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가 왜 계묘년인지 알려드립니다
[김재근 기자]
▲ 검정 토끼 2023년은 계묘년이다. '계'는 오행 중 검정이고, '묘'는 토끼이다. |
ⓒ ⓒ anetvob, 출처 Unsplash |
"왜 토끼가 까매?"
내가 답했다.
"계묘(癸卯)년이라 그렇지."
"...?"
내년에 또 물을 터이다.
"왜 파란 용이야?"
설명도 이해도 쉽지 않다. 나도 아이도… 어른은 아이의 질문에 답할 의무가 있다. 설즈음 선친(先親)께서 해마다 내게 알려 주었듯이.
서기 1592년에 일본이 조선을 침범했다. 임진왜란이라 부른다. 그 해가 임진년(壬辰年)이어서 그렇다. 서기 1905년 일본은 '한일협상조약'을 맺고 우리의 외교권을 빼앗았다. 을사늑약, 을사협약이라고도 부르는 건 을사(乙巳)년에 그 일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임진', '을사' 이런 것들을 육십간지(六十干支) 또는 육갑(六甲)이라고도 부른다. 총 60개인데, 10개의 천간(天干)과 12개의 지지(地支)로 이루어진다. 하루를 12시간으로 나눈다. 자시는 밤 11시부터 1시까지다. 2시간씩 나아가면, 오시는 낮 11시부터 1시까지다.
십간(十干)은 갑(甲) 을(乙) / 병(丙) 정(丁) / 무(戊) 기(己) / 경(庚) 신(辛) / 임(壬) 계(癸)다. 십이지(十二支)는 해(亥 돼지) 자(子 쥐), 축(丑 소) / 인(寅 호랑이) 묘(卯 토끼), 진(辰 용) / 사(巳 뱀) 오(午 말), 미(未 양) / 신(申 원숭이) 유(酉 닭), 술(戌 개)이다.
십간과 십이지를 차례로 결합한다. 십간의 첫 번째인 '갑'과 십이지의 첫 번째인 '자'를 합하면 '갑자'가 된다. 각각의 두 번째인 '을'과 '축'을 결합하면 '을축'이다. 순서에 따라 하나씩의 붙여 나가다 보면 60개가 되면서 다시 '갑자'다. '회갑(回甲)'이라 한다. 무한 반복이다. 예전에 나이 60을 먹으면 회갑잔치를 하였다. 육십간지로 연(年), 월(月), 일(日), 시(時)를 다 헤아렸다.
양력으로 '2023년 정오'에 태어난 여자아이라면, 음력으로는 '2022년 12월 10일생'이다. 간지로 표현하면 호랑이띠로, '임인(壬寅)년 임자(壬子)월 기미(己未)일 경오(庚午)시'다. 연, 월, 일, 시를 여덟 자로 나타낸 것이 사주팔자(四柱八字)다. 네이버에서 '만세력(萬歲曆)'을 검색하여 대입만 하면 된다. 누구나 쉽게 활용할 수 있다.
2023년은 계'묘'년이니 토끼해임을 알겠다. 이제 '까만' 까닭을 알아보자.
유교(儒敎)는 음양(陰陽)과 오행(五行 ; 목화토금수)이라는 기호를 통해 세상을 해석했다. 음양오행은 사주를 보고, 점을 치고, 묫자리를 정하고, 궁합을 보고, 왕의 합방 날짜를 고르고, 길일을 선택하는 등 널리 사용되었다.
오행에는 각각의 색이 있어 오방색(五方色)이라 부르고 방위도 정했다. 십간과 십이지도 각각의 색이 있고 방위가 있다. 청색(靑色)은 동쪽이고 나무[木]이며 인·묘다. 적색(赤色)은 남쪽이고 불[火]이며 사·오다. 황색(黃色)은 중앙이고 흙[土]이며 축·진·미·술이다. 백색(白色)은 서쪽이고 쇠[金]이며 신·유다. 흑색(黑色)은 북쪽이 물(水)이며 해·자다.
토끼의 색깔을 구분하는 것이니 십간만 보자. 앞에서 설명할 때 두 개씩 묶었다. '갑을'은 동쪽으로 파랑, '병정'은 남쪽으로 빨강, '무기'는 중앙으로 노랑, '경신'은 서쪽으로 하양, '임계'는 북쪽으로 검정이다.
2023년은 '계'묘년이다. '계'는 북쪽으로 까맣다. 그래서 까만 토끼다. 내년은 파란 용이고.
아이에게 물었다.
"왜 까만지 알겠어?"
"... ."
"내년 이맘때 파란 용 얘기 해줄게."
여기까지 왔는데, 이건 덤이다. 앞에 말한 여자아이의 운명을 살짝 엿보자. 한겨울 호랑이띠로 사주팔자는 '임인(壬寅) 임자(壬子) 기미(己未) 경오(庚午)'였다.
앞에서 설명한 것을 대입해보자. 먼저 간지다. 임은 물이고, 기는 흙이고, 경은 쇠이다. 다음은 지지다. 인은 나무고, 자는 물이고, 미는 흙이고, 술은 흙이다.
물이 셋이고, 흙이 셋이다. 쇠와 나무가 하나씩이다. 불은 없다. 물과 흙이 많고 불이 없는 사주팔자를 타고났다. 궁합을 본다면, 이 여자는 물과 흙으로 남자의 나무를 잘 키워 줄 수 있겠다.
입심 좋으신 분은 멋진 이야기를 만들 것이고, 오래 하신 분은 감으로 앞날을 그릴 수도 있다. 그렇다는 것이다.
설이 지척이다. 긴 글을 읽었으셨는데, 고마움을 달리 전할 길이 없어 덕담으로 대신한다. 올해는 껑충껑충 뛰어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많은 복을 받으시길 기원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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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글은 화순매일신문에도 실립니다. 네이버 블로그(cumpanis) '맛담멋담'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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