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주행 시중금리]②갈팡질팡 예테크족 '어느 장단에 맞추나'
장기 정기예금·확정금리형 보험 등 주목
[아시아경제 유제훈 기자] 수도권 거주 직장인 신보람씨(33)는 지난해 알뜰살뜰 모아온 목돈 1억여원 중 8000여만원을 연말 연 6%대 금리의 2년 만기 저축은행 정기예금 상품, 5년 만기 확정금리 저축보험 상품에 분산 예치했다. 새해에도 1~2회 기준금리 인상이 예고된 만큼 남은 2000여만원은 인상 이후에 나오는 고금리 예금상품에 투자한단 계획이었다. 하지만 막상 새해가 오니 시중은행은 물론 제2금융권의 수신금리는 급전직하하기 시작했다. 신씨는 "특판상품을 노려야 할 것 같다"고 했다.
회사원 이병규씨(34)도 예금금리 인상을 기대하다 낭패를 본 케이스다. 기준금리 인상이 당분간 계속되리란 전망을 믿고 만기가 도래한 정기예금 잔액 1억2000여만원을 모두 연 3.2~4.0%의 금리를 주는 상호저축은행, 인터넷전문은행의 수시입출금식통장에 예치했다. 기준금리 인상이 정점에 다다르면 고금리 예금상품에 골라 넣겠단 판단에서였다. 하지만 기대는 곧 실망이 됐다. 그는 "얼마 전까지 5%대 상품도 거들떠보지 않았는데 이젠 시중은행 기준 4%대 정기예금이면 감지덕지할 판"이라고 했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기조에도 은행, 저축은행, 상호금융권의 수신금리가 뒷걸음질 치면서 지난 한 해 고금리 예금상품을 찾아 떠나던 금리 노마드족(族)들이 갈팡질팡하고 있다. 금융권에선 앞으로도 예금금리 인상 속도가 현저히 둔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장기, 고금리 금융상품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13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기준 은행권의 수신 잔액은 2243조5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월 대비 15조2000억원 감소한 수치다. 수신 잔액이 지난 10월엔 6조8000억원, 11월엔 6조5000억원 순증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한 달 새 금융소비자들의 분위기가 크게 달라진 셈이다.
은행 수신 잔액 감소를 주도한 것은 단연 정기예금이었다. 지난달 은행권의 정기예금 잔액은 전월 대비 15조1000억원 줄어든 944조2000억원이었다. 반면 지난해 1년간 100조원 이상 감소한 수시입출금식예금은 11조6000억원 증가한 899조2000억원으로 반등했다. 지난해 1년간 정기예금에 200조1000억원이 쏠린 상황에서 12월 감소세 전환이 나타난 이유론 계절적 요인이 꼽힌다. 지방자치단체들이 연말 재정집행을 위해 자금을 인출한 데다, 기업들의 연말 자금 수요가 반영됐단 것이다.
하지만 금융권의 수신유치 경쟁이 다소 완화된 것도 한 원인으로 지목된다. 시중은행의 경우 지난 11월엔 우리은행, NH농협은행, 하나은행 등지에서 5%대 정기예금 상품을 내놓기도 했지만, 현재는 전무한 수준이다. 은행연합회 공시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1년 만기 정기예금(단리) 상품의 금리 상단은 우대금리 포함 3.78~4.60%에 머무른다. 이마저 첫 거래 예금 등 특수상품을 제외하면 상단이 4%대 초반으로 줄어든다.
은행권의 예금금리가 하락하면서 저축은행, 상호금융 등의 수신금리도 하향 조정되고 있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이날 기준 저축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 평균 금리는 5.20%로 집계됐다. 금융기관 간 수신 경쟁이 한창이던 지난해 11월 말 기준 평균 금리(5.53%) 대비 0.33%포인트 하락한 수준이다. 한때는 금리가 연 6%를 넘는 상품들도 있었지만 이날 기준 최고 금리 상품은 HB 저축은행의 회전 정기예금 상품으로 금리가 연 5.50%에 머물렀다.
이번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에 따라 일부 은행이 수신상품 금리 인상을 검토하고 있지만 인상 폭 자체는 제한적일 가능성이 크다. 한은은 이런 현상과 관련 "은행 간 수신 경쟁 완화로 인해 가계 및 기업자금 유입이 둔화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권에선 시장금리 하락 추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만큼 장기 정기예금, 확정금리형 저축보험 상품 등을 대안으로 꼽는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정기예금 금리가 빠르게 오르지는 않겠지만 아직도 증권, 부동산 시장보다는 수익률이 높다고 볼 수 있다"면서 "장기적으로 금리 수준이 정체-인하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3년 만기 이상의 정기예금 상품이나 확정금리형 저축보험 등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유제훈 기자 kalama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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