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바리' 문혜영…LG생건 이정애 사장의 첫 인사가 예사롭지 않은 이유
서지영 2023. 1. 13. 07:07
이정애 LG생건 신임 사장이 처음 '직속'으로 뽑은 문혜영 미주사업총괄
월스트리트저널이 조명한 문혜영의 남다른 '이력'
연고 없는 미국땅에서 취업 도전해 아마존 리더까지
'흔한' 경영대학원 MBA, 뷰티 분야 경험 없지만업계 기대감은 더 커
이정애 LG생활건강 신임 사장이 선임 뒤 처음 영입한 문혜영 미주사업총괄(부사장)의 드문 이력에 업계 관심이 모이고 있다. LG생활건강(이하 LG생건)의 주력산업인 뷰티 분야에 대한 경험이 전무할뿐더러, 대기업이 전문경영인을 영입할 때 '흔히' 갖고 있는 해외 경영대학원 MBA 출신도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FM 이력'을 갖고 있지 않은 문혜영 부사장이 LG생건에 필요한 리더일 수 있다는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연고 하나 없던 미국 땅에서 리더로 성장한 사람만이 갖고 있는 근성과 목표, 사람을 대하는 태도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남과 다른 드문 경력
LG생건은 지난 5일 미주사업총괄 자리에 문혜영 부사장을 영입했다고 밝혔다. 북미 시장은 그동안 중국에 기대왔던 LG생건이 반드시 개척해야 할 지역이다. 이 사장은 신년사에서 "해외사업 확대는 지속되고 강화돼야 한다"며 중국 이외 북미 지역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새로운 미주지역총괄의 역량과 성공이 더욱 중요한 배경이다.
이 사장이 심사숙고해 선택한 문혜영 부사장은 상당히 독특한 이력을 갖고 있다.
1971년생인 그는 서울대에서 사회학을 전공한 국내파다. 학사 졸업 후 미국 스탠퍼드대학원 진학하면서 처음 미국에 발을 들였다. 전공 역시 전문경영인이 흔히 택하는 경영이나 회계학이 아닌 사회학으로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문혜영 부사장의 꿈 역시 경영인이 아닌 교수였다.
문혜영 부사장의 이런 이력은 전임이었던 이창엽 LG생건 사업본부장(COO)과 비교해도 확연히 차이가 드러난다. 최근 롯데제과 대표로 자리를 옮긴 이 COO는 텍사스대 오스틴캠퍼스에서 회계학을 전공한 뒤 컬럼비아대 경영대학원에서 MBA를 취득했다. 이후 주요 글로벌 식음료와 소비재 분야에서 경력을 쌓는 등 LG생건에 최적화한 프로필을 자랑했다. 업계가 문혜영 부사장의 경력의 출발점이 다르다고 보는 이유다.
평사원에서 아마존 리더까지
문혜영 부사장은 약 8년 만에 박사학위를 품에 안고도 안정적인 강단을 내려와 회사 취업을 선택했다. 박진감 있는 사회 활동을 원했기 때문이다. 아마존 비즈니스의 글로벌 마케팅을 총괄하던 시절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진행한 인터뷰에서 당시 힘든 시절을 털어놓기도 했다. 그는 "교수가 되기위해 사회학으로 학위를 받고 강사가 됐지만, 학계가 나에게 올바른 선택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며 "학계 내 단일 문제에 평생을 바치는 것보다 더 빠른 속도를 즐겼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나 젊은 시절을 '돈 안되는' 사회학 공부로 보냈고, 연고도 없는 미국 땅에서 일자리를 찾는 것 자체가 큰 도전이었다. 학계 밖에서는 스탠퍼드대학원의 학위가 특별한 경력이 되기 어려웠다.
그는 WSJ에 "미국에서 대학원 시절만 보냈기때문에 학계 밖에서는 아는 사람이 없었다"면서 "회사에 취직하기가 쉽지 않았고, 시애틀에 있는 많은 카페 중 한 곳에서 바리스타로 일할 준비가 돼 있었다"고 털어놨다.
일 잘하는 사람은 어디서든 빛나는 법이다.
통계에 정통했던 그는 스타벅스에서 데이터 분석가 자리를 얻는데 성공했다. 이후 14년간 한 회사에서 전략과 마케팅, 제품 관리, 고객경험, 디지털 전환(DX), 고객 로열티 프로그램 론칭 등 핵심 업무를 두루 경험했다. 가장 낮은 곳에서부터 시작해 관리자의 위치에 오른 그는 2019년 아마존으로 이직하면서 도약했다.
