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욱 “김만배曰 ‘권순일에 부탁, 李재판 뒤집었다’” 진술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을 수사하는 서울중앙지검이 천화동인 4호 소유주인 남욱씨로부터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인 김만배씨가 본인 입으로 ‘내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관련 사건 두 건을 대법원에서 뒤집었다’고 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남씨는 2021년 10월 검찰에 “김만배씨가 ‘내가 이재명 대표의 선거법 위반 사건, 성남 제1공단 공원화 무효 소송 등 두 건을 대법원에서 뒤집었다’고 말했다”는 진술을 했다고 13일 조선일보가 보도했다. 두 사건 모두 법조계에서는 ‘이례적 판결’이라고 평가된 바 있다.
‘선거법 위반’ 사건은 2018년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이 대표가 ‘친형 정신병원 강제 입원’ 논란 등에 대해 허위 사실을 공표했다는 혐의로 기소된 건이다. ‘성남 1공단 공원화 무효 소송’은 이 대표가 성남시장 재직 당시 1공단을 공원화하겠다며 관련 인허가를 중단시키자 당초 이 부지를 개발하려던 시행사가 2011년 성남시장을 상대로 낸 행정소송이다.
보도에 따르면 남씨는 “김씨가 ‘이 대표의 선거법 위반 사건을 권순일(당시 대법관)에게 부탁해 대법원에서 뒤집힐 수 있도록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고 검찰에 진술했다. 김씨가 어떤 부탁을 했다는 것이냐는 질문에는 “구체적인 이야기는 안 했고 권순일에게 부탁해서 2심을 뒤집었다고 했다”고 답했다.
남씨는 이후 조사에서 “(김씨가) 2018년부터 권순일 이야기를 조금씩 하기 시작했는데, 2019년 이후부터 권순일에게 50억원을 줘야 한다는 말을 하기 시작했다”며 “판·검사들하고 수도 없이 골프를 치면서 100만원씩 용돈도 줬다고 들었다”고도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남씨는 또 “(대장동 사업에서 김씨의 가장 큰 공로가는) 1공단 개발 사업 시행사가 공원화에 반대하면서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에게 제기한 행정소송 결과를 뒤집은 것”이라는 취지의 진술도 했다고 한다.
남씨의 진술이 나온 2021년 10월은 권순일 전 대법관 등 법조인 이름이 거명된 이른바 ‘50억 클럽’ 의혹이 확산하던 시기였다. 당시 수사팀은 2021년 11월과 12월 권 전 대법관을 두 차례 소환 조사했지만 압수수색 등은 하지 않고 사실상 수사를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권 전 대법관은 2019년 7월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당시 경기도지사인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7(무죄) 대 5(유죄)’로 파기환송 할 때 캐스팅 보트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권 전 대법관이 대장동 개발 사업에 참여한 화천대유 고문으로 10개월간 일하며 월 1500만원의 보수를 받은 사실이 드러나 ‘재판 거래’ 의혹이 제기됐다.
김씨는 2019년 7월~2020년 8월 ‘권순일 대법관실’이라고 출입 명부에 기록하고 대법원을 8차례 방문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표 사건이 대법원에 회부되기 일주일 전(2020년 6월 9일), 회부 다음 날(6월 16일), 파기환송 선고 다음 날(7월 17일) 등이다.
이와 관련해 김씨는 검찰 조사에서 “전혀 그런 의도(재판 거래)로 방문한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고 한다. 김씨는 “제가 법률 전문지 A사를 인수하고 싶었는데 권 전 대법관이 B 대한변협 회장과 친하게 지내고 있어 A사를 인수하는 과정을 도와 달라고 했다”며 “(권 전 대법관은) 화천대유에 출근하진 않았고 대장동 현장에는 3~4차례 왔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권 전 대법관은 관련 의혹에 대해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성남 1공단 공원화 무효 소송’에서 대법원이 항소심을 뒤집고 ‘성남시장 승소’ 판결을 내린 것과 관련해서도 남씨는 “김씨가 자기가 한 것이라고 말해줬다. 대법관 누군가에게 부탁했다고 하는데 이름이 기억 안 난다”고 검찰에 말했다고 한다.
한편, 김씨의 자해로 중단됐던 대장동 사건의 재판이 13일 다시 열린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이준철)는 이날 김씨와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남욱, 정영학, 정민용씨 등 이른바 ‘대장동 일당’에 대한 속행 공판을 진행한다.
이 사건의 공판이 열리는 것은 지난달 9일 이후 한 달여 만이다. 앞서 김씨가 측근들의 잇단 구속에 압박감을 느껴 지난달 14일 자해했는데, 재판부는 김씨의 건강 상태를 고려해 공판을 연기했다.
대장동 민간 개발업자인 김씨 등은 유 전 본부장과 공모해 민간 업체에 최소 651억원에 달하는 이익을 몰아주고 그만큼 공사에 손해를 끼친 혐의(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배임)를 받는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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