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컬처]연말연시 대리운전 모범이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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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오랜만에 대리운전을 했다.
한때는 생계를 위한 일이었으나 이제는 이동의 수단이 되기도 하고 마음이 어지러울 때 도움이 되기도 한다.
연말연시에 대리운전을 이용할 일이 혹시 있을지 모를 당신을 위해서도 그의 대리운전 이용 방식에 대해 기록해 두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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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오랜만에 대리운전을 했다. 한때는 생계를 위한 일이었으나 이제는 이동의 수단이 되기도 하고 마음이 어지러울 때 도움이 되기도 한다. 서울 공덕에서 시흥으로 가는 그는 무척 인상적인 사람이었다. 그동안 적어도 수백 명의 사람들과 만났다. 좋은 손님들을 참 많이 만났지만 50대 남성인 그는 그들 중에서도 가장 모범이라 할 만했다. 연말연시에 대리운전을 이용할 일이 혹시 있을지 모를 당신을 위해서도 그의 대리운전 이용 방식에 대해 기록해 두고 싶다. 그는 내가 가장 편안하고 안전하게 집으로 데려가고 싶었던 사람이다.
1) 콜을 받고 열심히 가던 중 그에게 다음과 같은 메시지가 왔다.
"OO주차장 지상에 있는 하얀색 OO자동차입니다."
그 메시지를 보는 순간 알았다. 이 사람은 좋은 사람일 것이다. 많은 사람이 애플리케이션(앱)에 명시된 주소로 알아서 찾아오라고 한다. 사실 그게 맞지만, 인근의 다른 건물로 잘못 찍히는 일도 있고 그가 지하 주차장 몇 층에 있는지 알 수가 없다. 다 도착해서 그를 찾기 위해 몇 분이 더 걸리기도 한다. 게다가 연락이 두절되거나 먼저 도착한 대리기사와 함께 떠나는 일도 있다. 10명 중 1~2명은 이렇게 자신의 위치를 먼저 보내온다.
2) 주차장에 도착해서 비상등을 켜둔 차를 찾았을 때, 그가 먼저 나에게 손을 들고 반갑게 말했다.
"김민섭 기사님, 안녕하세요!"
대리기사가 손님에게 자신의 이름을 들을 일이 얼마나 있을까. 단연코 없다고 말할 수 있다. 손님에게는 앱의 기사 정보를 통해 나의 이름과 사진이 표시된다. 그런다고 해도 그것을 신경 쓰는 사람이야 거의 없다. 나도 여러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누군가의 이름을 명찰이나 명패 같은 것으로 자주 보지만 그들의 이름을 부르지는 않는다. 아예 신경 쓰지 않는다고 해도 될 것 같다. 그들은 오늘 보면 다시 볼 일이 없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나는 나의 이름을 불러주는 손님을 처음 만났다. 그 덕분에 그것이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 알았다.
3) 차에 타서 시동을 걸자 그가 말했다.
"내비게이션에서 우리 집을 검색하셔도 됩니다. 거치대도 편하게 사용해 주셔도 되고요."
그는 도착지를 ‘OO동 OO아파트’로 명시해 둔 사람이었다. 사실 ‘OO동’까지만 공개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면 OO동이 다 당신의 집입니까, 하는 마음이 되기도 한다. 정확한 행선지를 묻고 내비게이션을 켜겠다고 하면 대리기사가 길도 모르느냐, 거 시끄럽게 내비 소리를 들어야 하느냐고 화를 내는 사람도 간혹 있다. 휴대폰 거치대나 충전기를 쓰는 것도 눈치가 보여서 물어보기 민망하기도 하고.
4) 운전을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그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기사님 정말 죄송합니다. 제가 직장 동료에게 현금을 줄 일이 있어서 지금 팁을 드릴 현금이 전혀 없네요. 뽑아두기라도 했어야 하는데 아, 정말, 죄송합니다."
대리기사들이 가장 바라는 게 아마 팁일 것이고, 손님들이 가장 부담을 느끼는 게 아마도 이것을 주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준다면 얼마를 주어야 하나 하는 고민일 것이다. 나는 이제 그에 대한 어떤 존경 같은 게 일어날 지경이었다.
그에 대한 남은 일화가 많아 다음 지면을 통해 이어서 써야 할 듯하다.
김민섭 사회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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