마케팅 본질은 사람
자수성가 한 조직의 리더 중에는 '경주마'가 적지 않다. 그러나 문 부사장은 사람을 단순한 도구로만 보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그는 "아마존 비지니스에서 글로벌 마케팅을 지휘하면서 개인에 월, 분기, 연 단위 목표와 프로세스를 공유하고, 팀원들이 지원을 받고 있다고 느끼도록 새로운 방법을 끝없이 찾았다"고 했다. 그중 하나는 팀원들과 '작은 성공 축하' 주간 이메일을 공유하는 것이었다. 그만큼 목표를 향해 가는 조직원의 마음을 섬세하게 챙겼다는 뜻이다.
사람을 중요하게 여길 줄 안다. 그는 "B2B 마케팅은 '목표'가 아닌 인간과 대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것이 진정성 있는 마케팅의 모습"이라며 철학을 전하기도 했다. "마케팅 과학이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지만 고객 앞에 내놓는 최종 제품은 고객에게 말해야 한다"는 그의 고백은 현장에서 화장품이나 소비재를 경험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상쇄할 정도로 통찰이 담겼다는 평가다.
LG생건의 지난해 3분기 뷰티 부문 북미 매출은 4081억원이다. 국내 매출이 3조8157억원, 중국이 5879억원인 것과 비교하면 매출 규모가 크지 않다.
앞으로 문 부사장은 이 신임 사장의 직속인 미주사업총괄로 활약한다. 데일리 뷰티 브랜드들과 함께 더 에이본과 보인카 등 현지 자회사까지 미주 전체 사업을 관장한다. '정통 LG우먼' 이자 LG생건 내 처음으로 유리천장을 깨고 사장이 된 이 신임 사장과의 '케미'에 시선이 모이는 배경이다.
LG생건 측은 "문혜영 부사장이 수년간 글로벌 기업 미국 본사에서 수행한 사업의 경험과 역할에 주목했다"며 "차별화된 고객경험과 디지털 접점에서의 대응력 강화를 기대한다"고 했다.
서지영 기자 seojy@edaily.co.kr
월스트리트저널이 조명한 문혜영의 남다른 '이력'
연고 없는 미국땅에서 취업 도전해 아마존 리더까지
'흔한' 경영대학원 MBA, 뷰티 분야 경험 없지만업계 기대감은 더 커
이정애 LG생활건강 신임 사장이 선임 뒤 처음 영입한 문혜영 미주사업총괄(부사장)의 드문 이력에 업계 관심이 모이고 있다. LG생활건강(이하 LG생건)의 주력산업인 뷰티 분야에 대한 경험이 전무할뿐더러, 대기업이 전문경영인을 영입할 때 '흔히' 갖고 있는 해외 경영대학원 MBA 출신도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FM 이력'을 갖고 있지 않은 문혜영 부사장이 LG생건에 필요한 리더일 수 있다는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연고 하나 없던 미국 땅에서 리더로 성장한 사람만이 갖고 있는 근성과 목표, 사람을 대하는 태도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남과 다른 드문 경력
LG생건은 지난 5일 미주사업총괄 자리에 문혜영 부사장을 영입했다고 밝혔다. 북미 시장은 그동안 중국에 기대왔던 LG생건이 반드시 개척해야 할 지역이다. 이 사장은 신년사에서 "해외사업 확대는 지속되고 강화돼야 한다"며 중국 이외 북미 지역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새로운 미주지역총괄의 역량과 성공이 더욱 중요한 배경이다.
이 사장이 심사숙고해 선택한 문혜영 부사장은 상당히 독특한 이력을 갖고 있다.
1971년생인 그는 서울대에서 사회학을 전공한 국내파다. 학사 졸업 후 미국 스탠퍼드대학원 진학하면서 처음 미국에 발을 들였다. 전공 역시 전문경영인이 흔히 택하는 경영이나 회계학이 아닌 사회학으로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문혜영 부사장의 꿈 역시 경영인이 아닌 교수였다.
