동욱 특수본 대변인은 “이상민 장관, 윤희근 청장은 법리 검토 결과 혐의가 없어 서면 조사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윗선 수사와 관련해 특수본은 “증거와 법리에 따라 수사를 진행하여 결과를 도출했다”는 입장이다.
한편 수사 결과를 두고 경찰 안팎에선 “원체 까다로운 수사였다”는 평이 나온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어떤 결론이 나와도 아무도 만족시킬 수 없는 수사였다”며 “책임자를 명확히 규명했다는 면에서 특수본 나름 최선을 다한 지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은 결과”라고 말했다. 익명을 원한 한 경찰 간부(총경)는 “처음부터 여론에 몰린 수사가 됐다”며 “재난안전법 자체가 윗선 책임을 뭉뚱그리는 면이 있는데 서울청장 송치까지 올라간 게 오히려 무리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특수본은 이날부터 단계적 해산을 거쳐 활동을 마무리한다. 허위공문서 작성 등으로 입건된 소방청 관계자 3명은 서울청 강력범죄수사대에서, 해밀톤관광 업무상 횡령 혐의 등은 경찰청 중대범죄수사과에서 수사를 이어가기로 했다.
송치된 피의자들에 대해서는 서울서부지방검찰청이 지난 10일부터 경찰청 등을 다시 압수수색하며 보강 수사를 개시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같은 곳을 압수수색했다는 건 존재감 부각 말고 목적이 없다”며 “‘검수완박’ 반작용 이상의 의미를 찾기 어려워보인다”고 말했다.
김정민 기자 kim.jungmin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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