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연, '기회소득'으로 이재명·오세훈과 차별화

최경준 2023. 1. 13.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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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 불붙은 '소득' 경쟁... 경기도정에 첫 도입한 예술인 기회소득, "참여 기회 확장"

[최경준 기자]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2일 오전 경기도청 1층 대강당에서 열린 2023 '기회의 경기' 도민과 함께하는 새해 인사회에서 "기회소득 시리즈를 통해 사회적 기회를 창출하지만 시장에서 제대로 보상받지 못하는 문화예술인들을 위한 기회소득을 바로 제공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 경기도
 
지난 2002년부터 동료 연극인들과 극단을 창단해 운영하는 A씨는 늘 재정적인 어려움을 겪어왔다. 상하반기 1편씩 공연하는데, 예술인복지재단, 문화예술위원회 등에서 지원받은 예산은 제작비에 모두 투입하고, 기획자나 대표자는 인건비도 받기 어려운 상황이다. A씨는 지난해 경기도로부터 코로나19 장기화로 타격을 입은 예술인에게 주는 '창작지원금' 100만 원을 받았다. 개인에게 지급됐지만, 연극연습 때 식사비, 대본 제본비, 무대 세트업 부속품비 등 극단 부대 경비에 사용하면서 큰 도움이 됐다. 

A씨가 받은 '창작지원금'은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올해 전국 지자체 중 처음으로 도입한 '예술인 기회소득'의 전 단계다. 김동연 지사는 '더 많고 더 고른 기회를 만들겠다'라는 핵심 도정 가치를 구현하기 위해 '기회소득'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제시했다.

"사회적 가치 창출 시 소득 보전하는 기회소득 필요"

김동연 지사는 지난해 9월 22일 경기도의회 본회의 도정 질의·답변을 통해 "우리 사회·경제·교육 등 모든 문제는 기회로 연결되면서 역동성을 의미한다. 더 많은 기회와 더 고른 기회를 만들도록 신경 쓰겠다"며 "이런 측면에서 기회소득 개념을 도입하려 한다. 이는 우리 사회에서 가치를 창출하지만, 보상받지 못하는 이들에게 일정 기간 소득 보전의 기회를 드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연 지사는 기존 예술인 창작지원금이 재난 지원성 성격의 일회성 지원이라고 지적한 뒤, 예술창작 활동을 하더라도 시장의 인정을 받지 못해 보상을 못 받는 문화예술인을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제 경기도는 올해 하반기부터 예술창작을 통해 사회적 가치를 만들지만 소득을 얻을 수 없는 예술인에게 연 120만 원의 기회소득을 준다. 수원, 용인, 성남을 제외한 28개 경기도 시·군에 거주하는 예술활동증명유효자 중 개인소득이 중위소득 120% 이하인 사람이 대상이다. 장애인 재활 시설에서 훈련받는 15세 이상 장애인에게도 월 16만 원씩의 기회수당을 지급한다.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2일 오전 경기도청 1층 대강당에서 열린 2023 '기회의 경기' 도민과 함께하는 새해 인사회에서 새해 소망 기원 종이에 새해 소망을 쓰고 있다.
ⓒ 경기도
 
김 지사는 "장애인의 경우도 일정한 시간 활동하고 움직이면서 자기 건강을 챙김으로써 궁극적으로 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 있다면 그 역시 가치를 창출하는 일"이라며 기회소득의 개념을 정책 각 분야로 확장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김동연식 기회소득... 기본·안심소득과 차이점은?

잠재적 대선주자로 꼽히는 김동연 지사가 기회소득을 내세우면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기본소득', 오세훈 서울시장의 '안심소득'과 함께 '소득' 시리즈 경쟁에 합류하는 모양새다.

이재명 대표가 경기도지사 시절 추진한 보편적 기본소득은 모든 사람에게 아무 조건 없이 일정한 액수의 지역화폐를 정기적으로 지급하는 '경제·복지 정책'이지만 재정 부담이 크다는 반론이 제기된다. 오세훈 시장이 시범사업으로 하고 있는 안심소득은 소득·재산 수준을 따져 지급하는 수당으로 취약계층을 집중 지원해 재정 부담이 상대적으로 작지만, 선별을 위한 행정비용이 크고, 낙인 효과가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김동연 지사는 기회소득이 저소득층을 위한 시혜적 복지 정책이 아니라 사회적 가치 창출을 위한 참여와 활동을 촉진하는 제도라며 이재명 대표의 '기본', 오세훈 시장의 '안심'과 차별화하고 있다. 
 
 이재명 전 경기지사가 '2021 대한민국 기본소득 박람회' 개막식 개회사를 전하고 있는 모습
ⓒ 경기도
 
김동연 지사는 지난해 10월 18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경기도 국정감사에서 기본소득 정책과 관련해 "중장기적으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이것을 당장 실천하는 것은 만만치 않다"고 말했다. 김 지사는 "기본소득을 보편적 복지라고 표현했는데 조금 생각을 달리한다"며 "복지 측면보다는 일의 미래와 산업구조 개편 등 먼 장래에 있을 것에 대비해 일하는 소수와 일 안 하는 다수의 세상을 상정해 나온 얘기"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이를 당장 실천에 옮기기에는 만만치 않고, 그래서 나온 게 기회소득"이라며 "경기도가 농촌 기본소득 시범사업을 하고 있기에 긴 안목에서 봐야 하고, 그런 과정에서 기회소득, 참여소득도 유의미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회적 가치 창출 기준 '모호'... "차근차근 갈 수밖에 없다" 

김동연 지사가 설명한 기회소득의 취지와 달리 사회적으로 유용한 일의 규정은 모호하기 마련이다. 사회적 참여의 범위와 가치 창출 기준을 어떻게 정의하고, 어느 정도의 소득으로 환산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더 필요해 보인다. 사회적 참여의 여러 영역 중 예술인 기회소득이 가장 먼저 나온 배경도 이러한 기회소득의 특성 때문이다. 

'김동연식 기회소득' 정책을 담당하고 있는 이원재 경기도 정책비서관은 지난 11일 기자간담회에서 "기회소득 도입은 차근차근 갈 수밖에 없다. 사회적 가치가 무엇인지 정의를 해나가야 하기 때문"이라며 "예술의 사회적 가치는 다른 영역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보편적으로 인정받는 가치이기 때문에 예술인 기회소득이 가장 먼저 나왔다"고 설명했다.

예술적 활동을 비롯해 사회적 활동과 참여를 금액으로 환산하는 기준에 대해서는 "굉장히 어려운 문제다. 예술계에서도 아직 해결 못한 걸로 안다"며 "과학적으로 해결하기는 좀 어렵다. 사회적 합의를 해나가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한, 기본소득을 위한 조례는 있지만, 기회소득 관련 법령이나 조례가 없는 부분은 과제로 남았다. 경기문화재단은 지난해 1월 발간한 '예술인 참여소득 정책연구서'를 통해 기회소득과 비슷한 참여소득 지원을 위해서는 법령, 조례 등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향후 기회소득이 김동연 지사의 새로운 브랜드가 되기 위해서는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지만, 김 지사 본인의 의지는 매우 강해 보인다. 이원재 정책비서관은 "기회소득은 참여 기회를 확장하겠다는 김동연 지사의 철학이 명확하게 들어있는 정책"이라며 "일단 시범사업 형태로 차곡차곡 시작하고, 1~2년 정도 지난 다음 제대로 평가해서 사업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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