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기준금리 0.25%P 인상…성장률 전망 하향 예고

임성빈 2023. 1. 13.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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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현행 연 3.25%에서 3.5%로 올렸다. 여전히 높은 물가에 사상 첫 7회 연속 인상으로 대응한 것이다. 하지만 6명의 금통위원 중 두 명은 금리 인상에 반대하는 소수의견을 냈다. 여기에 이창용 한은 총재는 우리 경제가 지난해 4분기 마이너스 성장으로 빠졌을 가능성을 언급했고, 올해 성장률 역시 기존 전망치(1.7%)보다 더 내려갈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시장에선 급격한 금리 인상 행진이 마무리 국면으로 들어서고 있다는 신호라는 해석이 나온다.

한은 금통위는 13일 서울 중구 한은 본부에서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린 연 3.5%로 결정했다. 세계 금융위기를 겪었던 2008년 11월(4%)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기준금리 인상의 주된 근거는 최근의 물가 상황이다. 금통위는 이날 공개한 통화정책방향문에서 “소비자물가는 석유류 가격의 오름세 둔화에도 가공식품 가격 상승 폭의 확대, 전기·가스요금 인상의 영향 등으로 지난해 12월에도 5%의 높은 오름세를 지속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대비 5.1%로 외환위기 때인 1998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다만 물가 오름세는 점차 약해질 것이란 전망이다. 금통위는 “앞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2월 중 5% 내외를 나타내다가 기저효과, 수요 압력 약화 등으로 점차 낮아지겠다”며 “연간 상승률은 전망치(3.6%)에 대체로 부합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경기 전망은 전보다 더 어두워졌다. 금통위는 “국내 경제는 세계 경기 둔화, 금리 상승 등의 영향으로 성장세가 약화할 것”이라며 “올해 성장률이 지난 전망치(1.7%)를 하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은은 오는 2월 수정된 올해 경제 전망을 제시할 예정이다.

한은은 지난해 4분기 한국 경제가 역성장을 기록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이날 “중국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많이 번져 이동이 제약됐고, 반도체 경기도 더 하락했다”며 “국내에선 이태원 사태 등 여러 이유로 4분기 지표가 나빠 ‘음의 성장’이 나타날 가능성이 커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올해 1분기는 재정의 조기 집행과 미국의 노동시장이 예상보다 견고한 점, 유럽의 날씨가 따뜻해 천연가스 가격이 내려간 점 등을 보면 지난해 4분기보다 나아질 것으로 본다”고 예상했다.


최종 금리 수준, 3.5% 3명·3.75% 3명


경기 침체에 대한 불안이 커지면서 시장의 관심은 한은이 언제 금리 인상을 멈출지에 쏠리고 있다. 이와 관련해 이 총재는 “이번 회의에서 금통위원 3명은 기준금리가 3.5% 수준에 도달한 이후에는 당분간 영향을 지켜보는 게 바람직하다고 했지만, 나머지 3명은 상황에 따라 3.75%로 인상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두자는 의견이었다”고 전했다. 금통위는 이 총재와 6명의 위원으로 구성돼 있다.

금리 인상에 반대하는 소수의견도 복수로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주상영·신성환 위원은 이날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3.25%로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소수의견을 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3일 서울 중구 한은에서 올해 첫 금융통화위원회를 시작하며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앞으로의 변수는 물가, 그리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행보다. 이번 인상으로 미국 기준금리(4.25~4.5%)와의 차이가 1%포인트로 줄었다. 하지만 Fed가 여전히 물가에 대한 경계심을 늦추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 금리 격차는 향후 더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 미국 달러가 기축통화(국제 결제·금융거래의 중심이 되는 화폐)이기 때문에 미국과 기준금리 차이가 크게 벌어지면 자금이 국내에서 빠져나가고 원화 가치는 하락(환율은 상승)할 수 있다. 이 경우 수입 가격을 비롯한 물가는 상승한다.

이 총재는 “금리 결정은 국내 상황을 우선으로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그는 “미국의 금리 인상이 계속돼서 격차가 커질 때 생길 수 있는 금융 안정에 대한 걱정 등을 고려해서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지장 일각에서 거론하는 연내 금리 인하 가능성에 대해선 “물가가 예상 수준으로 확실히 수렴해 간다는 확신 있기 전에는 이야기하는 것이 시기상조라 생각한다”고 선을 그었다.

금통위는 이날 금융중개지원대출 상시 지원 프로그램의 대출금리도 연 1.75%에서 2%로 인상하기로 했다. 금융중개지원대출은 중소기업·지역 금융 상황을 고려해 은행에 한은의 저리 자금을 지원하는 제도다. 단 코로나19 피해 중소기업·소상공인의 기존 대출은 만기까지 연 0.25%를 유지할 방침이다.

임성빈 기자 im.soungb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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