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탐구]"면접비 2배 쏩니다"…'소통왕' LS그룹 막내아들의 ‘형님 리더십’
'면접비 10만원 사건' 등 사기진작
우수직원 CES기회…'역대급 실적'
[아시아경제 문채석 기자]
"다른 회사 면접장 가지 마세요. 면접비 두 배 줄 테니 그걸로 친구들에게 술 사세요."
구자은 LS그룹 회장이 LS전선 사장일 때 일이다. 그는 당시 신입공채 합격자 전체에게 전화를 돌려 축하하고 격려했다. 그런데 한 신입직원이 사실 내일 다른 회사 면접에 간다고 했다. 면접비를 받아서 친구들에게 술을 살 거라 했다.
"내가 면접비 2배 쏩니다. 가지 마세요." 실제로 구 회장은 신입사원 통장으로 송금했다.
사장님의 파격적인 행동 때문에 회사에서 바보 취급을 당했던 신입사원도 있었다. 출근해 "구자은 차장님이 합격 축하 전화를 주셨다"고 했다가 '너는 회사 사장 이름도 모르냐'고 선배들에게 한참 갈굼을 당했다. 축하 전화한 사람이 설마 사장일 거라 생각 못 한 것이다.
대기업들은 우수 직원의 마음을 잡기 위해 소통 리더십을 강화하고 있다. 재계가 엄지를 세우는 '소통왕'은 누굴까. 오는 19일 회장 취임 2년 차를 맞는 구 회장이 첫 손에 꼽힌다.
'구 차장 사건'과 '면접비 10만원 사건'은 LS그룹에선 유명한 이야기다. 회장이 되고 변했냐고 묻는다면 '결코 그렇지 않다'는 답이 돌아온다. 오히려 임원들이 구 회장의 소탈한 리더십 때문에 자칫 직원들에게 얕잡아 보일까봐 걱정할 정도라는 전언이다.
과연 그럴까. 구 회장 첫해 LS그룹의 실적을 보면 '그렇지 않다'는 답을 쉽게 내릴 수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올라온 ㈜LS 올해 매출 증권가 추정치(컨센서스)는 18조529억원, 영업이익은 7227억원이다. 예상대로라면 역대 최대다. 지난해 매출 13조891억원, 영업이익은 5837억원보다 각각 37.9%, 23.8%씩 늘었다. 구자은 회장 취임일인 지난해 1월19일 이후 주가 상승률은 지난 11일 기준 32.3%다.
비결은 구 회장 특유의 '양손잡이 경영'이다. 전력 등 기존 사업과 인공지능(AI) 같은 미래 사업 모두 성과를 내는 경영을 비유한 말이다. 금리·물가·환율 모두 뛰는 불확실성 높은 시대에 LS그룹이 실적과 주가 모두 잡은 이유다.
양손잡이 경영의 바탕인 구 회장의 '형님 리더십'이 변치 않았다는 증거는 곳곳에서 포착된다. 지난 2~3년간 코로나19로 스킨십 경영을 하지 못했지만 앞으로는 제한됐던 특유의 '소통 리더십'이 진가를 발휘할 것이라 보는 사람이 많다.
심지어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기간에도 구 회장의 '소통 경영'은 이어졌다. 지난해 9월 그룹 최초로 지주사 ㈜LS도 신입 공개채용을 시행한 것이다. 사업전략·경영기획·재무관리 분야 2~3년 순환 근무자를 전공 제한 없이 세 자릿수나 뽑았다. 배터리·전기차·반도체 등 미래 산업을 키우기 위해서다. 지주사는 신입을 뽑지 않았는데 미래 산업 성장에 꼭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평소 활발히 임직원과 소통한 덕분에 과감히 결론 내릴 수 있었다.
공채 직후 그룹 혁신 회의인 'LS 퓨처 데이'에서도 구 회장은 직원 친화적인 면모를 보여줬다. 해마다 열었던 연구개발(R&D) 성과공유회를 미래사업 분야로 확장했다. 공약도 걸었다. 계열사별 '신사업·기술·혁신' 세 분야를 심사해 우수 임직원 스무 명가량을 세계 최대 전자·IT 박람회 'CES 2023'이 열리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 데려간다고 했다. 실제로 약속을 지켰다. 경쟁을 자연스럽게 유도해 혁신을 내는 양손잡이 경영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겨울 코로나19 대유행이 끝나면 구 회장이 어떤 파격 행보를 보일지 주목하는 이가 많다. 그룹 내부 임직원들의 기대도 크다. 예전처럼 취업박람회 등에 직접 참여해 미래 인재를 발굴하는 모습 등을 기대하는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구 회장 양손잡이 경영에 주목하는 이가 적지 않다"며 "아무래도 계열사 사장 때처럼 격의 없이 움직이긴 어렵더라도 특유의 동기부여 능력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고 했다.
'형님 리더십' 덕분일까. LS그룹 주요 계열사의 이직률은 4대 그룹 계열사에 밀리지 않는다. 취업포털사이트 인크루트가 국민연금 공표통계로 만든 자료에서 집계할 수 있는 계열사 최근 1년 퇴사율을 보면 LS MnM 8.1%, LS일렉트릭 7.7%다. 삼성디스플레이 8.5%, 삼성전기 7.8%, 삼성SDI 10.6%, 현대모비스 7.2%, SK하이닉스 7.5%, SK텔레콤 11.1%, SK이노베이션 16.8%, LG전자 17.5%, LG디스플레이 9.3% 등에 뒤지지 않는다. 지주사 ㈜LS 데이터는 집계되지 않는다.
문채석 기자 chaeso@asiae.co.kr
Copyright ©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한 달에 150만원 줄게"…딸뻘 편의점 알바에 치근덕댄 중년남 - 아시아경제
- 버거킹이 광고했던 34일…와퍼는 실제 어떻게 변했나 - 아시아경제
- "돈 많아도 한남동 안살아"…연예인만 100명 산다는 김구라 신혼집 어디? - 아시아경제
- "일부러 저러는 건가"…짧은 치마 입고 택시 타더니 벌러덩 - 아시아경제
- 장난감 사진에 알몸 비쳐…최현욱, SNS 올렸다가 '화들짝' - 아시아경제
- "10년간 손 안 씻어", "세균 존재 안해"…美 국방 내정자 과거 발언 - 아시아경제
- "무료나눔 옷장 가져간다던 커플, 다 부수고 주차장에 버리고 가" - 아시아경제
- "핸들 작고 승차감 별로"…지드래곤 탄 트럭에 안정환 부인 솔직리뷰 - 아시아경제
- 진정시키려고 뺨을 때려?…8살 태권소녀 때린 아버지 '뭇매' - 아시아경제
- '초가공식품' 패푸·탄산음료…애한테 이만큼 위험하다니 - 아시아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