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면접은 양반…향 맡고 맛 보는 이색 채용전형들

문화영 2023. 1. 13. 06:3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다면적 평가 통한 인재 발굴 노력"
"바쁜데 그런것까지 해야하나" 팽팽
AI·메타버스 이용한 비대면 면접도

한 제조업 회사가 채용 과정에서 '등산 면접'을 실시한 것을 놓고 온라인 커뮤니티가 최근 뜨겁게 달아올랐다. "회사가 원하는 인재상을 추리는 과정"이라는 입장과 "시대착오적"이라는 주장이 팽팽히 맞섰다.

다만 기업이 채용 과정에서 이색적인 절차를 두는 게 그렇게 특이한 일만은 아니다. 아웃도어 브랜드 블랙야크는 지원자와 면접관이 등산복 차림으로 함께하는 산행 면접을 하며 등산 과정에서 미션을 수행해야 한다. 브랜드 특성을 감안하면 수긍할 만한 절차인 셈이다.

특히 일반면접에 비해 지원자에 대한 입체적인 관찰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많은 국내기업들은 이색면접을 시행하고 있다.

맛보고 냄새맡고…요리·음주 전형도

기업들이 다양한 이색 면접을 실시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아시아경제]

식품회사들은 음식에 대한 이해도를 파악하기 위해 다양한 이색 면접을 실시한다. SPC그룹은 미각과 후각을 테스트한다. 설탕물과 소금의 농도를 구분하거나 향을 맡아보고, 무엇인지 맞히기 등의 문제가 출제된다.

팔도는 상표가 적혀있지 않은 라면을 시식하고 맛에 관해 토론한다. 샘표는 지원자들이 팀을 이뤄 콘셉트를 정해 요리를 만든다. 단순히 서류와 면접으로 판단할 수 없는 지원자의 인성과 창의성을 평가하는 것이 주목적이다.

하이트진로는 음주 면접을 보기로 유명하다. 기업 특성에 맞게 1차 면접 후 음주 면접을 진행하는데 선배와의 대화를 통해 성격, 가치관, 태도, 인성 등을 알아보기 위함이다.

기존에 있던 면접형식은 유지하되 새로운 틀을 만들기도 한다.

DL 건설은 지난해 최근 트랜드로 떠오르고 있는 '리버스 인터뷰(Reverse Interview)'를 도입했다. 리버스 인터뷰는 면접자와 구직자의 역할을 바꾼 상황에서 면접을 진행하는 것을 뜻한다. 충남도는 여름철 공무원 면접 시 '복장 자율화'를 도입해 복장 규제를 없앴다. 응시자의 실력과 공직에 대한 마음가짐이 복장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젠 컴퓨터로 만나요"…비대면 면접 활성화

2021년 한화에서 시행한 메타버스 면접. [사진출처=한화그룹 공식 홈페이지, 한화저널]

IT 기술을 활용하는 면접도 늘었다. 코로나19로 비대면 면접 비율이 높아지면서 AI 면접관, 메타버스 등 면접 방식이 확산했다. 면접관과 지원자가 컴퓨터를 통해 만나기 때문에 지원자는 불필요한 긴장을 줄일 수 있으며 채용 과정에서 시간과 비용도 크게 줄일 수 있다.

이 밖에도 한화토탈에너지스는 메타버스를 활용한 면접 시스템을 도입했으며 제너시스BBQ는 2021년부터 AI 역량 검사를 도입해 첨단 인공지능으로 인재를 채용하겠다고 밝혔다.

아프리카TV는 1차 면접 이후 특별전형으로 지원자가 방송을 진행하는 BTB(Be The BJ)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지원자가 직접 아프리카 BJ가 되어 평소 관심 있고 좋아하는 콘텐츠를 기획하고 방송을 진행한다. 면접관은 시청자로 참여하여 지원자와 댓글로 소통하며 별풍선을 쏘는 등 방송을 모니터링하는 방식이다.

기업은 "다면적 평가 통한 인재 발굴"

한 제조업 회사가 면접 전형 중 '등산'을 실시해 지원하지 않았다는 글이 온라인커뮤니티에 올라왔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음. [이미지출처=픽사베이] [이미지출처=픽사베이]

이색면접은 전통적이고 경직된 과거의 면접과는 달리 직접 무언가를 체험하거나 누군가 협업하는 과정에서 이뤄진다. 그 때문에 서류로만 알 수 없는 인성과 팀워크, 창의성을 알기 쉽다. 또 일반 면접과는 달리 다양한 공간에서 이뤄져 체력 역시 면접관이 파악할 수 있다.

한 기업 관계자는 "통상적인 대면 면접의 경우 시간이 짧아 종합적인 인성 평가를 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지원자들에게 여러 가지 상황과 미션을 주고 이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지원자들의 인성을 평가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지원자들 역시 기업에 대한 철저한 사전 조사를 하면서 이해도를 높일 수 있으며, 정량적 스펙과 추상적 자기소개보다는 간접적으로 실무를 경험하며 성격과 장점을 그대로 보여줄 수 있다.

다만 이색 면접에 대한 거부감도 적잖이 감지된다. 취업 준비생 A씨는 "등산 면접이라니 말만 들어도 숨이 턱턱 막힌다"며 "기본 면접 준비하는 것도 바쁘고 힘든데, 다른 것들도 준비해야 한다는 점에서 취준생에게는 커다란 부담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문화영 인턴기자 ud3660@asiae.co.kr

Copyright ©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