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 후 첫 기준금리 3.5% 시대…경기침체 쓰나미 온다

이호연 2023. 1. 13.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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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5%P 인상…14년來 최고
올해 성장률 1.7% 밑돌 듯
"연내 금리 인하 시기상조"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3일 오전 서울 중구 한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한국은행

우리나라 기준금리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연 3.5%를 찍었다. 1년 반도 되지 않는 기간 동안 3.0%포인트(p)나 치솟은 가파른 상승세다. 한국은행은 아직 물가가 잡히지 않고 있는 만큼 올해 안에 금리를 다시 내리는 건 시기상조란 입장이다.


대출 이자율이 기준금리 인상폭만큼만 올라도 경제 주체들의 대출 이자부담은 극심할 것으로 예상된다. 경제성장률도 기대치를 밑돌 것으로 예상되면서, 올해 한국 경제에 경기 침체 쓰나미가 몰려 올 것이란 우려는 점점 커져만 가고 있다.

◆긴축 지속...“최종금리 3.5% vs 3.75%”

한은은 13일 금융통화위원회를 결고 기준금리를 3.25%에서 3.5%로 0.25%p 인상했다. 이 갈은 기준금리는 글로벌 금융위기의 파고가 몰아닥쳤던 2008년 11월(4.0%) 이후 14년여 만에 최고치다. 지난해 8월 이후 약 1년 5개월 동안에만 3.0%p 치솟았다.


한은은 “앞으로 성장세를 점검하면서 중기적 시계에서 물가 상승률이 목표 수준에서 안정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금융안정에 유의해 통화정책을 운용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공개된 통방문에서도 ‘금리인상 기조’ 대신 ‘물가 안정에 중점을 두고 긴축기조를 이어나갈 필요가 있다’는 표현이 추가됐다. 소비자물가가 1~2월 중 5% 내외를 나타내겠지만 점차 낮아지며 연간 물가 상승률 전망치(3.6%)에 부합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경기침체 우려 역시 금리인상 명분으로 작용했다. 한은은 올해 국내 경제성장률이 당초 전망치(1.7%)를 하회할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해 4분기 경기도 역성장 할 가능성이 점쳐졌다.


통방문은 비둘기적(통화완화 선호)이었지만 이창용 한은 총재는 경계감을 늦추지 않았다. 이 총재는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금통위 위원 3명은 최종금리 수준을 3.5%로 나머지 3명은 3.75%도 열어두자는 의견이었다”며 “물가와 경기, 금융안정을 고려한 정교한 통화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종금리 수준 기간은 3개월 정도다.


이어 “금통위원들의 견해는 현재 예상되는 물가와 성장 흐름, 금융 및 외환시장 상황을 전제로 하는 것으로 정책약속이 아님을 분명히 밝힌다”면서도 금리인하 가능성에 대해서는 “연내 시기상조”라고 선을 그었다.


채권 시장은 ▲성장 하방 위험 ▲금융안정 리스크 ▲금리인상 파급효과 등을 이유로 이번 금통위를 끝으로 금리인상 사이클이 종료될 것으로 보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부동산 시장이 위축된 점과 미국의 12월 소비자물가상승률 둔화로 금리인상 기대가 악화된 점도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금리 인하는 빨라도 연말 이후에나 가능할 것으로 보는 분위기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연말 3%까지 물가가 둔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는만큼 통화정책 시차를 고려하면 정책 효과를 점검하는 시간을 가질 것”이라며 “2월 금통위는 동결을 전망, 금리인상은 마무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연내 금리인하는 어렵다”고 내다봤다. NH투자증권도 이번 금리인상이 마지막이며 4분기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기존 전망을 유지했다.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 추이. ⓒ연합뉴스

◆ 이자만 年 200만원↑...“상반기 경제 혹한기”

한은의 긴축정책으로 고금리 기조는 계속 될 전망이다. 한은에 따르면 기준금리가 0.25%p 뛰고, 대출금리 상승 폭도 같다고 가정하면 전체 대출자 이자는 약 3조3000억원 늘어난다. 이는 지난해 상반기 말 가계대출 잔액에 금융기관의 변동금리 대출 비중 추정치인 평균 74.2%를 적용해 산출한 결과다.


한은이 2021년 8월부터 현재까지 기준금리를 총 3.0%p 인상한만큼, 해당 기간 동안 이자 증가액은 39조6000억원으로 추산된다. 1인당 연간 이자 부담은 평균 약 16만4000원씩 증가하는데, 이같은 방법으로 계산하면 해당 기간 동안 차주 1인당 연이자는 196만8000원 늘어난 셈이다.


현재 시중은행 주담대 변동금리(신규취급액 기준 코픽스 연동)는 연 5.080∼8.110% 수준인데, 기준금리가 인상되며 예금금리 상승을 통해 대출금리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자 상환 부담은 소비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 상반기 경기침체까지 예고된만큼 서민들로선 고금리, 고물가, 경기침체까지 복합 위기에 직면하는 셈이다.


이 총재 역시 간담회에서 “지난해 11월 올해 성장률을 1.7%로 봤었는데 그동안 여러 지표를 보니 성장률이 그보다 낮아질 가능성이 크다”며 “올해 1분기에서는 우선 재정 조기 집행을 기대하고 있다. 크게 보면, 수출 부진이나 국제 경제 둔화 등을 고려할 때 올해 상반기는 어려운 시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우려했다.


올해 상반기 글로벌 경기침체와 맞물리며 한국 경제를 뒷받침하는 경상수지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반도체 경기 하락으로 지난해 11월 우리나라 경상수지는 6억2000만 달러 적자로 돌아섰으며, 연간 목표치 250억 달러를 가까스로 달성할 것으로 보여진다.


정부는 올해 상반기까지 경상수지 흑자폭이 줄어들다 하반기 다시 회복할 것으로 보고 있다. 고용은 지난해 큰 호조를 보였던 기저 효과 등으로 둔화가 불가피하다. 수출과 내수가 함께 부진하면서 평균 3%의 고물가는 지속되는 것이다. 경제성장률은 하반기부터 회복할 것으로 기대된다.


김동환 한국금융연구원 은행연구실 선임연구위원은 “한국경제는 물가를 잡다가 성장이 어려워지고, 경제가 성장해도 고용이 늘지 않는 성장과 물가·고용의 딜레마에 빠졌다”며 “금융・실물부문 동시안정을 꾀하는 광의의 금융안전망 구축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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