윗선 못 간 특수본, "수사 결과 보자"던 이상민ㆍ윤희근도 책임 피해갈 듯

윤정민 2023. 1. 13.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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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오른쪽)과 윤희근 경찰청장이 지난해 11월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한 모습. 뉴스1

경찰청 특별수사본부(특수본)의 이태원 참사 책임자 수사가 결국 '윗선'에 닿지 못한 채 마무리됐다. 정부·경찰 고위 인사 중 김광호 서울경찰청장 정도만 불구속 상태로 검찰로 송치하는 데 그쳤다. 그 결과 참사 직후부터 책임론이 제기됐던 이상민 행정안전부장관과 윤희근 경찰청장은 부담을 덜게 됐다. 검찰 수사가 남아있긴 하지만, 사실상 법적 면죄부를 받은 것과 다름 없게 됐기 때문이다. 두 사람 모두 자진 사퇴 압박이 있을 때마다 “수사 결과를 지켜보겠다”는 취지로 답하며 정치적·도의적 차원의 책임 역시 피해왔다.

국민 안전에 대한 책임이 부여된 국가 기능의 책임자인 두 사람의 거취 문제는 참사 직후부터 가장 큰 논란 거리 중 하나였다. 특히 이 장관은 여러 책임 회피성 발언 등으로 논란을 자초했다. 참사 다음날 브리핑에서 이 장관은 “예년과 비교했을 때 특별히 우려할 정도로 많은 인파가 모였던 것은 아니었다”며 “경찰·소방 인력이 미리 배치함으로써 해결될 수 있었던 문제는 아니었던 것으로 파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전 대비나 조치는 불가능했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이후 경찰이 참사 전까지 11번의 112 신고를 받고서도 제대로 된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며 비판이 쏟아졌다. 이 장관은 “소중한 가족을 잃은 유가족과 슬픔에 빠진 국민의 마음을 미처 세심하게 살피지 못했다”며 뒤늦게 사과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지난 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2차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질의를 듣고 있다. 뉴시스


말바꾸기 논란도 있었다. 이 장관은 참사 전 행안부 내 경찰국 설치 논란이 일기 시작한 지난해 6월 당시 경찰 통제 강화 계획을 발표하며 “경찰청 역시 대통령과 국무총리, 행안부 장관의 지휘라인에 있다”며 “경찰이 알아서 잘할 것이라고 기대하며 아무 일도 하지 않는 건 직무유기”라고 말했다. 치안과 소방은 중요한 업무라서 장관이 사무 관장 주체라고도 했다. 그러나 참사 후 국회에선 “경찰국은 누누이 말씀드렸다시피 치안과 전혀 무관한 조직”이라며 “지휘할 수 있는 근거가 없다”고 말해 입장을 바꿨다는 지적이 나왔다.

또 중앙일보와 문자메시지로 인터뷰를 하는 과정에서 “누군들 폼 나게 사표 던지고 이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지 않겠나”고 답한 것이나, 화물연대 파업에 대해 “이태원 참사와 똑같이 사회적 재난”이라고 표현한 것도 큰 논란이 됐다.

윤희근 경찰청장이 지난 4일 국회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1차 청문회'에서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참사 당일 충북 제천시에서 등산을 한 뒤 술을 마시고 잠들었다가 참사 관련 보고를 늦게 받은 윤 청장 역시 여러 논란에 휩싸였다. 경찰은 특수본 출범 당시 경찰 지휘부에 대한 수사도 완전히 독립적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지만, 윤 청장은 국회에서 이임재 전 용산서장 집무실 압수수색 여부에 대해 “현재까진 하지 않았고 추가적으로 할 수 있단 보고를 받았다”고 말해 '셀프 수사'란 비판을 받았다. 또 늦은 보고와 관련해 체계에 대한 지적이 나오자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답하거나, 일선에 책임을 돌리는 듯한 발언으로 책임 회피 논란이 일기도 했다.

그러나 특수본 수사가 윗선에 닿지 못하면서 두 사람은 거취를 통해 책임을 감당하기 보단 자리를 지키며 사태를 수습하는 길로 접어들 가능성이 커졌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3일 새해 첫 국무회의에서 “당분간 개각은 없다”며 이 장관에게 오히려 힘을 실어줬다. 또 윤 청장은 9일 약 4개월만에 경찰청 정례 기자간담회에 직접 참석했다. 이전까지는 참사 관련 수사선상에 오를 수 있다는 이유로 서면간담회 등으로 대체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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