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등장한 김만배 "감정 추스르고 재판 최대한 협조"
[김종훈 기자]
▲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 씨가 13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대장동 개발 사업 로비·특혜 의혹 관련 1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
ⓒ 연합뉴스 |
"저로 인하여 이 사건 재판 일정에 차질 생긴 점 진심으로 죄송합니다. 저 때문에 무고한 주변 분까지 곤란한 상황 처하는 것 같아 극단적 선택을 했습니다. 지금은 감정 추스르고 사법 절차에 임하기로 했습니다. 재판 일정 배려해 주셔서 깊이 감사드리고 재판 진행에 최대한 협조하겠습니다."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씨가 13일 재개된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의혹 공판 시작 전 이례적으로 밝힌 입장 전문이다. 이날 재판부(부장판사 이준철, 배석판사 남민영·홍사빈)는 공판 시작과 함께 김만배씨 건강 상태를 확인했고, 이에 김씨의 변호인은 "많이 좋아졌다"면서 "그동안 소회를 담아 (김씨가 직접) 간단히 말씀드리고자 한다"라고 발언을 요청했다.
지난달 14일 김씨는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의 한 대학교 인근 도로에 주차된 자신의 차량 안에서 흉기로 자해했다. 이후 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은 뒤 같은 달 27일 퇴원했다. 이로 인해 대장동 재판은 지난달 9일 이후로 약 한 달간 진행되지 못했다. 자해 후 처음 열린 공판에서 김씨가 스스로의 심경을 처음으로 밝힌 것이다.
김씨는 이른바 '대장동 일당'에서 키맨으로 꼽히던 인물이다. 천화동인 4호 실소유주 남욱 변호사에 비해 대장동 개발 사업에 늦게 뛰어들었지만 법조기자 시절 쌓은 인맥을 바탕으로 각종 민원을 해결하는 업무를 맡으면서 사업의 주도권을 쥐었다.
이후 김씨는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남욱 변호사 등과 대장동 개발 사업을 추진하면서 화천대유 측에 최소 651억 원가량의 택지개발 배당 이익과 최소 1176억 원에 달하는 시행 이익을 만들어 냈다. 지난 2021년 검찰은 김씨를 성남도시개발공사에 손해를 입힌 혐의(배임) 등으로 기소했다.
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던 김씨는 기한 만료로 지난해 11월 24일 석방됐다. 그러나 석방 후 증언을 바꾼 유동규 전 본부장과 남욱 변호사 달리 그는 '이 대표 등에게 돈을 건넨 적 없다'는 입장을 바꾸지 않았다.
이러한 상황에서 검찰은 지난달 13일 김만배씨의 재산 은닉에 관여한 조력자로 알려진 화천대유 공동대표 이한성씨, 화천대유 이사 겸 전 쌍방울 그룹 부회장 최우향씨 등을 체포했다. 검찰은 체포 이틀 만에 이들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공소장에 이씨와 최씨가 김씨 지시로 대장동 사업 이익을 수표로 인출해 보관하거나 허위 회계처리를 해 차명으로 부동산을 매수하는 등 260억 원 상당을 은닉했다고 적시했다.
▲ 성남도시개발공사 전략사업실장을 지낸 정민용 변호사가 지난 2021년 11월 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느 모습 |
ⓒ 유성호 |
13일 재개된 재판에선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전략사업실장 정민용 변호사에 대한 검찰의 증인신문이 이뤄졌다. 정 변호사는 대장동 일당에게 유리한 공모지침서를 작성한 혐의를 받고 있다. 특히 대장동 개발 의혹의 핵심 쟁점인 '초과이익 환수 조항 삭제'를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초과이익 환수 조항은 예상보다 수익이 더 났을 경우, 성남시가 약속된 배당금(1822억 원)보다 더 많은 수익을 가져갈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검찰은 정 변호사에게 성남도시개발공사에서 근무하던 2016년 2월부터 2020년 2월까지 천화동인 4호 실소유주 남욱 변호사로부터 총 1억 8000만 원을 받은 게 맞냐고 물었다. 정 변호사는 "말씀하신 기간 동안 그 정도의 금액을 받았다"라고 인정하면서도 "(해당 사안은) 대장동과 관련돼 있지 않다고 생각해 증언을 거부한다"라고 말했다. 검사가 추가로 관련 질문을 이어갔지만 정 변호사는 때마다 "증언을 거부한다"라고 답했다.
검사 : "증인(정민용)이 먼저 남욱에게 생활비가 필요하다, 돈이 필요하다 한 적 있나?"
정민용 : "말씀드리지 않겠다. 증언을 거부한다."
