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주행 시중금리]①기준금리 오르는데 은행금리 도로 내렸다

심나영 2023. 1. 13.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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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 관치·시장변동성 탓
한은 기준금리 올렸지만 은행 금리 갈팡질팡

한국은행이 새해 첫 통화정책방향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하기로 결정한 13일, 우리은행은 금리 상단을 0.7%포인트 낮췄다. 전날까지 7.31~8.11%였던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는 이날 6.41~7.41%로 내려갔다.

대출금리를 떨어뜨리는 건 우리은행 뿐 만이 아니다. NH농협은행은 이달 20일부터 주담대 변동금리를 최대 0.8% 포인트 낮춘다. 이번 조치로 최고 7%가 넘었던 금리는 6% 초반까지 하락한다. 신한은행과 하나은행도 대출금리를 이달 초 소폭 하향 조정했다.

A은행 관계자는 "주담대 뿐만 아니라 전세대출, 신용대출까지 금리를 낮추고 있고, 인터넷은행까지 이런 흐름에 동참 중"이라며 "대출이 필요한 사람들이 있으면 지금부터 은행별 금리 하락 움직임을 유심히 살펴봐야 한다"고 했다.

예금금리도 한 달 새 1%포인트 가까이 떨어졌다. 5%를 넘봤던 5대 은행 정기예금은 3%대(12일 NH올원e 3.88%)이거나 4%도 턱걸이 하는 수준(국민수퍼 4.01%, 신한 쏠편한 1년 4.0%)이다. 한은의 이번 금리 인상 이후 몇몇 은행은 예금 혹은 적금 금리 인상을 검토하고 있지만 미미한 수준일 거라는 게 은행권 예상이다.

B은행 관계자는 "작년 1월 한은 기준금리 인상 직후엔 당국의 수신 경쟁 자제 경고 탓에 예·적금 금리를 올리지 못했다"며 "기준금리가 두 번 연속 인상된 상황에서 나 몰라라 하긴 힘들고, 소폭 상승 정도에 그칠 것"이라고 했다.

영끌족 위한다고 대출금리 인하 압박? 시장 왜곡 발생할 수 있어

▲13일 열린 한국은행 통화정책방향회의에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한은이 기준금리 인상 기조가 지속되고 있지만, 시장금리는 갈팡질팡하는 중이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거셌던 관치 금융 기조와 레고랜드 사태 이후 자본시장의 급변동성이 주요 원인이다. 김경수 성균관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시장금리와 기준금리가 따로 움직이면서 시장 왜곡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대출금리의 경우 지난해 내내 금융당국은 은행들에게 인하 압박을 가했다. 새해 들어 예대금리차 확대가 감지되자 금감원은 바로 조사에 착수했다. 당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금리 상승기에 은행이 시장금리 수준이나 차주 신용도 등에 비춰 대출금리를 과도하게 올리는 일이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기준금리 인상이 대출금리에 반영되기까지 보통 3개월이 걸리지만 이렇게 정부의 감시·감독이 계속되면 얼마나 영향을 줄지 미지수다. 김상봉 한성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올해 기준금리가 4%선까지 올라가면 거기에다 은행들이 마진을 붙이는데 대출금리가 최소 6~7%를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며 "'영끌족(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이 힘들어하니까 대출금리를 낮춰준다'는 게 정책적으로 맞는 논리인지 고민해봐야 한다"고 했다.

김 교수는 "대출금리가 올라가면서 집값이 빠져야 문재인 정부 시절에 두배 넘게 올랐던 주택가격도 정상화되고, 무주택자도 내 집 마련 기회를 얻을 수 있다"고 했다. 기준금리 상승에 따라 시장금리도 상승하도록 둬야 물가도 잡을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목소리다.

예금금리는 오버슈팅 했다가 떨어지는 중

예금금리 하락엔 당국 압박과 채권시장 영향이 동시에 작용했다. 레고랜드 사태 직후인 지난해 10~11월, 채권시장이 경색되며 은행채 1년물 AAA등급 금리는 11월 한 때 5.017%까지 치솟았다. 채권 금리가 오르자 시중은행들의 예금금리도 따라 올랐다. 금융당국이 은행에게 은행채 발행 자제를 요청하면서 은행 자금조달 수단이 예적금으로 한정되자 수신금리는 더 요동쳤다. 시중은행에서 5%대 정기예금 상품이 등장한 것도 이 시점이다.

하지만 이런 분위기는 곧 사그라들었다. 당국은 시중은행이 자금을 빨아들인다며 수신경쟁에 제동을 걸었다. 11월 기준금리 인상 직후, 오히려 은행 예금금리가 떨어진 배경이다. 채권시장 안정화 대책이 나오면서 은행채 금리도 꺾이기 시작했다. 은행채 1년물 금리는 지난 12일 기준 3.954%(한국자산평가·나이스피앤아이·KIS채권평가 평균)으로 지난해 9월 21일(3.934%) 이래 가장 낮은 수준까지 내렸다.

은행채 금리가 내려가면서 은행들도 더이상 높은 예금 금리로 수신을 유치할 필요성이 없어졌다. 금융위 고위 관계자는 "예금금리는 작년 하반기 오버슈팅(overshooting) 된 이후 지금 원래 자리를 찾아가고 있는 중"이라고 평가했다.

금융권에선 정기예금과 은행채 금리 하락으로 인해 이달 중순 이후 대출금리가 또 한차례 인하될 가능성을 예상한다. 은행연합회 관계자는 "16일 발표하는 코픽스에 최근 예금금리 흐름이 반영되면 대출금리가 떨어질 수 있다"고 했다.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는 주담대 변동금리의 기준으로 국내 8개 은행이 예·적금, 은행채 등으로 조달한 자금의 가중 평균 금리다. 조달 비용이 오르내림에 따라 대출금리도 같이 움직인다.

심나영 기자 sny@asiae.co.kr

유제훈 기자 kalama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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