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 굽는 타자기]'누칼협'의 중심에서 존중을 외치다

공병선 2023. 1. 13. 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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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칼협'은 지난해 한국 사회에서 가장 많이 쓰인 줄임말 중 하나다.

신뢰가 사라지고 있는 사회 기조에 대해 '우리에겐 존중이 필요해'의 저자 라인하르트 할러는 현재 세계가 '냉담의 시대'에 돌입했다고 진단한다.

존중을 이 사회의 '해독제'로 보는 할러는 타인을 향한 존중이 나에게로 돌아온다고 설명한다.

한 사람의 작은 변화가 누칼협의 사회가 아닌 존중의 사회로 바꿀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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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칼협’은 지난해 한국 사회에서 가장 많이 쓰인 줄임말 중 하나다. ‘누가 칼 들고 협박했냐’는 뜻으로 타인의 불행은 전적으로 본인 선택에 의한 것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단순히 책임을 개인화하는 것을 넘어 인간에 대한 모욕, 비난, 빈정거림도 내포돼 있다.

누칼협은 지난해 10월 발생한 이태원 참사에서도 나타났다. 사람들이 159명 희생자와 그들의 유가족을 향해 "누가 이태원 참사 현장에 가라고 등 떠밀었냐"는 반응을 보였다. 인터넷 공간만이 아니라 이태원 참사 희생자 분향소가 설치된 이태원 광장에서도 희생자들을 향한 모욕이 이어졌다. 보수단체 신자유연대는 분향소 옆에 집회를 신고하고 유가족들에게 차마 입에 담기 힘든 모욕들을 쏟아냈다.

신뢰가 사라지고 있는 사회 기조에 대해 ‘우리에겐 존중이 필요해’의 저자 라인하르트 할러는 현재 세계가 ‘냉담의 시대’에 돌입했다고 진단한다. 정신과 의사인 할러는 "자살이나 가정폭력, 테러에 이르기까지 자기 공격 성향을 포함한 광범위한 공격 행동들은 존중의 문제에서 비롯된다"며 "존중이 결핍된 사람은 자존감이 낮아지기에 ‘장님 나라의 외눈박이 왕’처럼 타인을 비하하는 전략을 사용한다"고 지적했다.

모욕과 존중은 대척점에 있는 개념이지만 비슷한 부분도 있다. 둘 다 겉으론 드러나지 않고 화려하지 않다. 아울러 모욕과 존중의 결과는 엄청난 심리적 에너지로 발달한다. 하지만 모욕은 부정적인 방향으로 흐르는 반면, 존중은 긍정적으로 발전한다는 결정적 차이가 있다. 모욕을 당한 개인은 지속적 스트레스에 놓인다. 하지만 개인은 자신이 당했던 모욕을 이 사회에 드러내기 어려워한다는 점을 할러는 지적한다. 모욕 당한 개인의 심리는 더욱 곪게 되고 사람들은 사회적 상호작용을 힘들어한다. 결국 한 사람에 대한 모욕은 사회 파괴로까지 이어진다.

할러는 해결책으로 ‘존중’을 내세운다. 존중을 이 사회의 ‘해독제’로 보는 할러는 타인을 향한 존중이 나에게로 돌아온다고 설명한다. 공감, 배려, 인정 등을 기반으로 한 존중이 본인의 자존감 상승 등 선순환으로 이어진다는 것. 정신과 의사답게 할러는 존중을 행동으로 옮기면 감정을 담당하는 뇌 영역이 활성화되고 옥시토닌이 분비된다고 강조했다. 옥시토닌은 상대방에 대한 유대감과 신뢰, 배려심 등을 갖게 해 ‘사랑 호르몬’으로도 불린다.

할러는 일상 속에서 존중하는 습관을 가지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단순히 생각을 바꾼다고 쉽게 체득되는 게 아니라 자신의 태도, 생각, 정서적 역량을 바꿔야 일상 속 존중이 가능하다고 설명한다. 그러기 위해선 ‘열린 마음’을 가져야 한다. 편견에서 벗어나 타인과 소통하려는 의지와 함께 눈높이를 맞춰야 한다. 아울러 자신의 견해를 절대화하지 않는 융통성도 필요하다. 그렇다고 자기 자신을 잃어버린 채 모두 수용하라는 의미는 아니다. 상대방을 향해 개선 가능성을 먼저 언급하면서 비판을 한다면 사회가 건강하게 바뀔 것이라고 할러는 주장한다.

현재 한국 사회에서 이성을 찾지 않고 연대, 공감, 감정, 존중을 강조하면 어리숙한 사람으로 지목된다. 하지만 할러는 인간이 기본적으로 사랑과 칭찬이 필요한 존재라고 설명한다. 또한 존중은 단순히 약자만을 감싸지 않고 사회를 바꿀 힘을 지니고 있다. 혹시 끝없는 모욕과 멸시만이 가득한 사회에 지쳤다면 이 책을 추천한다. 한 사람의 작은 변화가 누칼협의 사회가 아닌 존중의 사회로 바꿀 수 있을 것이다.

우리에겐 존중이 필요해|라인하르트 할러 | 온워드 | 280쪽 | 1만6000원

공병선 기자 mydill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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