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징용 해법 ‘법률 다툼’ 치닫나…日 기업 참여시까지 ‘변제 유예' 검토
외교부는 지난 12일 ‘강제징용 해법 논의를 위한 토론회’를 통해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하 지원재단)이 한·일 기업으로부터 기금을 출연 받아 강제징용 피해자에게 배상금을 지급하는 해법을 공식화했다. 2018년 한국 대법원 판결에 따라 미쓰비시중공업·신일철주금(일본제철) 등 일본 전범 기업이 강제징용 피해자에게 지급해야 할 손해배상금을 정부의 중재 하에 지원재단이 대신 변제하는 방식으로, ‘병존적·중첩적 채무인수’로 불린다.
'변제→거부→공탁→소송' 갈등 격화 우려
문제는 강제징용 피해자 측의 거센 반대다. 이들은 지원재단이 기금을 모금해 배상금을 지급한다 해도 수령하지 않겠다는 계획이다. 손해배상금을 지급해야 하는 주체는 제3자인 재단이 아닌 일본 전범 기업이라는 이유에서다. 피해자 측은 최소한 전범 기업의 기금 출연과 일본 측의 사죄가 전제돼야 정부의 이번 해법을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배상금을 대신 지급하려는 지원재단과 이를 거부하는 피해자 측의 충돌은 결국 법원 공탁 절차로 귀결될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지원재단은 배상금을 법원에 공탁해 법적으로 채무 종결하려 할 테고, 이에 맞서 강제징용 피해자 측은 ‘공탁 무효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강제징용 문제의 해법이 결국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채 또 다른 형태의 법률 분쟁으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외교 소식통은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제3자의 변제를 거부함에 따라 공탁 절차에 돌입하는 순간 정부의 해법으론 피해자를 만족시키지 못했다는 점을 공개 선언하는 의미를 갖게 된다”며 “나아가 피해자 측에서 또 다시 소송을 제기하며 새로운 법률 다툼이 시작된다면, 정부가 해법을 발표했지만 정작 문제는 해결되지 않은 채 갈등이 계속되는 혼란스러운 상황이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日 참여 기다리며 '변제 유예' 가능성
재단 측은 또 일본 기업이 기금 출연에 참여할 때까지 변제를 유예하는 이같은 방안이 일본 측의 호응 조치를 촉구하는 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다만 이 경우 배상금 지급 절차 자체가 시작하지 않기 때문에 정부에서 우려한 현금화 조치를 막기 어렵다. 정부는 일본 기업의 국내 자산을 강제로 매각해 강제징용 피해자에게 배상금으로 지급하는 현금화 조치를 넘지 말아야 할 선으로 보고 있다.
토론회 이튿날 한·일 외교장관 통화
하야시 요시마사(林芳正) 일본 외무상은 이날 미국 뉴욕에서 기자들과 만나 한국 정부가 추진하는 강제징용 해법과 관련 “한국 국내 움직임이나 한국 측의 발언 하나하나에 대해 코멘트하는 것은 삼가겠다”며 “1965년 한·일 국교 정상화 이후 쌓아온 우호 협력관계의 기반을 바탕으로 한·일 관계를 건전한 형태로 되돌리고 더욱 발전시키기 위해 한국 정부와 긴밀히 의사소통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측에선 한국 정부가 추진중인 강제징용 해법을 ‘현실적인 대안’으로 평가하는 분위기다. 교도통신은 지난 12일 일본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한국 재단(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 대신 배상금을 지급하고, 이후 이 배상금의 반환을 일본 기업에 요구하는 구상권을 포기한다면 일본 기업이 재단에 기부하는 것을 용인하는 안이 부상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국내에선 정부 해법에 반대하는 촛불집회가 열렸다.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은 이날 서울시청 광장 근처에서 집회를 개최했다. 김영환 민족문제연구소 대외협력실장과 이나영 정의기억연대 이사장, 호사카 유지 세종대 교수 등이 참석했다.
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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