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영 교수의 ESG와 기독교-12] 십일조 정신과 ESG
어떤 성경학자들은 십일조는 제정일치 사회였던 구약시대에 있었던 제도이기 때문에 신약시대를 사는 우리에게는 일반적인 주일 헌금만 드리면 되지 십일조라는 개념은 필요가 없다고 주장한다. 또 어떤 성경학자는 십일조는 우리의 모든 것이 하나님의 것임을 인정하는 믿음의 증표로써 하나님께서 그리스도인에게 명령하신 것으로 특별한 의미가 있다고 주장한다.
십일조에 대한 상반된 입장과 관계없이 성경에서 전하는 십일조의 정신은 ESG경영의 목적과 관련이 있다. 기업의 의사 결정(G) 시 재무적 가치뿐 아니라 비재무적 가치인 환경(E)과 사회(S)도 균형 있게 고려하는 ESG경영과 같이 십일조의 정신도 재무적으로 창출한 가치 중 일정 부분을 사회적 가치 창출을 위해 직접 이바지한다는 점에서 서로 일관성이 있다.
성경에서 십일조에 관한 이야기가 처음 나오는 곳은 창세기 14장 20절이다. 아브라함이 위기에 빠진 조카 롯을 구출하기 위해 전투를 치르고 그 후에 멜기세덱이라는 제사장을 만나게 되는데 그에게 자신이 얻은 재물의 십 분의 일을 드리는 장면이 나온다.
창세기 28장에서는 야곱이 여행 중에 한 장소에 이르렀는데 그곳에서 돌을 가져다 베개로 삼고 누워 자게 되는 이야기가 나온다. 꿈을 꾸는데 여호와께서 야곱에게 나타나셔서 “땅의 모든 족속이 너와 네 자손으로 말미암아 복을 받을 것이다. 내가 너와 함께 있어 어디로 가든지 너를 지킬 것”이라 축복하신다. 야곱이 잠이 깨어 베개로 삼았던 돌을 가져다가 기둥으로 세우고 그 위에 기름을 붓고 베델이라고 명명한다. 그리고 “내가 하나님이 주신 모든 것에서 십 분의 일을 반드시 하나님께 드리겠다”고 서약한다.
창세기에 나타나는 십일조의 의미와 정신은 우리 삶과 우리의 소유물이 자신의 능력과 노력의 결과가 아니라는 고백이다. 달리 말해서 “하나님께서 내 삶과 내 재산의 주인”이라는 고백의 의미로 드리는 것이 창세기에 나온 최초의 십일조 모습이다.
민수기 18장 21절 이하에는 “이스라엘의 십일조를 레위 자손에게 기업으로 다 주어서 그들이 하는 일 곧 회막에서 하는 일을 갚나니… 레위인은 회막에서 봉사하며 자신의 기업이 없을 것”이라는 말씀이 나온다. 당시는 정치와 종교가 일치하는 제정일치 사회였다. 제사장이나 레위 자손들은 농사나 목축을 위한 땅과 가축을 소유하지 못하게 했다. 오로지 하나님의 일을 하는데 헌신할 수 있도록 십일조를 통해 소득을 보장한 것이다. 즉 이스라엘 12지파 중 11 지파의 백성들이 자신의 소득 중 십 분의 일을 헌금함으로 회막(성전)의 유지관리와 제사(예배)에 필요한 경비로 쓰고 이를 관장하는 레위 지파 사람들의 생계를 책임진 것이다.
신약시대의 교회는 구약시대와 달리 제정일치 제도하에 있지는 않지만, 여전히 구약시대의 회막과 제사의 역할을 계승하고 있었다. ‘에클레시아(예수 그리스도께 대한 신앙고백으로 모인 공동체)’에 해당하는, ‘예수 그리스도를 머리로 한 그의 몸(고전 12:27)’으로도 교회는 정의된다. 그러므로 십일조는 그리스도의 몸 된 교회를 유지하고 은혜로운 예배를 위해 필요한 재정의 원천이라는 점에서 신학적 정당성이 유지된다.