문혜영 부사장의 이런 이력은 전임이었던 이창엽 LG생건 사업본부장(COO)과 비교해도 확연히 차이가 드러난다. 최근 롯데제과 대표로 자리를 옮긴 이 COO는 텍사스대 오스틴캠퍼스에서 회계학을 전공한 뒤 컬럼비아대 경영대학원에서 MBA를 취득했다. 이후 주요 글로벌 식음료와 소비재 분야에서 경력을 쌓는 등 LG생건에 최적화한 프로필을 자랑했다. 업계가 문혜영 부사장의 경력의 출발점이 다르다고 보는 이유다.
평사원에서 아마존 리더까지
문혜영 부사장은 약 8년 만에 박사학위를 품에 안고도 안정적인 강단을 내려와 회사 취업을 선택했다. 박진감 있는 사회 활동을 원했기 때문이다. 아마존 비즈니스의 글로벌 마케팅을 총괄하던 시절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진행한 인터뷰에서 당시 힘든 시절을 털어놓기도 했다. 그는 "교수가 되기위해 사회학으로 학위를 받고 강사가 됐지만, 학계가 나에게 올바른 선택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며 "학계 내 단일 문제에 평생을 바치는 것보다 더 빠른 속도를 즐겼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나 젊은 시절을 '돈 안되는' 사회학 공부로 보냈고, 연고도 없는 미국 땅에서 일자리를 찾는 것 자체가 큰 도전이었다. 학계 밖에서는 스탠퍼드대학원의 학위가 특별한 경력이 되기 어려웠다.
그는 WSJ에 "미국에서 대학원 시절만 보냈기때문에 학계 밖에서는 아는 사람이 없었다"면서 "회사에 취직하기가 쉽지 않았고, 시애틀에 있는 많은 카페 중 한 곳에서 바리스타로 일할 준비가 돼 있었다"고 털어놨다.
일 잘하는 사람은 어디서든 빛나는 법이다.
통계에 정통했던 그는 스타벅스에서 데이터 분석가 자리를 얻는데 성공했다. 이후 14년간 한 회사에서 전략과 마케팅, 제품 관리, 고객경험, 디지털 전환(DX), 고객 로열티 프로그램 론칭 등 핵심 업무를 두루 경험했다. 가장 낮은 곳에서부터 시작해 관리자의 위치에 오른 그는 2019년 아마존으로 이직하면서 도약했다.
마케팅 본질은 사람
자수성가 한 조직의 리더 중에는 '경주마'가 적지 않다. 그러나 문 부사장은 사람을 단순한 도구로만 보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그는 "아마존 비지니스에서 글로벌 마케팅을 지휘하면서 개인에 월, 분기, 연 단위 목표와 프로세스를 공유하고, 팀원들이 지원을 받고 있다고 느끼도록 새로운 방법을 끝없이 찾았다"고 했다. 그중 하나는 팀원들과 '작은 성공 축하' 주간 이메일을 공유하는 것이었다. 그만큼 목표를 향해 가는 조직원의 마음을 섬세하게 챙겼다는 뜻이다.
사람을 중요하게 여길 줄 안다. 그는 "B2B 마케팅은 '목표'가 아닌 인간과 대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것이 진정성 있는 마케팅의 모습"이라며 철학을 전하기도 했다. "마케팅 과학이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지만 고객 앞에 내놓는 최종 제품은 고객에게 말해야 한다"는 그의 고백은 현장에서 화장품이나 소비재를 경험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상쇄할 정도로 통찰이 담겼다는 평가다.
LG생건의 지난해 3분기 뷰티 부문 북미 매출은 4081억원이다. 국내 매출이 3조8157억원, 중국이 5879억원인 것과 비교하면 매출 규모가 크지 않다.
앞으로 문 부사장은 이 신임 사장의 직속인 미주사업총괄로 활약한다. 데일리 뷰티 브랜드들과 함께 더 에이본과 보인카 등 현지 자회사까지 미주 전체 사업을 관장한다. '정통 LG우먼' 이자 LG생건 내 처음으로 유리천장을 깨고 사장이 된 이 신임 사장과의 '케미'에 시선이 모이는 배경이다.
LG생건 측은 "문혜영 부사장이 수년간 글로벌 기업 미국 본사에서 수행한 사업의 경험과 역할에 주목했다"며 "차별화된 고객경험과 디지털 접점에서의 대응력 강화를 기대한다"고 했다.
서지영 기자 seojy@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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