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한복판 드러난 '中 비밀경찰서'…FBI 압수수색 나섰다
중국이 미국 뉴욕 맨해튼 차이나타운의 한 건물에 향우회 간판을 단 비밀경찰서를 운영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 연방수사국(FBI)과 지역 검찰이 지난해 가을 이곳을 압수수색해 범죄 혐의를 수사 중이며, 미국 거주 중국인 강제 송환에 연루된 중국 국적자들을 기소했다고도 전했다.
앞서 국제인권단체 ‘세이프가드 디펜더스’는 중국이 해외 21개국에 54개 비밀경찰서를 운영하면서 범죄 관련성이 있는 중국인을 뒤쫓아 본국으로 송환하는 ‘여우사냥(獵狐)’ 작전에 나서고 있다고 지난해 10월 밝혔다. 지난달 한국에서도 서울 송파구 소재 한강 인근 한 중화음식점이 비밀경찰서로 지목됐다.
NYT에 따르면 뉴욕의 중국 비밀경찰서는 차이나타운 내에서 비교적 분주한 거리에 자리잡고 있다. 유리벽으로 된 6층 건물로 침술원과 회계사무소 등 겉으로 봐선 평범한 사업체들이 입주한 것으로 나타났다.
비밀경찰서로 지목된 사무실은 건물 3층에 있는데, 유리창엔 중국 푸젠(福建)성 푸저우(福州)시 창러(長樂)구의 향우회를 뜻하는 ‘미국창러공회’라는 시트지 간판이 크게 붙어 있다.
신문은 소식통을 인용해 FBI 방첩부서와 뉴욕 브루클린 연방검찰이 지난해 10월 이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이후 브루클린 검찰은 미국에 사는 중국인 가족(2명)을 협박해 중국으로 보내려던 중국인 일당 7명을 기소했다.
미 수사 당국은 명목상 미국창러공회 회장인 루지안션(미국명 지미 루)의 움직임도 주목하고 있다. 뉴욕 퀸스에서 요식업체를 운영하는 루 회장은 지난해 에릭 애덤스 뉴욕시장의 정치헌금 모금 행사를 향우회 명의로 주관하고, 4000달러(약 494만원)를 기부한 것으로 드러났다. 애덤스 시장 측은 “그가 누구인지 모른다”는 입장을 NYT에 밝혔다.
주미 중국대사관은 이번 사안과 관련해 “해당 사무실은 중국인들이 운전면허증 갱신과 같은 일상적인 일을 돕는 곳”이라며 “근무자들은 중국 경찰(공안)이 아니라 자원봉사자들”이라고 주장했다.
중국 측 반박에도 불구하고 미 당국은 뉴욕의 비밀경찰서가 다른 지역의 비밀경찰서와 연계해 광범위한 여우사냥에 개입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특히 미국 내 위구르인과 티베트인 동향을 수집하고 중국 내 가족을 이용해 본국행을 강제하고 있는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이와 관련, 중국 장쑤(江蘇)성 당 기관지는 “해외경찰이 지난 2016년부터 80명 이상의 범죄 용의자를 검거해 중국으로 돌아가도록 (장쑤성 내) 난퉁(南通)시 당국과 협력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김상진 기자 kine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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