신명기 26장에 보면 또 다른 의미의 십일조에 관한 이야기가 나온다. 신명기 26장 12절을 보면 “셋째 해 곧 십일조를 드리는 해에 네 모든 소산의 십일조 내기를 마친 후에 그것을 레위인과 객과 과부에게 주어 네 성읍 안에서 먹고 배부르게 하라”는 말씀이 나온다. 3년마다 드리는 이웃 사랑을 위한 십일조에 대한 말씀이다. 이때 십일조는 안식년을 기준으로 3년마다 통상적인 십일조를 낸 후, 다시 십 분의 일을 구별해서 마련한 금액이었다. 이 재정은 하나님이 주신 축복에 대한 감사함으로 진정성을 가지고 마련된 것으로 당시 취약계층을 대표하는 나그네, 고아, 과부를 돕는 데 사용됐다.
신명기 26장 12절에 기록된 십일조의 정신은 기업의 ESG경영에서 사회(S)영역 내의 중요한 요소인 ‘취약계층에 대한 기여’와 직접 연결된다. 산업통상자원부가 2021년 12월 발표한 K-ESG 가이드라인에서 사회영역 평가항목을 보면 ‘전략적 사회공헌’과 ‘구성원의 봉사참여’가 있다. 기업이 고유한 목적과 방향성을 달성하려면 조직의 사업 특성을 고려해 전략적으로 사회공헌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구성원이 자율적이고 진정성 있게 사회봉사 활동에 참여하는 조직문화가 ESG경영에서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전략적 사회공헌’은 기업이 한정된 귀중한 자원을 사회공헌을 위해 집행할 때, 지역사회에 대한 기여와 동시에 사업적 기여 효과까지 고려해 균형을 잡아야 지속가능한 사회공헌이 될 수 있다는 개념이다. 제자들을 전도 여행에 보내는 중 예수님은 “뱀처럼 지혜롭고 비둘기처럼 순결하라”(마 10:16)고 당부했다. 뱀처럼 지혜롭게 행동한다는 것은 전도 여행 시 인적 물적 자원을 지혜롭게 사용하라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비둘기처럼 순결하라는 말씀은 영혼 구원을 위한 진정성 있는 전도 활동을 하라는 의미로 볼 수 있다. ESG경영도 이와 마찬가지다. ESG경영은 자원의 효율적 사용과 진정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신명기 26장의 십일조 정신에 따르면 기업은 사회적 존재로서의 책임을 수행하기 위해 기회비용을 감당하려는 진정성을 갖춰야 한다. 외부의 이목을 의식한 워싱(washing)행위 역시 금물이다. 십일조의 정신을 법적 경제적 실체인 기업의 ESG에 적용해 보면, 의사결정자의 ESG경영에 대한 진정성에 따라 기업은 하나님 보시기에 존귀한 곳이 될 수 있다.
기독교 신앙의 본질은 간단하다. 예수 그리스도를 나의 구원자로 고백하고, 이 세상을 살아가는 동안 선한 청지기로서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 살아가는 것이다. 삼위일체 하나님이 나의 주인 되는 삶을 기업의 ESG에 적용해 본다면, 주주만 주인으로 생각했던 ‘주주자본주의’를 극복하게 된다. ESG경영에 기독교의 청지기 정신을 덧입히면 변화된 경영 환경에서 기업의 지속 가능성을 높여주는 이해관계자 중심의 ‘이해관계자본주의’ 관점이 생긴다. 이는 이해관계자들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기업이 경제적 자원을 진정성 있고 지혜롭게 사용해야 한다는 관점이다. (다음 회, ESG경영을 통한 십일조 정신의 실천 사례①)
◇ 이호영 교수는 연세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교내 ESG/기업윤리 연구센터 센터장으로 ESG경영, 재무회계와 회계감사, 경영윤리를 강의하고 여러 기업을 대상으로 ESG 관련 자문을 하고 있다.
정리=
전병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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