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때려 접근금지 당한 딸, 100m 밖을 맴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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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작을 예상케 하는 출발이었다.
공격한 이는 딸이고 맞은 이는 엄마다.
엄마를 때린 딸은 경찰로부터 100m 거리를 두고 접근금지 경고를 받는다.
<라인> 속 엄마와 딸들의 공존이 서로에게 너무나 치명적인 상처를 아무렇지 않게 입히는 탓이다. 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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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호 기자]
▲ 라인 포스터 |
ⓒ M&M 인터내셔널 |
명작을 예상케 하는 출발이었다. 스크린 위로 진심으로 분노한 젊은 여자가 섰다. 그녀가 온 힘을 다해 카메라를 향해 달려든다. 그녀를 붙들고 매달리는 사내가 둘이나 되지만 쩔쩔매며 끌려 다닐 뿐이다. 그녀의 분노며 완력은 보통의 각오론 막아설 수 없는 것이다.
사내들을 뚫고 여자가 다른 여자에게 달려든다. 그녀는 막을 엄두도 내지 못한 채 도망치기 바쁘다. 사내들이 다시 여자에게 달라붙고 몸싸움이 이어진다. 가만히 눈물만 흘리던 어린 소녀가 작심한 듯 사내들에게 달려든다. 틈을 탄 여자가 몸을 빼내어 도망친 여자를 쫓는다. 치고 받고 피가 튄다.
▲ 라인 스틸컷 |
ⓒ M&M 인터내셔널 |
100m 밖을 맴도는 딸
영화는 쫓겨난 딸 마르가레트(스테파니 블랑슈 분)가 매일 집 100m 앞까지 찾아오는 모습을 담아낸다. 접근금지 경고가 풀리기까진 한참이나 남은 시점, 막내딸 마리옹(엘리 스파그놀로 분)만이 마르가레트의 유일한 우군이다. 둘은 100m 지점에서 만나 함께 음악을 연주한다. 마르가레트가 기타를 치면 마리옹이 아름다운 목소리로 노래를 한다.
엄마 크리스티나(발레리아 브루니 테데스키 분)는 왕년에 주목받던 피아니스트다. 음악적 감수성은 뛰어나지만 인간적으론 감내하기 어려운 구석이 한둘이 아니다. 특유의 예민함과 철없음에 너그러운 성격의 마리옹조차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 정도다. 크리스티나 곁엔 한참이나 어려 딸인 마르가레트와 얼마 나이차가 나지 않는 남자친구까지 생긴다. 딸들은 그들의 과한 애정행각에 눈을 돌릴 뿐이다.
▲ 라인 스틸컷 |
ⓒ M&M 인터내셔널 |
지지고 볶으며 괴롭히는 가족들
100m 앞까지 다가와 가족을 지켜보는 딸, 그런 딸을 굳이 외면하는 엄마, 가족의 이 같은 불행이 못 견디게 괴로운 다른 이들이 시종 갈등을 빚고 싸움을 한다.
<라인>을 보며 2014년 개봉한 <어거스트: 가족의 초상>을 떠올린다. 미국 오클라호마 오세이지 카운티의 무더운 8월, 호수에 몸을 던져 자살한 아버지의 장례식에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던 가족들이 하나둘 모여든다. 아버지의 초상(初喪)은 이내 일그러진 가족의 초상(肖像)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엄마(메릴 스트립 분)와 딸(줄리아 로버츠 분)은 바닥을 구르며 몸싸움을 하기에 이른 것이다.
박살난 가족의 모습을 그대로 드러내는 영화에도 미덕은 있는 것일까. 영화를 본 많은 이들이 불편함을 드러내는 이런 작품으로부터 관객은 제 가족의 불안정한 균형을 한 번쯤 돌아볼 수 있는 건 아닐까.
▲ 라인 스틸컷 |
ⓒ M&M 인터내셔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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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김성호 평론가의 브런치(https://brunch.co.kr/@goldstarsky)에도 함께 실립니다. '김성호의 씨네만세'를 검색하면 더 많은 글을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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