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가 지저귀듯이, 정우 #2주의뮤지션
Q : 생소한 단어들과 자세한 묘사가 담긴 당신의 가사들은 마치 시와 같다고 생각했다. 어떤 소재로부터 음악이 시작되는지
A : 2019년에 발매한 정규 1집인 〈여섯 번째 토요일〉을 작업할 때에는 일기에서 많은 걸 차용했다. 지난 기록에서 파생된 내용을 각색한 가사들이 많았고, 단어 또한 그러했다. 정규 1집 이후로는 오직 해당 곡을 위해 만든 문장들이 많았다. 그래서인지 ‘직설적인 가사가 늘어났다, 바로 이해하기 쉬운 가사들이 많아졌다’는 피드백을 받게 되었다.
Q : 영감을 받으려고 노력하는 점은
A : 책과 시집을 좋아한다. 그렇지만 작년을 되돌아보면 영상 매체를 더 많이 봤다. 주로 공포 영화나 스릴러 장르. 최근에는 일본 독립영화인 〈소나티네〉를 봤다. 같이 본 친구들은 별로라고 했지만, 나는 마지막 한 장면 덕분에 그 영화가 참 좋아지더라.
Q : 인스타그램 프로필 사진은 꽤 오랜 기간동안 세월호 닷페이스 다큐의 OST 〈먼지 같은 기록을 덮고〉의 커버이다. 그 밑에는 노란 리본과 함께 정우의 이름이 적혀있다. 정우만의 추모 방식일까
A :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어떤 의미나 목적을 갖고 한 행동이 아닌 그냥 그 사진을 프로필로 걸어 두고 싶었고, 자연스레 어느 때부터 노란 리본을 달아두는 식이었다. 세월호 참사는 절대 잊어서는 안되는 시간, 잊혀서는 안되는 생존자들 그리고 유가족들과 사망자들의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Q : 대전의 복합문화공간 ‘맞배집’에서 발매한 컴필레이션 앨범 〈사랑과 존경을 담아〉에 참여했더라. 대전과 서울의 여성 뮤지션들이 모여 교류한 경험은 어떤 기억으로 남아있나
A : 미래의 나에 대한 확신을 갖게 해주었던 시간이었다. ‘연대라는 것이 사실은 특별할 게 없고, 그저 보고싶은 사람들을 보고 살아가는 일이겠구나’ 싶은 생각이 들기도 했다. 앨범 제작을 위해 카메라 감독, 맞배집 운영진, 뮤지션이 모두 한 자리에 모여 서로의 음악을 들려주는 MT 기간이 있었다. 만나기 전에는 ‘지방과 수도권’의 ‘여성 뮤지션’들이 한 자리에 모인다는 의미가 너무나 크게 와 닿아서 압도적이었는데, 막상 만나고 나니 그저 재미있고 편안한 자리였다.
Q : MT 이후의 작업 과정은
A : 작년까지 CTR사운드라는 소속사에 있었기에 파트너로 작업하게 된 대전 기반의 창작자 이메민을 서울에 있는 작업실로 초대했다. 서울로 이동해서 녹음을 하고, 집에서 같이 자고, 다음 날 한번 더 녹음을 하고 대전에 내려가는 방식으로 하나씩 완성을 해갔다. 마치 원거리 연애를 하듯이.
Q : 그렇게 완성된 ‘사하라’라는 곡은 ‘모래알 같은 날들’에서 온 사람에게 ‘지친 몸을 다 뉘어가요’라고 말한다. 어떤 배경에서 탄생하게 되었을까
A : 피처링 혹은 듀엣곡의 매력은 음악을 이끌어가는 화자와 그 화자가 초대한 누군가의 대화 내지는 궁합이라고 생각한다. 파트너가 결정된 순간부터 주고받는 형식의 음악을 만들고 싶었다. 이메민과 여러 대화 끝에 알게 된 서로의 공통점은 사회에 대한 기대가 별로 없고, 흔히 말하는 인류애와 같은 타인에 대한 기대가 없다는 점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타인과의 교류에서 따뜻한 순간이 생겼을 때 굉장히 소중히 여기는 사람이더라. 퍽퍽한 세상을 사막이라고 보았을 때, 그 곳에서 ‘우리는 무슨 대화를 하며 나아갈까? 또 어떤 대화가 우리를 나아가게 할까?’ 이런 상상으로부터 가사가 출발했다.
