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셋값 깎아드릴게, 재계약하죠" 집주인에게 전화 온 까닭
서울 송파구 잠실동 ‘잠실 엘스’아파트에 전세로 사는 김모(42)씨는 다음 달 전세 계약 만료를 앞두고 집주인으로부터 보증금을 낮춰 계약을 연장하자는 제안을 받았다. 김씨는 “지금보다 더 싼 가격에 인근 다른 전셋집을 구할 수도 있다”면서도 “하지만 막상 움직이려니 발품 팔아야 하는 것도 귀찮고 이사 비용 등을 고려하면 보증금을 낮춰 계약을 연장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이 하락하면서 보증금을 낮춰 계약갱신청구권(갱신권)을 쓰는 사례가 늘고 있다. 13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달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84㎡는 기존 보증금 10억 5000만원에서 3억 2000만원을 낮춘 7억 3000만원에 갱신 계약이 이뤄졌다. 같은 아파트 76㎡는 이달 초 보증금 9억원에서 2억 9000만원 낮춘 6억 1000만원에 전세 갱신계약이 신고됐다.
강남구 개포동에선 개포주공 5단지 61㎡가 기존 6억원에서 41.6% 하락한 3억 5000만원에 전세계약이 갱신됐다. 개포주공 6단지 60㎡도 6억 8000만원에서 4억 7000만원에 기존 세입자와 전세계약이 체결됐다.
실제로 부동산 중개업체 집토스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4분기 갱신 계약 중 종전 계약보다 감액한 계약 비율은 13.1%까지 올랐다. 지역별로는 경기 지역에서 감액 계약 비율이 23.1%로 높았다. 종전과 같은 조건으로 계약을 체결한 경우도 전 분기 대비 4.2%p 증가했다.
이처럼 감액 갱신권 계약이 증가하는 것은 감액 갱신이 집주인이나 세입자 모두에게 유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개포동의 한 공인 중개사는 “현 전셋값이 바닥권이라고 생각하는 집주인들이 많은데 지금 새로 세입자와 계약하면 4년 동안 임대료를 거의 올릴 수 없다”며 “어차피 전셋값이나 월세를 낮출 바에야 현 세입자와 감액 갱신을 하는 게 유리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세입자는 갱신권을 한 번만 쓸 수 있기 때문에 갱신권을 쓰면 2년 뒤에는 계약이 종료된다.
세입자 입장에서는 더 기회가 많다. 감액 갱신을 통해 임대료를 낮추고 살다가 전셋값이나 월세가 더 떨어지면 임대료가 더 싼 집으로 옮기면 되기 때문이다. 2020년 임대차보호법이 개정되면서 갱신 계약의 경우 계약 기간 중이라도 세입자가 3개월 전에 통보하면 계약 해지가 가능하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대출이자가 워낙 높은 상황이라 집값과 전셋값의 동반하락세가 지속할 가능성이 크다”며 “특히 새 아파트 입주 물량이 많은 지역은 당분간 전셋값 약세가 불가피하기 때문에 ‘감액 갱신’사례가 더 늘어날 것 같다”고 말했다.
곽재민 기자 jmkwa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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