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비비]부동산정책 실패가 부른 전세사기

정두환 2023. 1. 13.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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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화곡동 등 중저가 빌라 밀집지역에서 잇따르고 있는 전세 사기가 세입자들을 공포로 몰아넣고 있다.

'빌라왕'으로 불리는 전세 사기범들은 조직적으로 빌라, 오피스텔을 대거 매입해 세를 놓은 뒤 대출을 받고 잠적하 는 등의 수법으로 수백명의 피해자를 양산하고 있다.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잘못된 부동산정책이 대규모 전세사기가 이뤄질 수 있는 시장 여건을 제공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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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정두환 콘텐츠매니저] 서울 화곡동 등 중저가 빌라 밀집지역에서 잇따르고 있는 전세 사기가 세입자들을 공포로 몰아넣고 있다. ‘빌라왕’으로 불리는 전세 사기범들은 조직적으로 빌라, 오피스텔을 대거 매입해 세를 놓은 뒤 대출을 받고 잠적하 는 등의 수법으로 수백명의 피해자를 양산하고 있다. 일부 집주인이 사망하는 사건까지 겹치면서 상당수 세입자들은 보증보험 등의 구제조차 받지 못할 상황에 놓였다.

빌라왕 사건의 직접적 발단은 주택임대차보호법의 허점이다. 우선변제권의 효력이 확정일자를 받은 '다음날'부터 발생한다는 점을 악용해 그 이전에 대출을 받는 것이 대표적 수법이다.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잘못된 부동산정책이 대규모 전세사기가 이뤄질 수 있는 시장 여건을 제공했다는 점이다.

KB국민은행의 통계를 보면 역대급 부동산 규제를 쏟아냈던 문재인 정부 5년간 서울지역 주택 전세가격은 27.5% 올랐다. 물론 평균이다. 개별 지역, 단지의 체감 상승률은 이를 훌쩍 웃돈다.

시장 불안을 더 부채질한 것은 바로 2020년 8월, 당시 정부 여당이 전문가들의 반대에도 밀어붙였던 ‘임대차3법’이다. 임대차3법은 단기간에 서울 중심부의 아파트는 물론 외곽 연립, 다세대주택의 전·월세 가격까지 급격하게 끌어올리며 주거불안을 가중시켰다.

특히 단기간의 가파른 전셋값 상승은 연립·다세대 등 중저가 주택 거래 시장의 위험성을 높였다. 매매-전세가 격차가 급격히 줄면서 조직적인 전세사기의 토양이 만들어진 배경이다. 투자를 최소화할 수 있기에 큰 돈 들이지 않고 수백 채의 빌라를 무더기로 사들일 수 있는 시장환경이 조성된 것이다.

이는 통계로도 확인된다. KB국민은행의 통계를 보면 문재인정부가 출범했던 2017년 5월 73%였던 아파트의 매매가 대비 전세가비율은 5년만인 지난해 5월에는 54.7%로 뚝 떨어졌다. 전셋값이 떨어진 것이 아니라 매매가가 급격히 오른 탓이다. 반면 같은 기간 연립의 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은 69.9%에서 69.6%로 거의 변화가 없었다.

임대차3법으로 대표되는 부동산 시장 규제의 부작용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극단적인 일부 빌라왕 사기에만 그 피해가 국한된 것은 아니다.

금리상승과 경기 침체로 주택시장이 급격히 얼어붙으면서 현재 전월세 시장은 가격 급등기 못지 않은 후유증을 겪고 있다. 인위적 가격 억제가 오히려 시장의 공포 심리를 자극, 비이성적 전세가격 급등을 촉발했다. 과도한 거품이 빠지는 과정 또한 순탄치 않다. 집주인은 세입자들에게 돌려줄 전세보증금을 마련하지 못해 아우성이고, 세입자는 제때 이사를 하지 못한 채 발을 동동거리고 있다.

임대차3법의 긍정적 효과가 없는 것은 아니다. 상당수 세입자들이 4년간 급격한 가격 상승 부담없이 거주할 수 있는 혜택을 본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어느 일방에만 과도한 부담을 지우는 법은 비례의 원칙에 위배된다. 비정상적인 가격 변동에 따른 시장 불안 요소도 여전하다.

시장을 왜곡할 정도의 과도한 가격 통제, 계약 당사자간 자율성을 지나치게 침해하고 있는 임대차3법은 어떻게든 수정·보완돼야 한다.

정두환 콘텐츠매니저 dhjung6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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