Q : 음악 안에 담을 수 있는 가능성은 얼만큼일 것 같나
A : 뮤지션으로서의 가능성은 꼭 뮤지션 이전의 그 사람이 사람으로서 가진 가능성과 비슷하다고 본다. 인권 혹은 윤리적인 문제 위에 늘 예술이 있어야 하는지 갑론을박을 주고받지 않나. 창작물을 판매하기도, 소비하기도, 불매하기도 하면서. 예전에는 ‘좋은 음악을 만들 수 있다면 본인 인생은 음악가가 알아서 하겠지’라며 느슨하게 생각하기도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자신을 가꾸고 자신의 삶 자체에 대한 가능성을 넓혀야 음악도 유지가 된다는 생각이 든다. 결과적으론 그 사람이 자신의 인생을 얼마나 사랑할 수 있는가에 대한 가능성이 곧 음악 안에 담을 수 있는 가능성이 되지 않을까.
Q : 작년에 수많은 공연을 했더라. 2023년의 첫 공연으로는 2월 12일의 〈정우 단독 콘서트 ‘옛날이야기해 주세요’ : 롤링 28주년 기념 공연〉이 예정되어 있다. 음원 이외에는 공연으로만 만나볼 수 있는 정우는 비밀스럽기도 하다. 공연은 정우를 어떻게 행복하게 하는지
A : 작년에 ‘역대급’으로 많은 공연을 했더라. 음악이 사실은 혼자 해도 되는 일일 텐데 왜 자꾸 누군가에게 나를 보여주려 하는 지에 대한 고민이 늘 있다. 아직까지도 답을 찾지는 못했다. 다만 나는 음악을 잘 할 때가 좋고, 잘 하는 걸 할 때에 재미있다. 남들 앞에 나를 보여주면 음악이 더 느는 것을 느낀다. 결국 더 잘 하고, 더 단단한 사람이 되려면 계속해서 사람들 앞에 나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Q : 공연장에서 들을 수 있는 정우의 음악과 음원으로 만나는 것의 차이가 있다면
A : ‘종말’같은 경우는 음원과 라이브의 색깔이 꽤 다르다. 라이브 때에 옥타브를 올려서 시원시원하게 가창력을 뽐내는 식이라면, 음원에서는 더 우울하고 짙은 색감의 곡으로 완성했다. 공연장에 자주 오는 관객들은 그 차이를 잘 알지만, 처음 온 관객들은 모르니까 그 차이를 알아챌 때에 오는 피드백을 즐거워한다.
Q : 앞으로 새롭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A : 정규 1집 〈여섯 번째 토요일〉을 만들고 나니 앨범 속에 메시지가 없었다. 사실 이 앨범은 오프라인 공연을 전전하다가 사람들에게 앨범을 내달라는 부탁을 백 번째 듣게 되면 앨범을 만들기로 한 나 자신과의 약속이었다. 그때까지 만든 곡들을 끌어 모아 발매한 앨범이다 보니 정우의 음악적 정체성을 보여주기는 했는데 트랙 간의 유기성이나 메시지는 부족했다고 스스로 평가한다. 하지만 올해 여름에 발매될 2집에서는 꼭 하고싶은 이야기가 생겼다. 사실 나의 10대 청소년기는 칙칙했다. 어떻게든 버텨서 지금에 도달하니 지난 과거에 포기하지 않고 하루라도 더 살아보기로 했던 나를 칭찬해주고 싶다. 좋은 일만 있지는 않았지만 좋은 일이 존재했다는 것만으로도 좋았다고 힘낼 수 있는 음악을 만들어보고 싶다. 혹시 나와 같은 무게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지금의 나를 보고 하루라도 더 살아볼 수 있는 그런 앨범을 만들고 싶어졌다.
Q : 장르적으로 새롭게 시도해보고 싶은 것은
A : 모든 장르를 다 시도해보고 싶다. 2월 13일에 발매될 새로운 싱글은 평소 친하게 알고 지내던 카코포니와 작업했다. 카코포니의 음악을 들어봤다면 의외라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가까운 곳에서부터 협업을 시작해보려 한다.
Q : 2023년을 맞이하는 새해 소원은
A : 처음으로 하는 건강검진의 결과가 좋았으면 좋겠다. 무섭다(웃음). 음악을 잘 하려면 나 자신부터 잘 가꿔야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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