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LG TV 기술 따라붙은 中…이젠 소프트웨어 노릴까
국내 기업, TV 매개로 한 솔루션·컨텐츠·서비스 확충에 집중
'맞춤형 경험' 겨냥 하드웨어→소프트웨어 전쟁 치열해질 듯
올 CES에서 삼성전자·LG전자는 미래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TV를 매개로 한 플랫폼, 콘텐츠·서비스로 사업 영역을 대폭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제품 뿐 아니라 이와 연결한 맞춤형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선보임으로써 차세대 TV 시장에서 글로벌 우위를 지속하겠다는 방침이다.
이 기간 고화질·대형화 TV로 주목을 끈 TCL, 하이센스 등 중국업체들은 이 같은 국내 업체들의 전략에 발 맞춰 스마트홈, TV 운용체제(OS) 투자 규모를 늘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아우르는 기술 확보를 위해 한·중간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5~8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에서 중국 TCL, 하이센스는 기존 LCD TV 성능을 개선한 미니 LED TV, 마이크로 LED TV를 전면에 내세웠다.
TCL의 경우, 미니 발광다이오드(LED)를 탑재한 98형 8K TV, 136형 마이크로 LED TV 등을 배치했으며 하이센스 역시 프리미엄 라인업인 미니 LED TV 'ULED'로 전시관을 채웠다. 이들은 고화질·대형화 추세 속 진일보된 기술력을 피력하며 국내 기업과의 격차를 한 단계 좁혔다는 자신감을 드러냈다.
중국 업체들이 최신 기술을 탑재한 제품들로 전시관을 구성했다면, 삼성전자와 LG전자는 하드웨어 보다는 제품과 연계한 스마트홈 라이프스타일을 알리는 데 상당한 공을 들였다. 단순히 기기를 연결해 이용 편리성을 제고하는 데 그치지 않고 업무, 보안, 건강, 스포츠, 반려동물 등 일상을 관통하는 서비스를 제시함으로써다가올 '초연결 시대'를 누구 보다 빨리 선점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이다.
삼성전자는 로봇 청소기 전원을 켜면 근거리에 있는 TV가 청소기를 인식해 자동으로 스마트싱스에 추가하는 상황을 구현하거나, 이사를 하더라도 번거로운 조작 없이 네트워크 재설정으로 한 번에 업데이트가 되는 장면을 연출하는 등 여러 스마트싱스 솔루션을 선보이는 데 집중했다.
LG전자는 다양한 올레드 TV를 개인의 취향과 라이프스타일에 맞게 재구성하는 데 집중했다. 97형 올레드 TV와 프리미엄 사운드바를 통해 다양한 콘텐츠를 즐기는 장면을 연출했으며, 스마트홈 플랫폼 ‘LG 씽큐(LG ThinQ)’ 앱에서 도어 색상을 자유자재로 변경할 수 있는 무드업 냉장고를 선보이며 진화하는 스마트홈 라이프스타일을 선보이기도 했다.
가전업계 투톱인 삼성과 LG가 기존 '제품 중심'에서 '가치 중심'으로 초점을 맞춘 것은 앞으로 TV 시장 주도권은 하드웨어 보다는 소프트웨어에서 판가름 날 것이라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LG전자는 국내 언론을 대상으로 한 간담회에서 "하드웨어가 아니라 고객 경험치를 극대화하겠다"면서 다양한 분야에서 확보하고 있는 자원을 연결해 제품과 함께 제공할 수 있는 맞춤형 서비스·솔루션을 발굴하는 데 집중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게임 부문에서는 엔비디아 지포스나우(GeForce NOW)를 론칭한 데 이어, 아마존 루나(Amazon Luna) 등도 곧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K-컨텐츠를 위한 아이돌 콘서트, 노래방 서비스 등을 연계하는 한편 홈시큐리티를 위해 ADT와 협력하겠다고도 했다.
조병하 LG전자 HE플랫폼사업담당 전무는 "도어벨의 경우, TV로 누군지 확인하고 열어주는 서비스를, 커머스는 LG 쇼핑몰을 통해 좀 더 진화된 형태로 파트너들을 수용하는 서비스를 확장하겠다"고 했다.
삼성전자는 비디오 소비 환경, 게이밍 환경, 아트 소비 등 세 영역의 소비자 변화 발맞춰 삼성 TV 서비스를 고도화한다는 구상을 밝혔다.
영화, 드라마, 예능, 뉴스, 스포츠 등 다양한 카테고리의 콘텐츠를 무료로 즐길 수 있는 '삼성 TV 플러스'의 경우 2021년 4월 모바일 기기, 5월 스마트 모니터에서 이용이 가능해졌고, 2022년부터는 패밀리 허브 냉장고에서도 지원하고 있다.
아울러 콘솔 없이도 TV에서 스트리밍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삼성 게이밍 허브'를 지난해부터 시작했으며 작품 구독 서비스인 '삼성 아트 스토어'를 통해서는 세계적 명작부터 개성 넘치는 신인 작가의 작품까지 2000여 점의 작품을 제공하는 등 소비자 입맛에 맞춘 서비스로 TV 시장을 주도해 나가겠다는 계획을 전했다.
국내 기업들이 연결성에 집중한 스마트홈, 다양한 콘텐츠·솔루션을 겨냥한 TV 운용체제 개발에 집중하는 것을 의식해, 삼성·LG를 좇는 중국업체들이 앞으로 소프트웨어 기술 투자에 대대적인 역량을 기울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LCD 기술에서만큼은 한국 기업 수준을 어느 정도 따라온 만큼 앞으로는 '사용자 경험'에서 차이를 줄이기 위해 대규모 기술 개발 및 투자에 나설 것이라는 진단이다. 중국이 어마어마한 내수 시장을 갖추고 있는 만큼 이를 토대로 빠른 추격을 시도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제 하이센스는 CES 기간 독자 OS인 'VIDAA' 존을 전시관 안에 별도로 마련해 TV 운영체제 기술을 선보였다. VIDAA는 리눅스 기반의 오픈 스마트 TV 운영체제다. TCL은 프리미엄 TV를 중심으로 글로벌 IoT 표준 매터(Matter) 연동 지원 계획을 공개하는 등 플랫폼, 콘텐츠·서비스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추격하는 중국을 따돌리기 위해 국내 기업들은 올레드 TV 등 우위에 있는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는 한편, 하드웨어를 연계한 사용자 경험을 극대화하는 데 전략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면서 "변화하는 TV 시장에서 제대로 변신하지 못한다면 중국의 위협을 막을 방법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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