검사 : "남욱으로부터 돈을 빌린 것인가, 받은 것인가? 증인은 1억 8000만 원 받은 건 맞다고 (법정에서) 말했다. 이 말은 빌린 거냐 받은 거냐?"
정민용 : "오히려 (남욱이) 빚을 갚은 거라고 생각한다."
검사 : "무슨 빚을 갚았다는 거냐?"
정민용 : "증언을 거부한다."
검사 : "남욱으로부터 매월 받은 생활비가 증인 당시 월급보다 많거나 비슷한 걸로 보이는데 남욱으로부터 받은 걸 반환할 능력이 있었나?"
정민용 : "증언을 거부하겠다."
검사 : "증인은 남욱으로부터 1억 8000만 원 받은 건 인정했는데 이자 등 명목으로 남욱에게 돈을 지급하기로 하거나 실제로 지급한 것이 있나?"
정민용 : "증언을 거부하겠다."
검사 : "돈 받을 때 공사 직원으로 재직 중이지 않았나? 남욱으로부터 2016년부터 2020년까지 돈 받았다고 답변했는데 그때 공사 직원인 건 맞지 않나?"
정민용 : "맞다."
이날 공판에서 검찰은 남욱-정민용 두 사람의 관계를 집중적으로 추궁했다. 특히 1990년 중반부터 두 사람의 관계가 이어졌고, 정 변호사가 남욱의 추천으로 성남도시개발공사에 입사한 정황도 확인했다.
검사 : "증인은 남욱 언제 알았나?"
정민용 : "1994년도 4월~5월경 처음 알았다. 대입 입시학원에 있었고, 그때 처음 만났다."
검사 : "대입 전부터 알고 지낸 건가?"
정민용 : "그렇다."
검사 : "(증인은) 서강대 98학번이고 남욱은 95학번인데, 증인은 법학과 재학 중에도 남욱과 가까웠나?"
정민용 : "친한 사이였다고 생각한다."
검사 : "사법시험 합격 전에도 남욱과 금전거래 했나?"
정민용 : "제가 생각하기엔 있었다."
검사 : "어떤 건가?"
정민용 : "그 당시에 제 카드를 (남욱이) 빌려가서 쓰거나 했던 적이 있다. 변제가 안 돼서 채무를 내가 변제하고 그랬다."
검사 : "금액은 대략?"
정민용 : "정확하진 않은데 변제가 안 돼서 기간이 늘면서 이자가 늘면서 1000만 원 정도 됐던 걸로 기억한다. 시간이 지나서 정확하진 않다."
검사 : "연체 이자가 5000만 원까지 늘어났는데, 남욱이 원인 제공했는데도 가까이 지냈나?"
정민용 : "그렇다. 가깝게 안 지낼 이유가 없었다."
(중략)
검사 : "증인은 2014년 11월 3일경 성남도시개발공사 전략사업팀 차장급으로 입사했다. 경위가 무엇인가?"
정민용 : "그 당시에 국회에서 이직 준비를 꽤 오래 했었다. (성남도시개발)공사에서 변호사를 뽑는다는 것을 남욱이 이야기해서 알게 됐고, 지원했는데 공사에 합격이 됐다."
▲ 남욱 변호사가 13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대장동 개발 사업 로비·특혜 의혹 관련 1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
ⓒ 연합뉴스 |
정 변호사는 남욱 변호사와 마찬가지로 서강대 법대 출신이다. 2008년 사법시험에 합격한 후 사법연수원 40기를 수료했다. 그러나 정 변호사는 변호사 사무실을 개업해 활동하는 대신 한나라당과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소속 국회의원 3명의 비서관으로 활동했다. 이후 남욱의 소개에 따라 2014년 말 성남도시개발공사 전략사업실에 들어갔다. 상급자로 유동규가 자리해 있었다.
정 변호사는 2020년 5월 근무태도 불량으로 해고된 것으로 알려졌다. 근무시간에 수영과 헬스, 필라테스 등을 하고, 상습적으로 출퇴근 체크를 누락했다는 게 해고 사유였다.
이후 그는 2020년 후반기 유동규와 함께 다시마 비료사업을 하기 위해 만든 '유원오가닉'을 설립한다. 이 회사는 2021년 1월 유원홀딩스로 회사 이름을 바꿨다. 남욱 변호사는 그 무렵 유원오가닉에 대한 투자금 명목으로 정민용에게 35억 원 줬다. 검찰은 이 돈 역시 정민용이 대장동 사업을 도와준 대가로 보고 그에게 부정처사후수뢰 혐의를 적용하고, 범죄수익은닉 혐의까지 적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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