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고영주 전 방문진 이사장 해임취소 사건 '항소포기' 지휘
[아시아경제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법무부가 고영주 전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이사장이 방송통신위원회를 상대로 낸 해임처분 취소소송 1심에서 패소한 방통위에 항소 포기를 지휘했다.
13일 법무부는 "오늘 원고 고 전 이사장의 피고 방통위에 대한 해임 처분 취소소송의 피고 패소 1심 판결에 대해, 방통위에 항소 포기를 지휘했다"고 밝혔다.
법무부는 ▲피고 패소를 선고한 1심 판결이 해임 처분의 근거가 된 사유 대부분(14개 중 13개)을 인정하지 않고 피고의 해임 처분이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으로서 위법하다고 판단한 점 ▲해임 사유에 포함됐던 '전 대통령 공산주의자 발언'에 대해서는 관련 민형사 재판에서 '위법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취지로 대법원에서 최종 확정된 점 등을 고려할 때 상급심에서 정부의 승소 가능성이 희박한 점을 감안해 이 같은 조치를 취했다고 밝혔다.
또 법무부는 "소송수행청인 방통위는 항소 여부에 대해 별도 의견을 제시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소송에 관한 법률' 제6조(행정청의 장에 대한 법무부장관의 지휘 등) 1항은 '행정소송을 수행할 때 행정청의 장은 법무부장관의 지휘를 받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법무부의 지휘에 따라 방통위가 항소를 포기, 1심 판결이 그대로 확정될 전망이다.
앞서 방문진 이사 임면권이 있는 방통위는 고 전 이사장이 MBC 대주주인 방문진 이사장으로 근무하면서 부당노동행위를 조장하고 이념적 편향으로 사회적 파장을 불러 일으켰다며 2018년 1월 이사장직에서 해임했다. 고 전 이사장은 방통위의 해임 처분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해 지난해 12월 22일 1심에서 승소했다.
고 전 이사장을 해임할 당시 방통위는 '좌파 정권', '문재인은 공산주의자' 등 고 전 이사장의 취임 전 과거 발언들을 그의 이념적 편향성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제시했다.
고 전 이사장은 제18대 대통령선거가 끝난 직후인 2013년 1월 4일 한국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개최된 보수 진영 시민단체의 신년하례회에서 자신이 1982년 공안부 검사로 있을 때 수사한 부림 사건을 소개하면서 "노무현 정권 때 청와대 부산인맥이라는 사람들이 전부 부림 사건 관련 인맥입니다. 전부 공산주의 활동, 공산주의 운동을 하는 사람들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문재인 후보도 이거는 공산주의자이고, 이 사람이 대통령이 되면 우리나라는 적화되는 건 그야말로 시간문제라고 확신하고 있었기 때문에, 진짜 우리나라가 지금 적화를 면할 수 있게 된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고, 그 일에 앞장 서주신 여러분들이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습니다"라고 발언했다.
또 그는 "부림사건은 민주화 운동이 아니고 공산주의 운동이었으며 문 후보도 이 점을 잘 알고 있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에 문재인 전 대통령은 "합리적 근거 없는 발언으로 사회적 평가가 심각히 침해됐다"며 2015년 고 전 이사장에게 1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1심과 2심에서는 각각 3000만원과 1000만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는 원고 일부승소 판결이 났지만, 지난해 9월 대법원은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당시 재판부는 "'공산주의자'라는 발언은 피고의 경험을 통해 나온 의견 내지 입장 표명으로 봐야 한다"라며 "원고의 명예를 훼손할 만한 구체적인 사실의 적시라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원고의 정치적 이념에 대한 의견교환과 논쟁을 통한 검증과정의 일환"이라며 "원고의 사회적 평가에 대한 부정적인 측면만을 부각해 표현의 자유의 한계를 일탈했다고 평가하는 건 타당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동일한 발언이 문제가 돼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형사재판에서도 고 전 이사장은 지난해 2월 최종 무죄 판결을 확정받았다.
대법원은 '공산주의자' 발언이 사상 또는 이념에 대한 입장을 표명한 것으로 명예를 훼손할만한 구체적인 사실의 적시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해 사건을 돌려보냈고, 파기환송심에서 무죄가 확정됐다.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csj0404@asiae.co.kr
Copyright ©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가수 벤 "아이 낳고 6개월만에 이혼 결심…거짓말에 신뢰 무너져" - 아시아경제
- 버거킹이 광고했던 34일…와퍼는 실제 어떻게 변했나 - 아시아경제
- 100명에 알렸는데 달랑 5명 참석…결혼식하다 인생 되돌아본 부부 - 아시아경제
- 장난감 사진에 알몸 비쳐…최현욱, SNS 올렸다가 '화들짝' - 아시아경제
- "황정음처럼 헤어지면 큰일"…이혼전문 변호사 뜯어 말리는 이유 - 아시아경제
- "언니들 이러려고 돈 벌었다"…동덕여대 졸업생들, 트럭 시위 동참 - 아시아경제
- "번호 몰라도 근처에 있으면 단톡방 초대"…카톡 신기능 뭐지? - 아시아경제
- "'김 시장' 불렀다고 욕 하다니"…의왕시장에 뿔난 시의원들 - 아시아경제
- "평일 1000만원 매출에도 나가는 돈에 먹튀도 많아"…정준하 웃픈 사연 - 아시아경제
- '초가공식품' 패푸·탄산음료…애한테 이만큼 위험하다니 - 아시아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