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그냥 사세요" 조롱…논란의 '공공지원 민간임대' 직접 가보니
공공지원 민간임대 15개 사업장, 1만여가구 전수조사 실시
입주민 "하자 관련 용어 어려워…살아보니 만족"
원희룡 "하자 철저히 확인 후 공사비 잔금 지급"
"여기가 공공지원 민간임대 아파트라고?"
13일 기자가 서울 구로구 고척동 소재 '고척 아이파크' 공공지원 민간임대 아파트를 직접 방문하고 한 첫 마디다.
충북 충주시 일원 '제일풍경채 충주 호암'에서 하자보수 부실 처리는 물론 '그냥 사세요' 조롱글 논란이 불거진 직후다. 이 때문에 임대아파트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가 한 겹 더 씌워졌으나, 현장을 가보니 그 생각은 말끔히 지워졌다.
공공지원 민간임대는 무주택자 등이 시세 대비 저렴한 임대료로 최장 10년간 안정적으로 거주할 수 있는 주택이다. 민간이 공공의 기금지원 등을 받아 건설 후 임대운영을 한다.
HDC현대산업개발이 시공한 이곳 단지는 지난해 10월부터 입주를 시작했다. 옛 남부교정시설 부지에 최고 45층 높이, 총 2205가구 규모로 지어졌으며, 공공지원 민간임대로는 국내 최대 규모다.
이곳 단지는 인근 시세 대비 85% 이하로 초기 임대료가 책정됐다. 전용 79㎡ 기준 보증금 2억4000만원에 월 54만원 수준이다. 입주 후 2년 재계약 시 임대료 상한선은 5% 이내로 제한되며 해당 아파트는 최장 8년 거주가 가능하다.
상가 곳곳에는 맛집과 분위기 좋은 카페 등이 자리하고 있었다. 입주민 전용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면 단지 내 '아이파크몰'로 바로 이어져 장을 보거나 쇼핑을 즐기기에도 편리해 보였다.
이날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HUG(주택도시보증공사), LH(한국토지주택공사) 품질관리단, 하자분쟁조정위원회 등과 하자점검단을 꾸리고 이곳 현장을 찾아 하차저리 상황 등 입주 환경을 점검하고 입주민들의 애로사항을 청취했다.
고척 아이파크는 입주 후 급수 감압밸브 하자로 입주민들이 침수·누수 피해를 겪은 바 있다.
원 장관은 "급수 감압밸브 하자가 고난도 문제면 실력이 부족했다지만, 조금만 신경 쓰면 막을 수 있는 문제를 소홀히 한 것은 시공사 수준을 드러내는 것"이라며 "공공기관 발주처가 제대로 된 시스템을 갖추고 입주자가 문제를 제기할 때 일사천리로 알아서 지원할 수 있도록 체계를 점검해야 한다"고 밝혔다.
공공의 기금 지원 및 세제 혜택을 받고 부실 시공하거나 하자처리에 소홀한 것은 "국민에 대한 배신, 국가의 혜택 횡령"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날 HUG는 이 같은 문제가 재발하지 않도록 ▲하자 이행 확인 후 점검 피드백 강화 ▲하자 민원 발생 시 향후 공모사업에 불이익 ▲HUG 및 국토부 보고체계 강화 등을 제시했다. 올해 입주 예정인 5806가구에 대해선 사전점검 전후로 품질점검도 실시할 계획이다.
실제 거주 중인 입주민들의 주거 만족도는 높았다. 다만 입주 전 사전점검 시간이 짧고 전문용어가 많아 애를 먹었다고 토로했다.
지난해 10월 입주한 A씨는 "자녀 3명이 거주 중인데 각각 자취할 경우 월 임대료가 버거웠는데, 주거비용이 1/3으로 줄었다"며 "집에 대한 부담으로 결혼에 회의적이던 애들이 저축을 하고 꿈을 꾸게 됐다. 민간임대 하자부분은 논란이 된 만큼 당연히 개선될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 입주한 B씨는 "사전점검 때 주어진 시간이 3시간 정도였는데 현산에서 만든 하자신청 앱을 처음 쓰다 보니 당일에 제대로 등록하질 못했다"며 "공정별 재하도급이 있으니 업체에선 하자가 보이지 않는데 해야 하냐는 얘기도 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입주민들은 눈에 보이는 하자밖에 잡아낼 수 없다"며 "건축전문가가 아니니 이 단어가 도배를 말하는 건지 조명을 말하는 건지 헷갈리는 것도 있었다"고 했다.
간담회에 참석한 김재식 한국주택협회 부회장은 충주 임대아파트 조롱 논란에 유감을 표하며 자정 노력을 약속했다.
그는 국토부의 하자관리 전수조사를 환영한다며 "하자는 시기별, 아이템별, 입주 전후, 입주 1년차, 2년차 등 모두 다르고 패턴화 돼있다"며 "패턴화된 하자를 분류해 어느 정도까지 하자를 인정하고, 어떤 방법으로 할 것인지 표준화도 필요하다고 본다"고 제언했다.
또 "아이파크처럼 어플을 통해 편하게 하자를 접수하고, 어느 시점에 하자가 발생했는지 명확히 알 수 있는, IT 기술을 접목한 시스템이 제도 개선을 통해 도입되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국토부는 민간임대 품질관리를 위해 전문가도 참여시킨단 방침이다. 하자점검단은 이날부터 최근 입주했거나 입주 예정인 공공지원 민간임대 15개 사업장, 총 1만여가구에 대한 전수조사에 본격 착수한다.
원 장관은 "민간임대 품질관리를 위해 입주 예정자뿐만 아니라 하자전문가도 참여해 점검을 더 강화하고 사전점검에서 지적된 하자가 조치됐는지 철저히 확인 후 공사비 잔금을 지급하고 입주 개시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기업들은 똑똑하고 깐깐한 소비자가 있다는 걸 축복으로 생각해야 한다"며 "하자가 쏟아질까 걱정했는데 입주민들이 행복감을 표해줘서 다행이다. 주택공급 기관들은 이런 소비자들이 관련 서비스를 기다리고 있다고 생각하고 민간과 차별성 없는 고품격 임대를 짓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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